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얼마 전에 속풀이 앞으로 어떤 신자께서 두 가지 질문을 해 오셨습니다. 혼인과 관계된 두 가지 사례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하셨습니다.

관면혼 없이 혼인, 현재 이혼위기, 이럴 때 영성체를 하려면?

첫째 사례를 먼저 풀어 보도록 하지요.

▲ 결혼식, 피에트로 롱기.(1701-81)
가톨릭 신자인 김 안젤라 씨는 비신자인 박 씨와 결혼하였습니다. 안젤라 씨는 결혼 당시 관면혼배(배우자가 비신자인 경우 몇 가지 동의를 구하고 하는 혼인)를 하지 않아서, 즉 교회법이 정한 혼인형식을 따르지 않은 상태(혼인형식장애)를 유지하고 있기에 지금까지 영성체를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자녀가 첫영성체를 받게 되면서 안젤라 씨도 영성체를 다시 하고 싶어졌습니다. 교회법에 따라 안젤라 씨가 처한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안젤라 씨와 그의 남편 박 씨가 함께 본당 사제를 찾아가 상의한 뒤, 관면혼을 받는 것으로써 해결됩니다. 그러나 안젤라 씨의 남편은 4년 전에 집을 나가 다른 여자와 동거를 하고, 종종 집을 찾아와서는 폭행을 일삼는 등, 가족들을 너무 힘들게 합니다. 이것 때문에 안젤라 씨는 사회법적으로 이혼(이것에 관해서는 “신자가 민법상 이혼을 하면 조당(혼인장애)에 걸려 성사생활을 못하나요?”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을 하여 잘못된 상황을 정리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경우에 안젤라 씨가 다시 성사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현재 상태로, 안젤라 씨는 혼인장애에 처해있는 상태이며, 이로 인해 성체를 모실 수 없습니다. 영성체를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결혼이 유효함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배우자인 박 씨와 함께 본당을 찾아가면 됩니다. 즉, 관면혼을 받으면 됩니다. 그러나 남편 박 씨의 현재 상태로 봐서는 함께 성당에 찾아갈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방법은 있으니 관할 본당 사제를 찾아가 상의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정황을 파악하여 본당사제는 대안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간단한 절차를 걸쳐 현재의 결혼을 교회가 인정하게 되면(즉, 관면혼을 받은 셈 치는 것이지요), 고해성사를 통해 그 전까지의 삶을 정리하고 다시 영성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당연히 본당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지요.

민법상 이혼을 한다고 해도 영성체 등의 성사생활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계속 아이를 키우며 혼자 사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문제는 다시 재혼을 하고 싶을 때 일어납니다. 이런 상황이 예상된다면, 교회법원에 가서 혼인무효신청을 해야 합니다. 절차를 밟아 전의 결혼에 대해 무효가 인정되면, 아무런 장애 없이 재혼을 할 수 있습니다. 혼인무효신청에 대해서도 본당사제와 상의하시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신자 부부의 이혼, 재혼, 그리고 세례 준비

다음은 둘째 사례입니다.
결혼 당시 양쪽 다 비신자였던 이몽룡 씨와 성춘향 씨는 결혼하여 살다가 몇 년 전 이혼을 했습니다. 몽룡 씨와 헤어진 뒤, 춘향 씨는 다른 누군가와 재혼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살아오다가 춘향 씨는 신앙을 가지고 싶어 최근에 동네 성당에서 예비자 교리를 받으며 세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춘향 씨는 혼인장애에 걸려있는 건 아닐까요?

신자가 되실 것이기에 혼인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민법상 이혼을 한 것이 장애가 아니라 재혼을 한 것이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바오로 특전’을 확대 적용하여 간단한 서류 작성을 통해 장애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회법원에 찾아가 해야 하는 혼인무효신청과 같은 절차를 밟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오로 특전은 이방인들의 사도였던 바오로의 이름을 빌어, 비신자들이 신앙을 택하고 신앙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춘향 씨는 지금까지 비신자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리스도 신앙을 택하여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춘향 씨의 신앙생활을 위해 간단한 절차를 거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바오로 특전을 적용받기 위해서도 역시 본당 사제를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관할 본당에 필요한 서류 양식이 다 있습니다.

애초에 이런 거 몰랐던 이들에게 뭘 이런 복잡한 듯이 보이는 이야기를 하느냐 짜증내실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리스도 신앙을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교회는 혼인과 관련된 책임감 역시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몰랐으나 이제는 인식해야 하는 것이 생긴 셈입니다. 어떤 이는 이런 책임지기 싫어서라도 신앙 필요 없다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신앙을 선택하고 말고는 개인의 몫이니 어쩔 수 없고, 지금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그리스도 신앙을 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해당되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런 사례들에 대해서는 본당 사목을 하시는 분들이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당에서 실제로 이와 같은 일들을 도와드려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혼인관계 질문이 들어오면 일단 위축되기부터 합니다. 결국, 저 역시 교회법 전문가들께 도움을 청해 함께 알아 가고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위해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창피하다 정신없다며 피하지 마시고, 사목자들의 도움을 청하시기 바랍니다. 사목자들의 존재 이유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입니다.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 마시고 용기 있게 문을 두드려 보세요. 열릴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