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유가족과 함께하는 추모 미사 봉헌
사고 원인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목소리 높여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1주기를 맞았다. 성탄의 기쁨이 가득해야 할 연말이지만, 179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은 무안공항 청사 한쪽에는 여전히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눈물 어린 기다림이 이어지고 있다.

소외된 아픔 속에서 시작된 ‘연대 미사’

참사 이후 1년이 흐르며 대중의 기억에서는 점차 잊혀 갔으나, 교회는 고통받는 이들의 곁을 지키기 시작했다. 취재 결과, 무안공항에서 유가족을 위한 미사가 정례화된 데에는 전주교구 문정현 신부의 제안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9월, 문 신부는 사고 현장을 지키는 유가족들이 정부의 미흡한 원인 규명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광주대교구 박공식 신부에게 연대를 요청했다. 이에 박 신부와 무안 성당 민세영 신부가 뜻을 모아 지난 11월 2일 위령의 날을 기점으로 매주 주일 미사를 봉헌하며 유가족들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 29일 열린 미사는 유가족과 함께한 10번째 추모 미사였다.

“조사 결과 납득 불가”... 유가족, 정부 규명 요구

유가족들이 공항 청사에서 노숙하며 1년째 투쟁을 이어 가는 이유는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비행기는 착륙 후 활주로를 벗어나 인근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둔덕)에 부딪히며 폭발했다. 유가족들은 이 구조물이 피해를 키운 결정적 원인이라며, 정부의 책임 있는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조류 충돌이나 비행기 결함보다는 기장의 조종 실수로 몰아가려는 분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가 미국으로 보내지면서 유족들의 조사 참여가 제한되고 있어,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축소·왜곡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광주대교구, "블랙박스 논란... 투명한 자료 공개 촉구"

12월 28일 오후 3시 무안공항 2층 로비에서 광주대교구장&nbsp;옥현진 대주교&nbsp;주례로&nbsp;'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광주대교구)<br>
12월 28일 오후 3시 무안공항 2층 로비에서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 주례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광주대교구)
옥현진 대주교를 비롯한 사제들이 추모 미사에 앞서 사고 현장인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를 찾아 묵념하고,&nbsp;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사진 제공 = 광주대교구)<br>
옥현진 대주교를 비롯한 사제들이 추모 미사에 앞서 사고 현장인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를 찾아 묵념하고,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사진 제공 = 광주대교구)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던 지난 12월 28일 오후, 무안공항 청사 2층에서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 주례로 ‘무안공항 참사 1주기 추모 미사’가 거행됐다.

옥 대주교는 강론에서 정부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정부는 조류 충돌 후 조종사가 엔진을 착오로 끈 것이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라 발표했지만, 블랙박스가 충돌 4분 전부터 저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전원 토털 셧다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가족들이 비밀유지 서약서를 써야만 교신 기록을 들려주는 방식 등 정부의 폐쇄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블랙박스 데이터와 엔진 관련 원본 자료의 투명한 공개를 촉구했다.

옥 대주교는 유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국무총리 산하 독립기관에서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배지에 이어 ‘1229 무안공항 참사 배지’를 가슴에 달겠다고 다짐하며, 정부에 진상 규명 완수와 책임자 처벌, 국가 안전 체계의 전면 강화를 요구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함께 비 맞는 것이 연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관한&nbsp;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추모 미사가 29일 무안공항 2층 로비에서 봉헌됐다. (사진 제공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br>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관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추모 미사가 29일 무안공항 2층 로비에서 봉헌됐다. (사진 제공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 인근 철조망에 걸린 현수막과 추모 리본들. (사진 제공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br>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 인근 철조망에 걸린 현수막과 추모 리본들. (사진 제공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이어 29일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 미사가 진행됐다.

강론을 맡은 전주교구 송년홍 신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및 이재명 정부 출범 등 지난 1년간의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참사에 무심했던 스스로를 성찰했다.

그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중 어느 하나 해결된 것이 없다”며, “연대란 우산을 씌워 주는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비를 함께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와 정치권이 공항 정상화(광주공항 이전 등)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촉구했다.

"유가족이 살아 낼 수 있도록..." 연대 요청

참사로 부모와 남동생을 떠나보낸 유가족협의회 김유진 대표는 “어머님이 마지막 화마 속에서도 기도하시는 모습으로 돌아가셨다”며, “가족을 잃었다는 것은 나를 위해 기도해 주던 사람들의 기도가 멈추었다는 뜻”이라고 말해 참례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는 “지난 1년이 사는 것보다 살지 않는 것이 더 편하겠다고 생각할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며, “유가족들이 살아 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함께 기도하고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협의회의 임정임 이사(글라라)는 “정작 사과해야 할 국토교통부와 제주항공은 침묵하는데, 신부님들이 오히려 너무 늦어 미안하다고 사과하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정현 신부는 인사말에서 교회의 성찰을 촉구하며, “이 큰 참사에 우리 교회가 얼마만큼 마음을 두었는지 생각하면 예수님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 신공항 건설 추진과 관련해, "무안공항보다 조류 충돌 위험이 610배 높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정부의 추진 계획을 비판했다.

문 신부는 이어 “우리는 미사를 마치고 가지만 유족들은 홀로 천막에 남는다”며, “오늘 이후에도 어떻게 유족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가족들은 이번 1주기 미사로 큰 위로를 얻었으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공항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회 역시 유가족들과의 연대를 이어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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