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앞두고, '기지촌 여성' 인권 유린의 아픔 기억해
557일째 철거 저지 천막 농성

지난 7일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앞에서 ‘뿔나팔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두고, 폭력과 전쟁 속에서 희생당하고 억압받은 여성들의 인권을 기억하자는 의미를 더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성병관리소 철거를 추진하는 동두천시와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철거 저지를 위한 천막 농성은 557일을 맞았다.

미사 중 발언에 나선 박진균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 1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봉헌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 소식을 전했다.

박 국장은 극우 집회의 조롱과 역사 왜곡 속에서도 우리가 진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결이 같은 피해를 입은 동두천 기지촌 여성들을 위해 우리가 조금 더 기억하고 노력하는 주간으로 삼자"고 말했다.

연대 발언에서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이의환 정책언론팀장은 성병관리소에서 자행된 인권 유린을 고발했다.

그는 “이곳은 여성들을 잡아다 보건증이 없다는 이유로 과다한 페니실린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평생 트라우마 속에 살게 한 공포의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철거 후 숙박 시설을 지어 쾌락과 유흥의 도시로 만들 것이 아니라, 국가가 여성들에게 가한 폭력을 반성하고 아픔을 기억하는 소중한 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3월 7일 동두천 소요산 입구 옛 성병관리소 옆에서 봉헌된 의정부교구정의평화위원회 뿔나팔 미사. ⓒ경동현 기자
3월 7일 동두천 소요산 입구 옛 성병관리소 옆에서 봉헌된 의정부교구정의평화위원회 뿔나팔 미사. ⓒ경동현 기자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경기북부 타운홀 미팅에서도 성병관리소 보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 바 있다.

당시 한 청년이 방치되고 있는 성병관리소를 국가 주도로 박물관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에, 이재명 대통령은 세 가지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개인적으로 이곳을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시장이나 시의회가 아닌 동두천 시민들이 결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단위에서 당장 처리할 수는 없지만, 제한이 있더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공대위는 대통령의 이 발언에 방점을 찍고, 국가가 적극 매입하거나 운영비를 지원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정부는 예산 지원 등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주 대화 자리를 마련했지만, 동두천시는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동현 기자<br>
ⓒ경동현 기자
성병관리소 옆에 차려진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천막과 가림막으로 가려진 성병관리소 전경. ⓒ경동현 기자<br>
성병관리소 옆에 차려진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천막과 가림막으로 가려진 성병관리소 전경. ⓒ경동현 기자

이의환 팀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인터뷰에서 동두천시 행정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팀장은 "동두천시의 소요산 관광 개발 계획 중 성병관리소 철거를 가장 마지막으로 미루거나, 국가유산청이 임시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볼 때까지만이라도 철거를 유보하자는 양보안까지 제시했지만, 시는 여전히 철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주교 신자인 현 동두천시장이 본인의 공약을 뒤집을 ‘명분’이 없어, 정부와의 예산 논의에 응하지 않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곳이 미군 위안부뿐 아니라 일반 성매매 여성들까지 무분별하게 잡아들여 인권을 유린했던 곳임을 강조하며,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최재영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전쟁이나 폭력 속에서 갑작스럽게 희생당한 이들이 모두 연옥 영혼”이라며, 성병관리소를 거쳐 간 피해 여성들과, 일본군 위안부,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중동전쟁의 희생자들과 아픔을 겪은 이들의 안식을 위해 신자들에게 마음을 모아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미사는 2024년 10월 10일 ‘기억과 위로 미사’로 첫 봉헌 이후 18번째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s://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