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의 전례 수장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제들에게는 장애

특히 관광철에, 내가 전례일을 하고 있는 교회에는 (해외) 방문객이 많다. 그들 가운데 놀랄 만큼 많은 이들이, 대개는 여성인데, 우리가 하고 있는 전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투로, 자기네 나라에서 자기들은 라틴어 미사에만 간다고 반드시 내게 말하곤 한다. 내가 그에 대해 뭐라고 말하거나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한번은 그런 여성 한 사람에게 라틴어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자기는 라틴말을 모르지만, 영어 미사경본을 써서 그 (라틴어) 미사의 기도를 따라간다고 했다. 그 경우 당신은 라틴어 미사가 아니라 영어로 하는 미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해 주려다가 참았다.

그들이 입은 옷이나 보석 치장, 그리고 그들이 일본에 관광객으로 올 여유와 돈이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건대 나는 이들이 고향에서 미사에 함께 참석(이들은 “거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하는 이들에 그리스도의 가난한 이들이 하나라도 포함돼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 특별 양식의 라틴어 전례를 선호하는 이들 가운데 가난한 이 혹은 심지어 중산계급은 도쿄에 올 형편이 안 될 것이므로, 나는 그런 (가난한 이로서 전통 양식 라틴어 미사를 좋아하는) 이를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가난하거나 중산층인 신자들이 자기가 그 예배에서 한 부분이 된다고 느끼지 못할 그런 미사에서 환영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불공정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도쿄의 벚나무는 앞으로 한두 주 안에 곧 필 것이고, 우리는 다시금 관광철을 맞을 것이다. 도쿄가 세상에서 가장 넓은 대도시일뿐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대도시가 될 약 2주간의 벚꽃철을 기다리면서, 관광객들에 대한 걱정이 든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들이 강력한 우군을 데리고 나와 맞설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인 로베르 사라 추기경이다. 쉽게 말해, 사라 추기경은 전체 교회의 전례 문제를 책임진 교황청 고위성직자다.

그는 경신성사성 장관으로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 이래로 교회의 예배에서 이뤄진 바(개혁)에 적대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목요일의 발씻김예식에 (공식으로) 여성이 포함될 수 있도록 조항을 만들라고 했을 때, 사라 추기경은 1년 넘게 실행을 늦췄다. 미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혁 이전처럼) 사제가 신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거행되어야 한다고 그가 주장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의견을 교정 조치했다. 전례문의 번역 권한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직후처럼 다시 지역 주교들에게 주는 것을 교황이 지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그가 축소 해석해서 발표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공개 질책했다. 사라 추기경은 최근에는 영성체를 할 때 성체를 손으로 받는 것은 악으로, 악마의 짓이라고 공격했다.(편집자 주- 공의회 개혁 전에는 혀를 내밀고 혀로 직접 받았다.)

예배를 할 때 세상의 가톨릭 신자 대다수와 절대 한패가 되기를 원하지 않으면서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인) 사라 추기경이 자기들 편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만나면, 그런 일이 여기 도쿄에서는 자주 일어나는데, 도대체 뭐라고 말해 줘야 할까?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 로베르 사라 추기경.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교황청 부서장들의 임명은 그들의 전문성, 심지어는 그들의 관심사와도 전혀 상관없이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유일한 자격은 빨간 모자를 쓴 추기경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사라 추기경은, 이 사람은 교회 전례의 역사 또는 신학을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이 자격을 갖췄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자격이 물론 하나 있는데, 그것은 교황이 그들을 임명하고 그들이 그 자리를 계속 앉아 있다는 것이다. 교황이 원하니까 그들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므로. 만약 무지한 신심을 지닌 사라 추기경이 계속 그 자리에 있다면, 그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런데 내가 거기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사라 추기경을 교황청 안의 현 직위에 계속 앉혀 둘 이유가 있음이 분명하지만, 교회가 실제 생활해 나가는 현장에서는 그러한 교황의 이유들은 별 실효성이 없거나 심지어 의미조차 없다. 교황이 그를 (부대가 나갈 방향을 알려 주는) 전례에 관한 향도병으로 계속 두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교황청 밖에서 교회 생활을 하는 우리 같은 이들에게는 전혀 도움도 안 되고 쓸모도 없다.

이제는 사라 추기경이 분홍색 해고통지서를 받을 때다. 실제로 (미국에서 전해져 오는 것처럼) 분홍색 종이가 사람들에게 해고통지를 할 때 쓰였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하지만, “그 사람, 분홍색 종이를 받았대”라는 문구는 그가 잘렸다는 뜻이 되었다.

얼마나 많이 규범을 어기고 교황에게 공개 교정을 받아야 사라 추기경은 분홍 해고통지서를 받을 것인가?

사라 추기경을 쫓아낸다고 해서 우리 본당에서는 라틴어 미사를 전혀 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불만스러워 하는 이런 방문객들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이들이 사라 추기경이나 그의 권위를 동맹자나 무기로 이용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프란치스코 교황님, 당신에게는 그를 그 자리에 계속 앉혀 둘 무슨 이유들이 있든 간에, 그 이유들을 알 위치에 있지 않고 아마도 그런 이유를 공유하지도 않을 우리들을 생각해 주시어, 우리의 삶과 직무를 조금만 더 편하게 만들어 주십시오.

(윌리엄 그림 신부는 메리놀회 소속으로, <아시아가톨릭뉴스> 발행인이며,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thoughts-on-cardinal-sarah-a-pink-slip-for-a-red-hat/81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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