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에 “국민 상대로 폭력 안 돼”
아웅산 수치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 달라”
국민에 비폭력, 평화적 저항 강조

지난 1일 미얀마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이 이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등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감금한 상태다. 미얀마 각 지역에서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3일 미얀마 주교회의 의장이자 양곤 대교구의 대주교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이 국민, 군부, 아웅산 수치, 그리고 국제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를 냈다. 그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FABC) 의장이기도 하다.

마웅 보 추기경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간을 지내고 있다”며 국민에게 “침착하게 행동하고 폭력의 희생자가 되지 말라”고 부탁했다. 또 “지금까지 많은 유혈사태를 겪었다”며, 비폭력적이고 평화로운 대응을 강조했다.

쿠데타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 미얀마 각 지역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하며 행진하는 등 평화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과격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마웅 보 추기경은 군부 통치자들에게도 “70년간 피를 흘렸고, 폭력은 아무 결과를 낳지 못했다. 여러분은 모두 평화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약속했다. 군부가 일방적으로 점령한 지금 세계와 미얀마 국민은 충격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비리에 대한 주장은 중재로 해결할 수 있었다. 선거에 대한 조사와 또 다른 선거로 더 큰 민주주의를 약속하지만 국민들은 공허한 약속에 지쳤다”고 했다.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미얀마 주교회의 마웅 보 추기경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감금된 이들을 풀어주라고 요구하며, 평화적 해법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미지 출처 =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미얀마 주교회의 마웅 보 추기경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감금된 이들을 풀어주라고 요구하며, 평화적 해법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미지 출처 =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군부는 지난해 11월 치른 총선이 부정선거라는 의혹을 쿠데타의 명분으로 삼았으며, 이에 따라 정권을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에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은 2011년부터 군의 최고 실세였으며, 2017년 미얀마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을 학살한 책임자다. 군부는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그 후에 다시 선거를 치르겠다고 했다.

미얀마는 거의 60년에 걸친 군부 독재와 내전 끝에, 지난 몇 년간 아웅산 수치와 군부의 동거 아래 민주화를 향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었다. 1989년부터 2010년까지 가택 연금 상태였던 아웅산 수치는 2015년 NLD를 이끌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수치는 외국 시민권을 가진 자녀를 두고 있어 대통령이 될 수 없기에 그의 공식 직함은 국가 고문이지만, 사실상 미얀마의 지도자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NLD는 전체 선출 의석의 83퍼센트를 차지했다.

마웅 보 추기경은 “선거로 뽑힌 NLD 측 지도자들이 체포됐다. 많은 작가, 활동가, 젊은이들도 체포됐다. 그들은 전쟁포로가 아니다. 그들은 민주화 과정의 포로”라며 이들을 풀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에게도 “당신이 처한 곤경에 깊이 아파하며 당신의 사람들 한가운데를 걸으며 그들의 정신을 드높여 주길 기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이 대화와 소통의 부재,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함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마웅 보 추기경은 국제사회에 “제재와 비난은 효력이 없으며 오히려 소통을 차단한다. 제재는 우리 경제를 무너뜨리고 수백만의 사람들을 빈곤으로 몰아갈 뿐이다. 화해 절차에서 결정권을 가진 이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며 미얀마의 역사, 정치, 경제를 잘 이해하는 가운데 현실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는 가능하다. 평화는 유일한 길이다. 민주주의는 그 길을 비추는 유일한 빛”이라고 했다.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의 메시지는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에서 번역해 한국에 공유했다. 메시지 전문은 수녀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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