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독자분들은, 미사 중에 사제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Dominus vobiscum)라고 축복의 인사를 하면, 회중들은 “또한 사제와 함께"(Et cum spiritu tuo)라고 응답의 축복을 하였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미사 경본"의 표현이 바뀌면서, 신자들은 “또한 사제와 함께”를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바꾸어 응답하게 되었습니다.

이 바뀐 표현에 대해 주변의 지인들은, 입에 익숙치 않아 불편하기도 하지만 신자들에게는 “영"(spiritus)이 없고 성직자들에게만 있는 것이냐? 하는 질문과 더불어 불편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매우 타당한 문제제기입니다. 이에 대해 우선적인 답을 드리면, “사제의 영과 함께”는 예전에 의역하여 응답해 왔던 “사제와 함께”를 본 뜻대로 번역하면서 드러난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라틴어 원문를 그대로 번역한 표현은, “그리고 너의 영과 함께"(Et cum spiritu tuo)가 될 것입니다. 이것을 어법에 맞게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다듬은 것이죠.

그럼, 직역을 하려면 “그리고 너의 영과 함께”로 할 것이지! 할 분들도 계시겠네요. 그러나 미사의 분위기상 그렇게까지 거칠게 번역하지는 않았다고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얼마 전에 "미사 경본"의 표현이 바뀌면서, 신자들은 "또한 사제와 함께"를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바꾸어 응답하게 되었다. ⓒ김용길

그렇다면, “영”이 얼마나 중요하여 해석에 넣고자 하였나? 하는 질문이 남습니다.

“초기 교회의 전통과 교부들의 증언은, “Et cum spiritu tuo”의 ‘spiritus’가 사제의 영혼이 아니라 그가 서품식 때 받은 성령과 그 성령께서 주시는 직무수행의 은사를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인사는 사제가 서품식 때 받은 이 성령의 은사로써 주님의 뜻에 따라 특별하고 초월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함을 가리킨다는 해석으로 수렴된다.”(신호철,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경향잡지> 2017년 2월호, 74쪽)

그리고 이 “영”은 교부들의 해석에 의하면, “은총"(gratia)이나 “은사"(charisma), 또는 “선물"(donum)이기도 합니다. 즉, 은총으로 받은 영을 통해 사제는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같은 책 참조)

그러니까, “영”이 가지는 은총의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 예전의 해석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고, 전통적인 해석을 담아내고자 한 표현이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인 것입니다.

덧붙여서, 사제와 부제의 직무가 구분되기에 부제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인사할 때는, “또한 부제의 영과 함께”로 응답한다는 것도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조금 편해지셨나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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