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전임자들보다 교체 오히려 적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에 선출되고 겨우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첫 언론 인터뷰를 했고, 그 뒤로 (이전 교황들과 달리) 끊임없이 인터뷰가 이어졌다.

첫 인터뷰를 한 매체는 로마에서 나오는 예수회 잡지인 <치빌타 카톨리카>였다. 이 매체는 전 세계 여러 예수회에서 동시에 여러 언어로 출판된다.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많은 사람이 자신에 대해 몰랐던 사항을 많이 공개했다.

새 교황이 말했던 것들 가운데 하나는 지도와 교회 통치에 관한 자신의 스타일이었다. 그 발언들은 그 뒤로 그가 교황청을 어떻게 꾸려 오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가 되어 왔지만, 다음 말이 특히 눈에 띈다.

“나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맡기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믿습니다. 그 또는 그녀가 진짜 아주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나무라지 않아요.”

그가 교황으로 일한 지난 4년하고도 여덟 달을 되돌아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전임자들에게서 물려받은 교황청 관리들에게 전적인 신뢰를 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누군가를 꾸짖거나 교체한 것은 몇 되지 않는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모습이 있기는 했지만, 로마 교황청의 연속성이라는 일종의 패턴을 따랐다.

그간 대부분의 교황은 자신이 교황이 되고 나서 5년 안에 교황청의 고위 지도부를 크게 바꿨다. 더 빨리 그런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런 일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는데, 전에 있다가 바뀐 사람이 아무 실수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직전 두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나 베네딕토 16세만큼 빠르게 교황청 지도부를 재조립하지 않았다.

대부분 추기경들이 수장을 맡고 있는 교황청의 36개 정도 주요 부서(성, 평의회, 법원 등)를 조사해 보니 현 교황은 오직 8군데만 수장을 바꿨을 뿐이다.

이와 달리 요한 바오로 2세는 16군데를 교체했고, 베네딕토 16세는 18군데를 교체했다. 각자의 첫 5년 재위 중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8군데 수장 외에, 11군데의 차관, 사무총장 등 해당 부서의 2인자 자리를 교체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4명을 교체했고, 베네딕토 16세는 15명을 교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번째 인사는(즉위 뒤 한 달도 안 되어) 작은 형제회 소속인 호세 로드리게스 카르발로 신부를 수도회성의 대주교가 맡는 차관에 임명한 것이다. 그는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총장을 맡은 적이 있었다. 이처럼 인사가 빨랐던 것은 이 자리가 이미 6달이나 비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임명한 다른 주요 직책 가운데 둘, 즉 국무원장(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가톨릭교육성 장관(주세페 베르살디 추기경)은 은퇴연령에 이른 이들을 교체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오직 한 건만, 즉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이 5년 임기를 채웠을 때 (관례대로) 그의 임기를 한 번 더 연장시켜 주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대신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자리에 루이스 라다리아 대주교(예수회)를 앉혔는데, 그는 그간 신앙교리성 차관을 맡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교황청 내 가장 열렬한 동맹자였던 추기경 두 명을 갑자기 제거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첫 번째는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인데, 그는 성직자성 장관을 맡고 있다가 내사원장이 됐다. 내사원은 교황청의 세 법원 가운데 하나로, 주로 자동파문의 벌, 성사 장애 등을 풀어 주는 문제를 맡는다.

다른 한 명은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인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교황청의 대법원 격인 대심원장에서 해임하고 몰타기사단의 수호자 추기경(담당 추기경이라는 명예직)에 임명했다.

피아첸차 추기경과 버크 추기경은 잘린 게 아니다. 이들은 (다른 자리에) 전보됐고 (다른 이로) 교체됐다. 피아첸차 추기경은 베니아미노 스텔라 추기경으로, 그리고 버크 추기경은 도미니크 망베르티 추기경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밖에 두 주요직을 교체했는데, 그는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을 전보시킴으로써 그렇게 했다. 주교시노드 사무국을 9년이나 맡고 있던 니콜라 에테로비치 대주교를 독일 주재 교황대사로 내보내고 그 자리에 지금의 로렌초 발디세리 추기경을 임명했다.

또한 거의 6년간 경신성사성 장관이던 안토니오 카니사레스 요베라 추기경을 스페인 발렌시아 교구장으로 임명하고, 그 자리에는 사회복지평의회 의장이던 로베르 사라 추기경을 임명했는데, 사라 추기경은 그 뒤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수없이 부딪혔으나 아직도 직위를 잃거나 밀려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여러 교황청 평의회를 합치거나 없애고 새로운 부서를 만들었으므로 당연히 새 자리에도 사람을 임명했다. 호주에서 조지 펠 추기경을 불러와 새로 만든 재무원을 맡겼고, 지금의 케빈 패럴 추기경을 미국 댈러스 교구에서 불러와 평신도가정생명부서를 맡겼다.

