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무엇에 마음이 끌려서 천주교(가톨릭)로 입문하시게 되었냐고 물으면 제법 많은 분들이 대답하실 예상 답들이 있습니다. 철 안 들었을 때,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자가 되신 분들도 스스로 사리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라면 이 신앙이 가지는 매력을,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을 한 두 가지쯤은 이야기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이 듣는 답은 평화롭다, 조용하다, 가만히 내버려 둔다, 돈 이야기 심하게 안한다(달리 말하면, 십일조(十一租)가 없다) 등 입니다. 전반적으로 점잖다는 이미지와는 달리, 1980년대 민주화 운동 때 보여준 사회참여의 면모나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예언자적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분들도 적잖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가톨릭교회에는 십일조가 없는 것일까요? 구약과 신약 성경의 여기저기에 십일조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경에서 소유의 십분의 일을 하느님께 바친다거나 사제에게 준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았고, 그러므로 그분께 감사를 드리는 것이며, 더불어 하느님의 일을 행하는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꾼이 자기 먹을 것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마태 10,10)고 예수님께서도 사도들을 파견하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가톨릭에도, 엄밀한 십일조까지는 아니지만, 신자들이 미사 중에 바치는 일반적인 헌금 외에 '의무적'으로 바치는 헌금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교무금(敎務金)이라고 부릅니다. 교무금이 바로 십일조로부터 유래한 헌금입니다.

교무금에 관한 법규는 각 지역교회 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목적은 교회를 유지하고 다양한 사목을 위해 사용하는 데 있습니다. 교무금은 개인이 아니라 신자 가정을 단위로 하여 얼마 낼지를 책정합니다. 그래서 신자 부모 슬하에서 성장한 저는 교무금을 납부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만약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부모님과는 다른 본당에 전입을 했다면 냈을 수도 있지만, 제게는 부모님 곁을 떠나 온 것이 수도회에 입회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작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한 신자들은 교무금에 대해 더 모를 수도 있습니다.

▲ '세대별 교무금 납부현황' 책자.ⓒ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자료 사진

교회법은 교무금이나 헌금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교회가 하느님 경배, 사도직과 애덕의 사업 및 교역자들의 합당한 생활비에 필요한 것을 구비하도록 교회의 필요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사회 정의를 증진시키고 또한 주님의 계명을 명심하여 자기 수입에서 가난한 이들을 도와 줄 의무도 있다."(‘교회 법전’ 222조)

아무튼 이렇듯 '의무'이다 보니 교무금에 관한 의무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신자는 교회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괜한 과시욕 때문에 어마어마한 납부 금액을 불렀다가 정작 납부를 못하게 된다면 교구 운영에 막대한 어려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무금들은 각 본당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교구에 전달됩니다. 교무금을 어느 정도 낼 수 있는지 각 가정이 책정한 납부 금액들을 합하여 교구가 연간 운영 예산을 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엄청 큰 액수를 불러 놓고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교구 운영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소속 본당에 교무금을 책정하셔야 할 분들은 자신의 수입을 감안하여 이행할 수 있는 금액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재 수입이 없는 분들은 없는 대로 교회 운영에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다.

한 해를 살아 보고 조정할 수 있으니 처음부터 무리하실 필요는 없다고 여겨집니다. 중요한 것은 정해진 날짜에 정성껏 기쁘게 봉헌하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얼마를 내야 합당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신자분을 위해, 농촌에서 활동하는 어떤 신부님은 월수입 기준 몇 퍼센트를 교무금으로 내면 좋은지, 즉 수입에 따른 기준 액수가 적힌 교무금 납부 카드를 친절히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면담 가능합니다.

어느 덧, 한 해가 마감 분위기로 기울어 가는데, 대림절을 앞둔 이즈음이 되면 제가 어릴 때 다니던 본당 주임 신부님이 미사 마지막, 공지 시간에 자주 언급하신 단어가 교무금이었다는 아련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평소에는 안 하시다가 연말이 되면 돈 이야기를 하셨는데 미사에 참석한 교우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 가책을 느끼는 표정일 수도 있고, 성당에 왔는데 자꾸 돈 이야기를 왜하나 언짢은 표정일 수도 있었겠습니다.

나이 들어 회상해 보니, 성당을 지어놓고 진 빚을 갚아야 했을 본당 주임신부님의 부담감도 느껴집니다. 부유한 신자들이 교무금을 기부금 형식으로 더 많이 내 준다면 본당 운영에 그만큼 더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을 위한 사목에 대해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사실 본당을 책임져 본 적이 없어서 교무금과 관련해서 신자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계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교무금의 근본 취지는 교회를 가꾸고 사목을 원활히 하는데 함께 힘을 모으자는 데 있으니 각자의 처지에 걸맞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도움을 주려는 마음가짐이 우선 필요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을 위해 주체적으로 기쁘게 참여할 수 있기를 빕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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