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는 "모든 당사자에 대화 복귀" 호소

미얀마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가톨릭 수녀, 신학생, 평신도들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3주 만이다.

21일 양곤에서는 1000명에 가까운 가톨릭 신자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했고, 이들 대부분은 청년이었다. 전날에는 제2 대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수백 명이 거리에 모여 기도회를 열고 묵주기도를 했다.

가톨릭 신자가 많은 동북부의 카야 주에서는 지난주에 수녀, 사제, 평신도들이 거리에 나와 평화를 위해 기도회를 열었다. 소수민족이 많은 카친 주와 친 주의 여러 도시에서도 가톨릭 신자들이 거리에서 모였으며, 여기에는 여러 종파의 그리스도인들도 동참했다.

양곤에서는 수녀들이 시위대에 음식과 음료를 제공했으며, 일부는 각자의 수녀원에서 기도회를 했다.

2월 19일에 수천 명의 반 쿠데타 시위대가 양곤의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사관 앞에 모였을 때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가톨릭 청년 수십 명이 시위했다.

미얀마에서는 도시는 물론 외진 곳에서도 날마다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 그리스도인들이 많은 곳들도 마찬가지이며, 소수민족들도 민주화 시위에 지지를 보여 주고 있다.

2월 20일 만달레이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10대 1명을 비롯해 2명이 숨졌다. 이에 대해 유엔을 비롯한 미국, 영국, 유럽연합의 비판이 이어졌다.

가톨릭 수녀들이 구금된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사진을 들고 21일 양곤에서의 평화시위 중에 묵주기도들 드리고 있다. (사진 출처 = UCANEWS)
가톨릭 수녀들이 구금된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사진을 들고 21일 양곤에서의 평화시위 중에 묵주기도들 드리고 있다. (사진 출처 = UCANEWS)

한편, 양곤 대교구의 찰스 보 추기경은 신자들에게 화해를 위한 기도와 금식을 촉구했다.

그는 21일 강론에서 “지금은 기도해야 할 때다. 지금은 금식해야 할 때다. 지금은 이 나라의 우리 모두를 위해 대화할 때”라고 말했다.

“평화의 비둘기가 우리나라에 돌아오게 하자. 이 나라가 일어나 모두에게 평화와 번영을 주는 새 미얀마가 되게 하자. 평화와 화해의 무지개가 다시 떠오르게 하자.”

보 추기경은 우리 삶의 약한 본성 안에 있는 권력, 돈, 오만함, 타인에 대한 억압 등을 경고했다. “가장 힘센 자들은 쓰러지고 그들의 무덤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미얀마 주교회의는 21일 성명을 내고 모든 당사자에게 대화로 복귀하라고 호소했다.

“우리들 가톨릭 주교들은 이 호소를, 특히 권력을 쥔 이들에게 보내는바, 거리에서 자제하고 대화로 복귀할 것을 간곡히 바란다.” 이 성명에는 주교회의 의장 보 추기경을 비롯해 전국의 주교들이 서명했다.

이들은  거리에서의 유혈사태를 “우리나라에 큰 비애를 안긴 슬프고 충격적인 최근의 사건들”이라고 비판했다.

첫 희생자인 20대 여성의 장례식이 21일 수도인 네이피도에서 있었다. 그녀는 9일 시위 도중 머리에 총을 맞아 뇌사 상태에 있었다.

주교들은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심장이 찢어지는 모습들은 나라의 양심에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이 나라의 신성한 땅이 형제의 피로 젖지 않게 하자. 자식을 묻는 부모들의 슬픔은 멈춰야 한다. 어머니들의 눈물은 그 어떤 나라에게도 결코 축복이 될 수 없다.”

주교들은 미얀마가 겨우 한 달 전에 "더 큰 평화와 더 강한 민주주의라는 위대한 약속을 했었다"고 강조하며, “전 세계적인 팬데믹의 공격에도 이 나라는 선거를 치렀다. 세계는 우리가 우리 사이의 차이를 관리할 능력을 보고 경탄한다”고 지적했다.

“오늘, 세계는 이 나라가 다시금 갈가리 찢긴 데 충격을 받았고 우리와 더불어 흐느낀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더 나은 삶을 살아야 마땅하다.”

주교들은 모든 당사자에게 대화에 복귀하여 각자의 에너지를 화해에 쏟을 것을 촉구했다. “치유는 구금된 지도자들의 석방으로 시작될 필요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은 미얀마 민중에게 연대의 뜻을 밝히고 군부에게 아웅산 수치를 비롯해 모든 구금된 민간 지도자를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22일에도 거센 반 쿠데타 시위가 여러 도시에서 열려 군부통치에 반대하는 강력한 대중의 의사를 드러냈다.

모든 수퍼마켓과 상점, 시장은 쿠데타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문 닫았으며 일반인에게는 총파업에 참여하라는 촉구가 있었다.

시위대는 1988년 8월 8일에 이른바 ‘8888항쟁’으로 불리는 민주화 시위가 시작되었던 것을 상기하며 2021년 2월 22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8888항쟁은 1990년대 초까지 끈질기게 이어졌으나 군부의 거대한 유혈 탄압으로 막을 내렸다. 2010년대 중반에 군부와 민주화운동세력 간의 타협으로 미얀마는 아웅산 수치를 사실상 국가수반으로 하되 헌법으로 군부가 의회 의석의 1/4을 자동으로 갖는 민주화 과도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의 민족민주동맹이 나머지 의석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으나 군부는 이 선거가 부정선거인데 정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면서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국과 캐나다의 착한목자수녀회는 미얀마 군사쿠데타를 비난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이 일격”으로 미얀마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우려했다.

착한목자수녀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민중을 위해, 이들의 강건함과 안전함을 위해 기도한다. 이들은 존경과 자유를 추구하고 그를 마땅히 누릴 자격이 있는, 용기 있고 신앙에 가득찬 사람들이다. 이번 군사 쿠데타로 이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민주적이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선거, 그리고 법치의 편에서 미얀마인들의 편에 만장일치로 서고 있는 국제사회에 더불어 동참한다.”

양곤에 있는 정치범후원회에 따르면, 쿠데타 뒤로 약 640명이 체포, 기소, 유죄 선고를 받았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catholics-march-for-peace-as-protests-intensify-in-myanmar/9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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