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마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로마와 온 세상에 인사합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5월 8일 제267대 교종이 선출됐다. 콘클라베가 시작된 지 이틀 만이다.
새 교종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란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자신의 교종 이름을 ‘레오14세’로 정했다.
교종 레오14세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는 말과 함께 인사를 전했다. 그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첫 인사였던 평화의 인사가 “여러분의 가족과 모든 사람, 어디에 있든 모든 민족과 온 세상에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로마를 축복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약하지만 언제나 용감한 목소리를 우리 귀에 간직하자”면서, “나 역시 같은 축복을 전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며, 악은 이기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손 안에 있으며, 두려움 없이, 하나가 되어,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서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은 그분의 빛이 필요하며, 인류는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에 도달하는 다리와 같은 그분이 필요하다”면서, “하느님은 대화와 만남을 통해 우리가 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어 우리 모두가 항상 평화롭게 하나될 수 있도록 하신다”고 전했다.
교종 레오14세는 1955년 9월 1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1977년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서 수련기를 시작하고, 1978년 9월에 첫 서원을 했다. 1981년 8월 29일 장엄 서원을 한 뒤, 이듬해 시카고 가톨릭 신학원에서 신학 학위를 받았다. 27살에 수도회의 파견으로 교종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교회법을 전공했다. 1982년 6월 19일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고, 1984년에 교회법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서 지역 장상의 역할'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해 미국 일리노이주 올림피아 필즈에 있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의 성소 책임자 겸 선교 책임자로 선임됐다.
1999년 시카고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의 관구장으로 선출됐다. 2001년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총회에서 총장으로 선출되고, 2007년 연임했다. 2013년 10월, 시카고 관구로 돌아와 양성 책임자 겸 관구장 대리를 맡았다.
2014년 11월 3일 프란치스코 교종이 페루 치클라요 교구장 서리로 임명해, 11월 7일 취임했다. 2014년 12월 12일 과달루페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에 치클라요 교구 주교좌 성당에서 주교품을 받고, 다음 해인 2015년 9월 26일에 치클라요 교구장 주교로 임명됐다. 2018년 3월 페루 주교회의의 제2부의장으로 선출됐고, 2020년 4월 15일, 페루 카야오 교구장 서리로 임명됐다. 2023년 1월 30일, 교종청 주교부 장관 겸 교종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장에 임명, 9월 30일 추기경 회의에서 산타 모니카 성당 명의의 부제급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레오14세는 사제품을 받고 3년 뒤, 1985년부터 86년까지 페루 피우라주 출루카나스에서 선교 활동을 하면서 페루와 40여 년의 인연을 맺었다. 미국 출신이지만 사실상 남미 출신 교종이라는 이유다. 1988년 트루히요 선교지로 파견된 뒤, 출루카나스·이키토스·아푸리막 대목구의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지원자들의 공동 양성 책임자, 공동체 장상(1988-1992), 양성 책임자(1988-98), 서원자들의 교사(1992-98)를 역임했다. 트루히요 대교구에서는 사법 대리(1989-98)를 맡았고, 성 가롤로와 성 마르첼로 대신학교에서 교회법학, 교부학, 윤리법학 교수를 역임했다. 2015년에는 페루 시민권을 취득하고, 2015-23년까지 페루 치클라요 주교로 지냈다.
그의 페루 사목과 선교 경험은 사회적 약자와 이민자 보호에 적극 헌신하는 계기가 됐다. 그가 교종 이름으로 선택한 '레오14세'는 ‘새로운 사태’로 노동자 권리와 사회적 정의를 강력히 천명했던 19세기 말 레오 13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지향한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시대의 도전에 적극 대응하는 시노드적(함께 걷는) 교회 정신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특히 레오14세는 교회의 분권화와 참여적 의사 결정 구조 확립을 골자로 하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 노선을 더 적극 구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미 추기경 시절부터 교회 안 민주적 소통과 공동체 중심의 의사 결정 과정을 강조해 왔고, 국제 차원의 다양한 문화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사목적 대응을 중시해 왔다.
교종 선출 직후 첫 연설에서 그는 "교회는 세상 속에서 다리가 되어야 한다"며 평화와 연대를 강조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보여 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지도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향후 레오14세의 과제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남긴 개혁적 유산을 이어받아, 교회 안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며 시노드적 대화를 보다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생태 위기와 이민 문제, 경제 불평등과 같은 국제적 도전에도 교회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과거 누리소통망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고, 총기 규제와 같은 사회 쟁점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종 레오14세는 9일 시스티나 경당에서 추기경들과 함께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11일에는 첫 번째 주일 삼종기도를 진행한다. 그의 취임식은 전통적 의식을 포함해 14일에 거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선출로 가톨릭교회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며, 프란치스코 교종의 유산인 교회 개혁과 시노달리타스의 새 시대 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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