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는 위험한 일자리로 내몰렸다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의 1차 리튬전지 제조업체에서 일어난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희생당한 대부분의 노동자가 불법 파견된 일용직 노동자로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업체는 화재위험이 높은 리튬 전지를 다루고 있지만 비상구 마련을 비롯한 안전시설이나 매뉴얼을 갖추지 않았다. 사망한 노동자는 대부분 이주민이었다. 한국 국적은 5명, 이 가운데 1명은 중국 출신 귀화자로, 나머지는 중국 국적 17명과 라오스 국적 1명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사는 국내 화학공장 화재 중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사건이자 역대 최악의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언론은 이번 참사의 원인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특히 대부분 사상자가 이주민이었음에 주목해 저임금, 고위험, 고강도 일자리에 이주 노동자가 고용되는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위험의 이주화’로 지칭하면서 언론은 내국인 노동자 대비 이주 노동자의 재해율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유족 급여기준 노동자 사고사망자는 812명으로, 이 가운데 이주 노동자는 85명, 10분의 1 수준이었다. 전체 취업자 대비 이주민 취업자 규모가 약 3퍼센트 정도임을 감안하면 내국인의 3배가 넘는 사망률이다. 게다가 사고사망자 전체 규모는 2022년보다 62명이 감소했지만 이주 노동자 사고사망자는 줄지 않았다. 이주 노동자는 내국인보다 더 위험한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고, 화성 화재참사는 그 비극적 결과인 셈이다.

또 다른 문제, 재외동포 체류자격
그렇지만 대부분 국내 언론이 간과한 것은 희생자 대부분이 중국 동포, 그 가운데에서도 재외동포 체류자격(F-4)을 가진 이들이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도 참사 희생자는 ‘이주 노동자’나 ‘외국인 근로자’로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체류자격으로 분류하자면, 재외동포 비자(F-4) 12명, 방문취업(H-2) 비자 3명, 결혼이민(F-6) 2명, 영주(F-5) 1명, 그리고 한국 국적 취득자 1명이다. 흔히 이주 노동자로 알려진 이주민은 비전문인력 비자(E-9)를 가진 이들로, 주로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고용허가를 받고 단기로 체류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재외동포 비자는 인력 비자와 다르게 국민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 이는 이주 노동자와 다르게 재외동포는 결혼이민자와 함께 유일한 국민 통합대상이기 때문이다. 사전에 정해진 사업체 외의 이동이 사실상 금지된 비전문 인력 노동자와 다르게 재외동포 혹은 결혼이민 비자 소지자는 참사가 일어난 업체와 같이 파견직이나 일용직으로 취업할 수 있다. 참사에 희생된 이주민이 재외동포 관련 비자와 결혼이민, 그리고 영주권자와 귀화자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재외동포와 결혼이민자가 참사에서 희생된 배경으로 위험의 이주화만 내세우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 오히려 이런 프레임으로 언론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 참사는 이주민 사회통합의 실패를 가리킨다. 현재의 이민 정책은 이주민의 이등시민화를 초래하고 있고, 이들이 일용직이나 파견직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재외동포 정책은 선진국 출신이나 고학력, 전문직 재외동포의 유치를 목적으로 계획되었다. 이에 따라 제정 당시 재외동포 비자(F-4)는 단순노무직 취업을 제한했다. 그러나 중국이나 구소련 출신 재외동포들이 유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들이 내국인이 꺼리는 저숙련 노동력의 주요 공급원이 되면서, 재외동포 노동자를 위한 별도의 체류자격(H-2)을 마련하고 재외동포 자격을 이들에게도 확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저임금의 저숙련 노동력이 더욱 부족해지자 2023년 재외동포 비자 소지자에게 단순노무직 취업을 허용하기에 이른다. 통합대상이지만 정부는 재외동포의 지위 향상이나 차별 방지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이들을 저숙련 노동력으로 계속 활용해 왔다. 결국 이주 노동자보다 나은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재외동포가 높은 비율로 파견직,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하는 이유다. 결혼이민자 역시 정부의 다문화가족 정책의 수혜자로 되어 있으나, 상당수 다문화 가족은 차별과 사회적 배제로 저소득층에 머물러 있다. 특히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는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이등시민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한국 사회의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그들
이번 참사는 위험의 이주화보다는 파견직, 일용직 등을 포함하는 불안정 노동의 확대와 방치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다만 기존 불안정 노동의 희생자가 기존에는 저소득층, 여성, 청년이었다면, 이번 화성 화재 참사는 그 희생자에 이주민이 포함되었음을 상징한다. 제조업의 직접생산 업무는 인력 파견을 금지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눈감아 왔음이 이 참사에서 드러났다. 인력 부족, 생산성 약화, 생산 효율 증대 등을 내세워 기업과 정부는 불안정 노동의 확대와 이들의 노동 조건 악화를 용인해 왔다. 불안정 노동은 알려져 있다시피 더 적은 임금으로 더 위험한 현장에서 더 많이 일하게 한다. 사람들은 이런 일자리를 점점 더 기피할 수밖에 없고, 대신 가난하고 취약한 집단이 일자리를 메꾼다. 저소득층 청년과 여성이 그러하고 재외동포와 결혼이민자가 그러하다. 결국 문제는 노동 양극화에 따른 나쁜 일자리를 양산한 기업과 이를 내버려 둔 정부에 있다. 이주 노동자가 희생된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의 시민들이 희생된 것이다.
화성 화재참사를 보도한 언론은 희생된 이들을 ‘〇〇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근로자’로만 지칭했다. 정부와 언론은 재외동포와 결혼이민자를 외국인으로 간주할 뿐이었다. 결국 이들은 한국에서 죽는 날까지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등시민은 사회에서 지워진 채 파견직 일용직 노동자로 한국 사회를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다문화 사회의 진짜 비극이다.
손인서
비정규직 박사 노동자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소속.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주민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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