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지금까지 부모님 댁에서 함께 살다가 며칠 뒤에 독립을 하게 될 지인이, 가톨릭 평신도 개인이 성수(聖水)를 사용하는 경우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그 사용과 관련한 적당한 기도가 있는지에 대해 물어 왔습니다. 앞으로 살게 될 집을 축성하고 싶다고 합니다. 전세를 들어가는 집이라 사제를 모시고 하기는 좀 너무 거창한 듯 느껴져서, 가족끼리 모여 소박하고 경건하게 전례를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혹시 속풀이 독자 분들 중에도 그런 분이 계실지 몰라 함께 나눠도 좋을 듯하여, 성수의 사용 설명을 이곳에 다루고자 합니다. 이 주제는 사실 처음 다루는 것이 아니므로, 함께 권해 드리고 싶은 기사가 있으니 바로, 예전의 속풀이 중에 있는 "성수와 성유는 어떻게 만드는가?”입니다.

성수는 어디 유명한 성지에서 퍼온 물이 아니라 사제가 전례를 위해, 특별히 신자들을 정화시키는 예식을 위해 축성하는 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개인을 악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의미도 가집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성당 안에 들어설 때 입구에 놓인 성수반에서 성수를 찍어 십자성호를 그으며 입장합니다. 즉, 성수를 통해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고 기도나 전례에 참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때 눈여겨 보셔야 할 것이, 성수대 위에 친절하게 적힌 기도문입니다. 보통 “오 주여, 이 성수로 내 죄를 없이 하시고, 마귀를 쫓아 버리시고, 악한 생각를 버리게 하소서.”라고 적혀 있습니다.

성수가 갖는 정화의 힘 때문에, 종종 주일미사에서 참회예식 대신 신자들에게 성수를 뿌리는 예식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이런 뜻을 확장하여 보면, 집을 축성하는 것은 그곳에 살게 될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그 공간 안에서 정화되고, 악으로부터 보호를 받도록 기원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성수를 가지고 이뤄지는 축복 예식은 ‘축복예식서’를 통해 어렵지 않게 거행할 수 있습니다. 평신도가 성수를 써서 집전할 수 있는 축복 예식들은, 가정, 어린이, 새 집, 갖가지 교통수단의 축복 등과 같은 것입니다. 예식서를 주의 깊게 보시면 평신도가 예식을 진행할 때 쓰는 권고문 등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병자들의 축복 예식도 평신도가 할 수 있지만 성수는 쓰지 않습니다.(대신, 가능하다면 병자 스스로 성수를 찍어 성호경을 그을 수 있겠습니다)

성수를 축복하는 예식에서 사제는 예식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이 성수로 이미 받은 세례를 기억하며 수난과 부활로 우리를 구원해 주신 그리스도를 생각합시다.” 이처럼, 세례가 주는 새로운 삶, 곧 부활, 그리고 물로 상징되는 생명과 ‘정화’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고, 성수를 이용한 축복 예식에 임하시면 되겠습니다.

마음가짐은 그렇게 정성껏 준비할 수 있는데, 전례도구가 마음에 걸리실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니까, 성수채와 성수그릇을 사야하나...? 고민하실지도 모를 분들에게 조언을 해 드리자면, 그냥 성수병에 성수를 담아 뿌리는 방법이 가장 손쉽다 할 수 있습니다. 이것보다 좀 더 멋진 방법은, 성수를 찍어 뿌리는 성수채와 그릇을 따로 준비해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비용을 써 가며 구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입이 넓고 갈라진 나뭇잎(예를 들어 종려나뭇가지)을 성수채로 준비해 두고, 입이 넓은 그릇에 성수를 담아 성수그릇으로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예식 주례자가 예식서 상의 권고문과 기도문을 읽은 뒤, 나뭇가지에 성수를 찍어 뿌리면 됩니다. 뿌릴 때 꼭 십자가를 긋지 않아도 됩니다. 자연스럽게 성수가 퍼져 뿌려지도록 하는 것이 요점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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