[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개헌안 내용 가운데 야당이 가장 심하게 공격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토지공개념”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개념을 가지고 개헌안을 사회주의 헌법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다양한 이견이 있었습니다.

토지공개념이 공격을 받은 데는,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토지공개념과 사유재산권 혹은 재산소유권은 상호 충돌하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충돌한다고 해서 양립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토지공개념과 같은 사고를 과연 사회주의적 발상에만 국한해서 볼 수 있는 것일까요? 교회의 가르침은, 공동선을 위해 사유재산은 일정하게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사유재산을 바라보는 교회의 입장을 통해 토지공개념을 이해해 보고자 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인 '사목헌장' 69항은 교회가 사유재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 왔는지 간단하고 명확하게 알려 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이 사용하도록 창조하셨다. 따라서 창조된 재화는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에 따라 공정하게 모든 사람에게 풍부히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재화의 보편적 목적입니다.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가 눈에 띕니다.

이 보편적 목적에 기초하여, “재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합법적으로 소유하는 외적 사물을 자기 사유물만이 아니라 공유물로도 여겨야 하며, 그러한 의식에서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유물에 관한 이런 관점은 이미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학대전"에서도 언급한 것입니다.(토마스 아퀴나스, "신학 대전", 2-2, q.32, a.5 ad.2 참조)

교부들과 교회학자들은,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을 위하여 재화의 충분한 몫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이 가난한 이들에게 쓰고 남은 것만을 주지 말고 참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구룡산 국수봉에서 본 서울 전경. (사진 출처 = ko.wikipedia.org)

극도로 궁핍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재산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취득할 권리를 가집니다. 무수한 사람들이 여전히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주지 않으면 그대가 죽이는 것이다”라고 말한 교부도 있습니다.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주지 않으면 그대가 죽이는 것이다”고 한 교부들의 말씀은 매우 강력한 호소입니다. '사목헌장'을 통해 거룩한 공의회는, 모든 개인과 정부가 "각자의 능력대로 자기 재화를 참으로 나누어 주고, 특히 개인이나 민족이 스스로 돕고 발전할 수 있도록 원조하여야 한다”고 촉구합니다.('사목헌장', 69항 참조)

바오로 6세는 이 내용을 자신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에서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회칙에서는 직접적으로 토지에 관한 예가 등장하는데, 이렇게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토지의 면적이 너무 넓거나, 거의 개발되지 못했거나, 지방민의 빈곤의 이유가 되거나, 국가에 큰 손해를 끼치거나, 공동체의 번영을 방해할 경우에는 가끔 소유권을 무시하고 그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민족들의 발전', 24항)

우리나라는 분명, 사유재산과 재산권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이 공공복리(사회교리의 공동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에 적합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특히 토지재산권은 성격상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다른 재산권에 비해 큽니다. 따라서 토지에 관한 공공복리적합 의무를 강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 토지공개념의 취지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살펴보니 좀 놀랍습니다. 재산권에 대해 교부들이 전통적으로 가르쳐 온 것이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내놓은 공식적인 입장을 현정부가 참고했을 거야 하는 추측은 저만의 것일까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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