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6지구·생태환경위, '산황산 생태 보전 미사' 봉헌
지난주 '뿔나팔 미사' 이어 골프장 증설 저지 행동 나서
김승연 신부 "기후위기 마지노선 붕괴... 공동선 파괴 행위“

지난 14일 오전, 영하의 날씨에 고양시청 입구는 생명을 지키려는 기도 소리로 뜨거웠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6지구와 생태환경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산황산 생태 보전을 위한 미사'에는 신자 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미사는 고양시가 표방하는 탄소중립 정책과 모순된다는 지적을 받아 온 산황산 골프장 증설 계획을 비판하고, 개발로 훼손 위기에 놓인 숲과의 연대를 표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자리는 지난해 8월 고양시 6지구 성당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산황산 개발 반대 서명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또한 지난 7일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마두동 성당에서 '산황산 숲 지키기'를 주제로 봉헌한 올해 첫 '뿔나팔 미사'의 열기를 이어받아, 성당 안의 기도를 거리에서 행동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4일 봉헌한 '산황산 생태 보전을 위한 미사'는&nbsp;의정부교구 6지구장 이은형 신부가 주례를 맡았다. 김승연 신부(생태환경위원장)가 강론하고, 상지종 신부(마두동성당 주임), 원동일 신부(안식년)와 신자 50여 명이 함께했다. ⓒ경동현 기자<br>
14일 봉헌한 '산황산 생태 보전을 위한 미사'는 의정부교구 6지구장 이은형 신부가 주례를 맡았다. 김승연 신부(생태환경위원장)가 강론하고, 상지종 신부(마두동성당 주임), 원동일 신부(안식년)와 신자 50여 명이 함께했다. ⓒ경동현 기자

"탄소 중립 외치며 골프장 증설? 기만적 이중 행태 멈춰야"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장 김승연 신부는 강론에서 가톨릭교회가 말하는 '정치'와 '공동선'의 뜻을 짚으며 고양시 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가톨릭교회 교리서에 따르면 공권력은 도덕적 힘으로 공동선을 위해 행사돼야 하는데, 이상 기후가 일상화된 현재 공동선은 지구 환경 보호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 데이터를 인용하며 "2024년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였으며,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기온이 1.6도 올라 파리협정의 마지노선인 1.5도가 이미 붕괴했다"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고양시는 겉으로는 2028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3) 유치를 표방하면서, 안으로는 골프장 확장을 승인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양 정수장과 맞닿아 있는 산황산에 골프장을 증설하는 것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 시민과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는 자기 파괴적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강론하고 있는&nbsp;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장 김승연 신부.&nbsp;ⓒ경동현 기자<br>
강론하고 있는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장 김승연 신부. ⓒ경동현 기자

종교·시민사회·노동계 한목소리, ”포기하지 않으면 숲은 지켜진다“

연대 발언 시간에는 산황산 개발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각계각층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산황산 골프장 백지화 범시민대책위' 김지영 씨는 10년 넘는 반대 활동의 무게를 전했다.

그는 "산황산 숲 소유주 90명 가운데 대다수가 외지인이다. 시민들은 투기 자본에 맞서 10년째 숲을 지키고 있는데, 이동환 시장은 해외 출장에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정작 시민들이 지키려는 공유 자산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는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숲을 사들여 공유지로 만드는 운동까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산황산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자고 제안했다.

인근의 또 다른 개발 사안인 식사동 데이터센터 건립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식사동 데이터센터 반대 비상대책위' 강순모 위원장은 구체적 수치를 들어 기후 위기와 개발 문제를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데이터센터 한 곳이 사용하는 전력 80메가와트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최대 사용 시 26,600가구가 쓰는 양이며, 평시 8만 가구가 쓰는 전기와 맞먹는다"며, 이 같은 시설이 들어서면 "고양시의 전력난을 가중하고, 멀쩡한 나무 1,600그루를 베어 내는 데이터센터 건립과 산황산 골프장 증설은 모두 시민의 삶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난개발이라는 뿌리에서 만난다"고 꼬집었다.

(왼쪽부터) 연대 발언하고 있는&nbsp;산황산 골프장 백지화 범시민대책위 김지영 씨와 식사동 데이터센터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강순모 위원장. ⓒ경동현 기자<br>
(왼쪽부터) 연대 발언하고 있는 산황산 골프장 백지화 범시민대책위 김지영 씨와 식사동 데이터센터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강순모 위원장. ⓒ경동현 기자

노동계는 훼손되는 자연과 소외되는 노동자의 처지를 동일 선상에 놓았다.

홈플러스 고양터미널 노조 지회장 정인숙 씨는 "투기 자본으로 평생 일한 일터가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한 노동자의 현실이나, 개발 논리에 밀려 잘려 나갈 위기에 처한 산황산 나무들의 처지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나무들을 대신해 우리가 외치듯, 자본에 밀려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도 함께 귀 기울여 달라"며 생명과 노동의 연대를 강조했다.

행정 구역을 넘어선 연대의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파주 운정신도시 주민 유형선 씨(아우구스티노, 목동동 성당)는 "산황산은 고양과 파주를 잇는 중요한 바람길이자 생태 축"이라며 "이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발생한 열이 운정신도시로 유입돼 열섬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도심 가까운 그린벨트도 행정 논리로 언제든 개발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가 남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발언 끄트머리에서 그는 침묵하지 않는 신앙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양심을 언급하며, “이 숲을 지키려는 우리의 마음이 분노가 아니라 책임이 되게 하고, 대립이 아니라 회복의 길이 되며, 산황산이 파괴의 기록이 아니라 행정과 양심이 다시 만나는 회복의 증언이 되도록 도와 달라”는 기도로마무리했다.

(왼쪽부터) 연대 발언하고 있는&nbsp;홈플러스 고양터미널 노조 지회장 정인숙 씨와 파주 시민이자 목동동 성당 신자 유형선 씨.&nbsp;ⓒ경동현 기자<br>
(왼쪽부터) 연대 발언하고 있는 홈플러스 고양터미널 노조 지회장 정인숙 씨와 파주 시민이자 목동동 성당 신자 유형선 씨. ⓒ경동현 기자

기도는 행동으로... 현장 방문 등 연대 이어 갈 계획

이날 미사를 주례한 의정부교구 6지구장 이은형 신부는 인터뷰에서 가톨릭교회가 거리로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 신부는 "소송이 지연되고 공사 강행 조짐이 보이면서 개신교 목사님들을 중심으로 기도회가 열려 왔다"며, "천주교도 이에 화답해 힘을 보태고자 오늘 미사를 봉헌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날이 풀리면 신자들과 함께 산황산 현장을 직접 찾아 숲의 아픔을 느끼고 마음을 모으는 시간을 계속 가질 예정"이라며, 이번 미사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숲이 회복돼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지길 바라는 뜻을 기도로 전했다.

의정부교구는 각 지구와 성당 환경 분과를 통해 산황산 문제를 꾸준히 알리고, 지역 시민사회와 연대해 골프장 증설을 막기 위한 활동을 이어 갈 계획이다.

골프장 증설 승인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산황산 숲. (사진 제공 = ‘바로지금여기’ 기후정의영화제)<br>
골프장 증설 승인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산황산 숲. (사진 제공 = ‘바로지금여기’ 기후정의영화제)
14일 고양시청 청사 입구에서 '산황산 생태 보전을 위한 미사' 참여자들이 골프장 증설 계획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경동현 기자<br>
14일 고양시청 청사 입구에서 '산황산 생태 보전을 위한 미사' 참여자들이 골프장 증설 계획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경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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