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문 번역 관련 자의교서 '대원칙' 잘못 해석 말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전례들이 라틴어 원문에서 지역언어로 어떻게 번역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로베르 사라 추기경이 쓴 글을 공개 교정했다.

사라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전례문에 관해 최고책임을 지닌 부서인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이다. 그는 지난달 교황이 자의교서를 내 번역방식을 바꾼 데 대한 글을 10월 14일 한 프랑스 잡지에 썼다.

그러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22일 교황청 공보실을 통해 이 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교정하는 문서를 발표한 것이다.

이 교정문에서 교황은 교황청은 더 이상 세계 각지의 주교회의로부터 받는 번역문을 “자세히 단어 대 단어로 맞게 번역됐는지 확인하는 시험”을 수행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밝혔다.

이 문서는 사라 추기경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띄고 있지만, 교황은 또한 이 문서가 사라 추기경의 글이 처음 실린 <롬므 누보> 웹사이트에도 실리기를 요청했다.

이 편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라 추기경에게 이렇게 말했다.

“관련 전례문들을 어떤 한 언어로 옮기는 절차는.... 경신성사성에서 번역문을 건네 내려 해당 주교회의에 ‘강제’(imposition)의 정신이 생각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교회법에 나온 주교들의 권리를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라 추기경은 자신의 글에서 경신성사성이 보기에 어떤 주교회의의 번역문이 라틴어 원문에 충분히 가깝지 않을 때는 경신성사성이 새 번역문을 내려 보낼 권한이 있는데, 교황의 이번 자의교서는 이 권한을 없애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자의교서 ‘대원칙’(Magnum Principium)은 경신성사성이 지난 2001년에 발표해 지금까지 전례문 번역의 기준이 되어 온 훈령 '진정한 전례'(Liturgiam Authenticam)의 상당 부분이 “재고”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며, 일부 문장들은 이번 새 자의교서에 의해 (이미) 폐기됐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전례’는 라틴어에서 번역할 때는 “그 내용을 하나도 빠트리거나 더함이 없이, 가장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 로베르 사라 추기경.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사라 추기경에게 전례 관련 번역문은 “삼중 충실성”(triple fidelity)을 갖춰야만 한다고 말해 줬다. 즉, 라틴어 원문에 충실해야 하고, 그 라틴어가 번역되는 현지의 언어에 충실해야 하고, “그 번역문을 쓸 사람들에게 그 내용이 이해될 가능성에” 충실해야 한다. 교황은 이번 교정문에서 “‘번역문은 ’진정한 전례’의 규정들에 맞게 모든 점에서 들어맞아야 한다는 (생각은) 과거에는 그랬지만 ‘대원칙’은 이제 그런 생각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특히 ‘진정한 전례’의 79-84항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원칙’은 10월 1일부터 발효했으며, 이에 따라 전례 관련 번역의 책임 대부분은 교황청에서 지역별 주교회의로 넘어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문서에서, 전례가 사람들에게 더 잘 이해되도록 해야 한다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요청이 “더욱 명확히 재확인되고 실천”되도록 하기 위해 번역 절차를 바꾼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회는 올해 ‘진정한 전례’의 지침에 맞춰 새로 개정한 새 ‘로마 미사경본’과 ‘미사통상문’ 등을 발간했으며, 42년 만에 새로 나온 이 미사경본은 2017년 12월 3일 대림 제1주일부터 공식 사용한다.

미사통상문 중에서 개정된 중요 부분으로는, “또한 사제와 함께”라는 신자들의 응답이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바뀌었으며, 감사기도에서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가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로, 영성체 전에 “제가 곧 나으리이다”라고 응답하는 부분은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로 바뀌었다.

또한 경신성사성의 의견과 결정에 따라 “예수 성탄 대축일”은 “주님 성탄 대축일”로, “예수 부활 대축일”은 “주님 부활 대축일”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이는 라틴어 명칭에서 ‘Dominus’(주님)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한국교회 신자들의 문화와 관습을 반영해 그간 대축일 미사로 지내오던 설과 한가위 미사는 등급이 크게 낮아져 '기원 미사'가 됐다.

그리고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경신성사성 장관 사라 추기경에게 이러한 행위는 (지역)주교들의 권리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공개 교정해 준 것이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vatican/francis-corrects-sarah-liturgical-translations-not-be-imposed-vat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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