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심각하게 지속되는 가운데, 나토(NATO, 북대서양 조약 기구) 국가들은 지치지도 않고 엄청나게 과장된 위협적인 시나리오를 늘어놓고 있다. 고위 정치인들은 다음과 같은 서사를 고착시킨다. “우크라이나는 탐욕스러운 제국주의 괴물 러시아의 첫 번째 희생자일 뿐이며, 러시아는 다음 공격 목표로 폴란드를, 그리고 심지어는 독일 같은 나토 회원국을 선택했다. 그런 러시아의 끝 모를 확장 야망에 단호하게 맞서기 위해 나토 국가들은 국방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현재 나토 지침은 회원국이 국민총소득(GNI)의 2퍼센트를 국방에 지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나토 사무총장 마크 루테는 3퍼센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3퍼센트를 주장했던 것을 넘어 이제는 5퍼센트를 요구하고 있다. 나토 추산에 따르면, 32개 동맹국 중 약 3분의 2가 2024년에 2퍼센트 목표에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2024년 지출 비율은 3.38퍼센트로 추산되었다. 2024년 독일의 국방비 지출은 906억 유로에 달했으며, 이는 GNI의 2.1퍼센트에 해당한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5퍼센트라는 목표는 독일의 국방 예산이 2090억 유로에 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연방 예산이 4770억 유로였던 독일이 정부 지출의 40퍼센트 이상을 국방에 써야 한다는 얘기로, 이는 교육, 보건, 사회, 기후 및 환경 분야를 희생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루테 사무총장은 나토가 2030년까지 냉전시대 수준인 국민총소득 3퍼센트 수준의 국방 예산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통해 그는 현재의 러시아가 마치 구 소련(소비에트 연방)과 동일한 군사적 위협을 초래한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는다. 숫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비교는 잘못되었고 의도적으로 오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서유럽의 코앞에 위치한 과거 소련은 탱크와 군대를 놓고 볼 때 미국의 직접적인 경쟁자였다. 경제 수준은 소련이 결코 미국의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지만 말이다. 1984년에 소련의 경제 규모는 미국 국민총소득(GNI)의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였다.

그러나 소련은 국방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1982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까지 소련의 군사비 지출은 미국의 군사비 지출을 다소 능가했다고 추정된다. 1980년대에 소련은 상비군 약 430만 명을 보유했는데, 이는 미국의 두 배가 넘는 규모였다. 1990년 소련 인구는 2억 8800만 명이었고 미국 인구는 2억 5000만 명이었다. 소련은 해체되기 전까지 주요 분야에서 미국과 비교 가능한, 경우에 따라서는 더 강력한 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러시아와 미국 또는 나토를 이런 식으로 비교하는 것은 더 이상 적절치 않다. 오늘날 러시아는 과거 소련이 아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경제적으로나 인구통계학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미국이나 나토에 대등한 상대가 아니다.

유일한 예외는 러시아의 핵무기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나토 회원국 GDP 합계의 24분의 1이고 미국의 11.5분의 1이다. 러시아 인구는 나토 회원국 총인구의 7분의 1이고 미국 인구의 2.5분의 1이다. 러시아군은 나토군의 45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는 오늘날 러시아가 나토와의 장기적 군사 충돌을 감당할 인구통계학적,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래서 러시아는 항상 이를 피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 점에서 냉전시대와 비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 현실에서는 나토가 절대 우세한 군사적 지배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기와 나토 깃발.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러시아 국기와 나토 깃발.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기초 자료에 따르면, 나토의 국방비는 2023년에 전 세계 국방비의 57퍼센트를 차지했다. 현재 나토는 중국의 5배, 러시아의 10배 이상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만일 나토가 국방비를 3퍼센트 늘린다면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연간 2600억 달러가 될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2025년 국방비에 지출할 계획 금액인 약 1450억 달러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그린피스 독일지부가 2024년 11월 초에 발표한 ‘언제쯤이나 충분한 걸 충분하다고 인정할까? 나토와 러시아군의 전력 비교’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는 전혀 현실감각이 없는 ‘러시아의 위협이라는 히스테리’에 현실감각을 부여하기 적절한 시점에 발표되었다. 군사비 지출과 관련하여 그린피스 연구는 SIPRI의 결과를 확인했다. 나토 국가들은 현재 군사비에 1조 1900억 달러를 지출하는 반면 러시아는 1270억 달러를 지출한다. 미국의 군사비 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나토 국가들만으로도 러시아를 여전히 넘어서며, 이 액수는 4300억 달러에 달한다. 러시아는 현재 전체 국가 예산의 약 3분의 1을 군사비에 투자하고 있고, 이는 GNI의 약 7퍼센트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엄청난 부담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주요 무기 시스템이라는 면에서 볼 때, 나토는 모든 무기 범주에서 러시아보다 최소 3배 이상 앞서 있다. 예를 들어, 나토 국가들은 전투기 5406대를 보유하고 있고, 그중 2073대가 유럽에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이러한 전투기를 1026대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에 근접할 수 있는 것은 전략 폭격기 부문뿐이다.(러시아 129대, 미국 140대) 또한 러시아는 다양한 무기 분야에서 기술 면으로는 나토에 크게 뒤처져 있고, 10년 안에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나토 회원국의 병력은 러시아보다 훨씬 우세하다. 나토가 300만 명인 반면 러시아의 병력은 133만 명이다. 유럽에 가까운 우랄 산맥 서쪽에는 러시아군의 약 40퍼센트만 주둔해 있다.

러시아가 나토 국가에 비해 가장 현저하게 열등한 분야는 무기 산업이다. 나토 회원국은 100대 무기회사 총 매출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무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러시아의 점유율은 3.5퍼센트에 불과하다. 세계 100대 군수회사 중 42개가 미국에 있고, 30개가 여러 나토 회원국에 자리 잡고 있다. 오로지 핵무기 분야에서만 나토와 러시아 사이에 전략적 균형이 존재한다. 나토 핵무기 보유국 3개국인 미국, 프랑스, ​​영국은 모두 5559개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5580개를 보유하고 있다.

SIPRI와 그린피스의 연구에서 입증된 대로 러시아에 대한 나토 국가들의 우월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나토 국가들은 국방 예산을 3퍼센트로 늘리기를 고집한다. 독일에서 본래 환경과 평화를 위한 정당으로 스스로를 규정했던 녹색당은 이제 국방 예산 증액을 주도하는 입장에 서 있다. 녹색당의 총리 후보인 로베르트 하베크는 “푸틴이 우리를 공격할 생각을 못하도록 우리는 국방에 거의 두 배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그린피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알렉산더 루르츠는 지적한다. 러시아와 개개의 나토 국가를 비교해서는 안 되고 나토 회원국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이다. 독일과 관련해 이 말을 풀어 보면, 독일 국방 예산을 단독으로 러시아 국방 예산과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을 뜻한다. 독일 국방 예산은 나토의 엄청난 군사적 우월성을 입증하는, 1조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나토 국가 전체의 총 국방비 지출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게르만 호흐(Germann Hoch)

독일 프라이부르크 출생.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라틴어 및 그리스어,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정치학과 독문학을 복수전공했다. 기쎈 대학에서 '외국인을 위한 독일어(Deutsch als Fremdsprache)'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프랑크푸르트 대학 강사로 재직했다. 한국에 와서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일하고 정년퇴임한 뒤, 번역과 독일어 교육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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