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정의평화 다큐멘터리상도 시상

(사)저스피스가 제27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자로 스리랑카실종자가족협회(ARED)를 선정하고 11일 시상식을 열었다.

올해는 <뉴스타파>와 저스피스가 공동 제정한 ‘지학순정의평화 다큐멘터리상’ 1회 시상도 함께 진행했다. 작품상은 박봉남 감독의 '1980 사북', 감독상은 김태일 감독이 받았다.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공동 주최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위당사람들, 국제민주연대 등과 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자유언론실천재단 이부영 고문 등이 참석했다.

제27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자 스리랑카실종자가족협회 (왼쪽부터) 사로야 칸타사미 활동가와 릴라데비 아난다나다라야 사무총장. ⓒ정현진 기자&nbsp;<br>
제27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자 스리랑카실종자가족협회 (왼쪽부터) 사로야 칸타사미 활동가와 릴라데비 아난다나다라야 사무총장. ⓒ정현진 기자 

스리랑카실종자가족협회, 부당한 폭력으로 가족 잃어버린 어머니들의 목소리
“강제 실종은 개인에 대한 범죄이자 인류에 대한 범죄”

시상식에는 릴라데비 아난다나다라야 사무총장과 사로야 칸타사미 활동가가 함께했다. 이들은 모두 강제 실종으로 아들을 잃었다. 가족협회는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며 수년, 수십 년을 기다려 온 수천 가족들,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기억이 지워지는 것을 거부해 온 어머니들의 것”이라며, “가족협회의 투쟁은 평화와 인내, 인간 존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복수가 아니라 답변, 특권이 아니라 정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스리랑카에서 강제 실종은 독립 직후부터 오늘날까지, 특히 소수 민족인 타밀 공동체를 겨냥한 탄압의 도구로 이용돼 왔다”며, “강제 실종은 개인에 대한 범죄일 뿐 아니라 인류에 대한 범죄다. 가족을 파괴하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며 결코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을 통해 국제적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으며, 우리의 목소리가 국경을 넘어 울려퍼지고, 우리의 투쟁이 결코 잊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 준다”면서,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전했다.

스리랑카실종자가족협회는 스리랑카 내전(1983-2009)과 이후 국가와 무장 단체에 따른 강제 실종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풀뿌리 인권 단체다. 영국 식민 시기의 잔재, 민족 간 정치적 소외 등의 역사적 상황으로 일어난 내전과 이후의 국가 폭력, 혼란 속에서 수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실종자는 2만여 명에 이른다.

2017년 2월, 실종자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활동을 시작했다. 스리랑카 북부 키리토치에서 실종자들의 생사와 행방을 밝히고, 사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청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 3250여 일 지속적인 평화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매년 8월 30일을 ‘강제 실종 희생자의 날’로 정해 실종자 기억과 추모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가족협회는 “강제 실종에서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정의 실현, 피해자 가족의 존엄한 삶”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실종자 생사와 행방에 대한 진상 규명, 정의에 입각한 책임자 처벌 요구, 피해자 가족, 특히 여성과 어머니들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비극적 참사를 기억, 보존해 은폐 시도 저지, 국제적 조치와 연대를 요청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3월 11일 서울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제27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함께 진행한 1회 지학순정의평화 다큐멘터리 수상자와 시상자들. ⓒ정현진 기자&nbsp;<br>
3월 11일 서울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제27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함께 진행한 1회 지학순정의평화 다큐멘터리 수상자와 시상자들. ⓒ정현진 기자 

“1980년, 광주 이전에 사북이 있었다”
낮은 곳을 향한 겸손한 시선과 저항의 연대로

1회 지학순정의평화 다큐멘터리 상은 지난해 지학순정의평화상을 받은 <뉴스타파>가 상금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제정했다. <뉴스타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묵묵히 기록을 이어 가는 많은 다큐멘터리스트들을 응원하고 연대하기 위해 이 상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작품상을 받은 박봉남 감독의 '1980 사북'은 1980년 강원도 태백 동원 탄광에서 벌어진 탄광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과 공권력이 자행한 폭력, 그 과정에서 일어난 지역 주민 사이의 갈등과 반목을 기록했다. 이른바 ‘사북 사건’은 관할 지역 교구인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가 도움을 준 인연이 있다.

감독상을 받은 김태일 감독은 1980년대부터 소수자, 분단, 통일, 인권, 전쟁, 저항 등 한국 근현대사의 문제들 그리고 제3세계 삶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주최 측은 “김태일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추구한 낮은 곳을 향한 겸손한 시선과 불의에 맞서는 저항의 연대 정신을 높게 샀다”고 선정 이유를 전했다.

이날 축사를 전한 김희중 대주교는 스리랑카의 비극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의 모습을 본다고 말하면서, “활동을 하면서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의 감시와 경계, 핍박을 받기도 하고, 철저한 고립과 외로움 속에 서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때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 있어 줄 사람, 함께해 줄 사람”이라며 연대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 수상자들에게 “희망은 어둠 속에서도 잠들지 않는 꿈이며, 삶의 빛이다. 희망은 실패한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한 데서 끝난다”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각자의 희망과 자기 나라의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함께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저스피스는 2020년 ‘지학순정의평화기금’에서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을 위해 헌신한 지학순 주교의 뜻을 이어 1994년 ‘지학순주교기념사업회’로 출발했으며, 이후 들빛회,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저스피스로 이어졌다. 세계 곳곳의 반인권적, 폭력적 상황이 벌어지는 곳에서 일꾼들을 발굴하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과 연대하고 있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은 1997년부터 해마다 전 세계 정의와 평화,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개인과 단체들에게 상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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