이 밖에 여러 인사이동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자기 친구나 친지로 자리를 다 채웠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 앞에 교황들보다는 덜 그랬다.

도널드 우얼 추기경 (사진 출처 = LA CROIX)

75살이 넘은 추기경

워싱턴 교구의 도널드 우얼 추기경은 현재 주교들의 통상 은퇴연령인 75살이 넘었지만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23명의 추기경 가운데 하나다. 이들 가운데 7명은 로마의 부서장이고, 나머지 16명은 우얼 추기경처럼 지역 교구를 맡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그의 전임자들과 별 다르지 않게, 주요 지위에 있는 주교들이 75살을 1-2년 더 넘게 있도록 해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보다 더 연장해 주는 경우는 아주 드문 예외다. 그는 대개 어떤 추기경이 77살 생일을 맞으면 그때 즈음에 사임서를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일요일에 그 많은 촛불을 불어 끌 사람이 누구일까?

그렇다, 도널드 우얼 추기경이다.

그는 아직까지는 워싱턴 교구장으로 머물도록 허락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목 지향들과 교회개혁 전반을 지지하는 핵심인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곧 은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2주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10월 27일부터다. 그때 그는 바티칸에서 교황과 개인 면담을 했다.

그 면담은 몇 가지 질문을 낳았다

단지 면담 시기와 그의 77살 생일이 우연히 겹친 것일까? 아니면 두 사람이 다음 워싱턴 대교구장 후보들을 놓고 토론한 것일까? 우얼 추기경은 (주교 임명을 관장하는) 주교성의 위원이기도 하고, 누가 자기 후계자가 될지에 대해 발언권이 클 것이다.

또한 그가 지금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교황이 그를 로마로 불러 다른 자리를 맡기는 것이 아닐까? 77살이기는 하지만 우얼 추기경은 건강이 좋고 신체상태도 최상이다. 그는 뛰어난 행정능력을 인정받았고 교황의 강력한 지지자이므로, 바티칸에 가서 공식적인 일, 아니면 비공식적으로라도 뭔가 하는 것이 교황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우얼 추기경의 77살 생일은 미국 주교회의가 다음주에 볼티모어에서 정기 추계총회를 시작하기 딱 하루 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의 사임을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아마 그 자리에는 새 교구장이 참석하도록 만들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더 궁금하게 만들려는지, 교황은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이번 총회에 보내 개회미사를 주례하고 강론을 하도록 했다. 흥미롭게도, 파롤린 추기경이 참석하는지 확인해 달라는 언론들의 요청을 주교회의는 거부했다.

(편집자 주- 미국 주교회의 추계총회는 11월 13일 시작했다. <바티칸 라디오>에 따르면 파롤린 추기경은 미국 주교들에게 미국이 당면한 문제들에 예언자적으로 증거하며, 더 정의롭고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하라고 촉구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을 뿐

미국 주교들이, 한 묶음으로 볼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의 사목자들 안에 심어 주려 애를 써온 직무의 스타일과 비전을 가장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이 아니었다는 것은 아무런 비밀이 아니다. 교황은 그가 낸 가장 중요한 문서인 ‘복음의 기쁨’에서 “사목적 선교적 쇄신”(pastoral and missionary conversion, 25항)을 요청했는데 이를 환영하고 또 이 문서에 고무된 미국 주교들은 일부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파롤린 추기경을 보내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미국 주교들이 변화의 길에 올라서도록 다시 한번 노력하는 것이다. 특히 사고방식의 변화가 중요한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전체에 걸쳐 이를 되풀이해서 깨우치려 애를 써 왔다.

총회에 앞서 새 워싱턴 대주교가 발표되면, 그가 누구이냐에 따라, 교황이 미국 교계제도의 체질을 바꾸려는 또 하나의 시도가 될 것이다.

우얼 추기경의 교체에 관한 여러 소문들이 있었다.

샌디에이고 교구의 로버트 매컬로이 주교가 가장 많이 입에 오른다. 하지만 당연히 다른 후보들도 있다. 다음 워싱턴 대주교는 이미 워싱턴에 살고 있으며 여러 워싱턴 보좌주교들 가운데 한 명일 수 있다.

아니면 아직 주교가 아닌 그냥 평사제일 수도 있다.

앞으로 며칠 새에 발표가 나지 않더라도, 몇 주나 몇 달 안이면 우리는 알게 될 것 같다.

 

기사 원문: https://international.la-croix.com/news/the-fabled-hermeneutic-of-continuity-francis-style/6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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