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관면혼배. (이미지 출처 = Pixabay)

관면혼배에 대해 쉽게 가질 수 있는 오해가 있습니다. 오늘은 이것을 좀 정리해 봐야 하겠네요.

결혼을 하려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은 사람이고 상대는 다른 교파에서 세례를 받았거나 아예 비신자인 경우에, 교회법의 시각에서 본다면 결혼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교회법상 합법적인 결혼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시다시피 “관면” 혼배라는 것이 마련된 것이죠.(교회법 제1124조 참조) 즉, 어떤 조건을 수용한다면 교회는 그들의 결혼을 허락한다는 뜻입니다.

그 조건은 우선, 가톨릭 신자인 쪽에서 결혼 뒤에도 자신의 신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녀들을 가톨릭 교회에서 세례받도록 하고 신앙교육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리고 이 약속의 내용을 결혼하려는 상대편에 고지하여 그쪽이 가톨릭 신자인 짝이 가지는 약속과 그에 따른 의무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둘이 함께 혼인의 목적과 본질적 특성에 대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교회법 제1125조 참조) 

언급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 한 교회는 혼인성사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잘 보셔야 하는 것은 이 조건의 수용자가 우선, 비신자 혹은 비가톨릭 신자가 아니라 가톨릭 신자라는 점입니다. 약속을 하고 그것을 비신자 쪽에 인지시켜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신자 쪽에서 실제로 움직여야 하는 것은 3항에 나오는 교육을 함께 이수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비신자 혹은 비가톨릭 배우자는 사실상 관면을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인지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인지하고, 알리고, 교육을 받는 일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의 공적인 인정을 받기 위해 소정의 절차를 밟게 됩니다. 신자 사이의 결혼이건 신자와 비신자 사이의 결혼이건 결혼을 하려는 두 사람은 관할 본당 사제를 찾아가 혼인면담을 하게 됩니다. 관면을 받아야 하는 경우, 관면서를 작성하면서 이때 앞서 언급한 신자 쪽 약혼자의 약속과 의무를 비신자 쪽에서 인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따라서, 혼인면담 중에 작성하게 되는 관면서에 서명을 한다는 뜻은 비신자 쪽이 그 약속과 의무에 대해 서약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 측의 약속과 의무를 인지하고 있다는 확인입니다. 서명을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속풀이 질문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동의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하고 말고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즉, 서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신자 측에서 신자 측의 약속과 의무를 여전히 모른다는 뜻이기에 관할권자(본당 사제)는 교회법에서 고지해야 하는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게 됩니다. 

내용을 알고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서명인데도 서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결혼을 교회 안에서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며, 신자 측 약혼자의 신앙을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만에 하나 신자 측 약혼자가 비신자 측의 태도를 존중하고 그의 의견에 따르는 쪽으로 움직이는 경우, 교회는 신자의 신앙을 보호해 줄 아무런 방법도 찾을 수 없겠죠. 실제로는 신자 측에서 성사생활을 거부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입니다. 

배우자를 찾는 주변 청년들이 물어오면 저는, 가능한 한 신자를 찾아보라고 권합니다. 부부생활 자체나 자녀 양육에 있어서도 신앙문제로 갈등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어려울 때 같은 신앙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려는 부부들의 체험은 매우 큰 울림을 줍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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