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추기경, “또 다시 유혈은 없어야”, 군부에 촉구
미얀마에서 군사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에서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그는 2월 7일 바티칸에서의 삼종기도 중에 “미얀마에서 일어난 상황을 크게 걱정하며 뉴스를 살피고 있다”면서 미얀마는 “내가 2017년에 방문한 뒤로 큰 애정을 갖고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미얀마 군부는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사실상 국가수반인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을 감금하고 온전한 민주주의를 향한 민주화 과도기의 정부를 무너뜨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삼종기도 중에 미얀마를 위한 침묵의 기도 시간을 갖고, 미얀마인에 대한 “나의 영적 친근함, 나의 기도, 나의 연대”를 밝혔다.
“나는 미얀마의 책임 있는 이들이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사회 정의와 국가 안정을 촉진하면서, 공동선을 위해 일할 진정한 의지를 갖도록 기도한다.”
한편, 2월 7일 미얀마의 가톨릭 신자들은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미사에 참석하여 특별기도를 외고 단식을 했다.
가톨릭 신자들이 집이나 교회에서 기도하는 동안, 양곤과 만달레이, 모누야를 비롯한 전국의 도시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쿠데타를 비난하고 아웅산 수치의 석방과 군사통치 종식을 요구했다.
미얀마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에서는 청년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와 거리를 점거했다.
나이 든 이들은 지지 박수를 치고 세 손가락 인사를 했고, 시위대에 음식과 물을 주는 이들도 있었다. 세 손가락 인사는 영화 '헝거 게임'에 나오는 것으로 타이에서 민주화 시위의 상징으로 떠올랐는데, 이웃 나라인 미얀마에서도 이를 따른 것이다.
청년들은 아웅산 수치의 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깃발을 흔들었고 일부는 “군부독재 타도, 타도”, “군부독재 반대”, “민주주의 승리”라고 쓰인 깃발을 들었다.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는 6일과 7일에 수만 명이 시위에 나섰다.
한편 미얀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찰스 보 추기경(양곤 대교구)은 2월 4일 호소문을 내고 시민들에게 차분한 자세를 촉구했다. “우리는 피를 충분히 흘렸다. 이 땅에 더 이상의 피가 흐르지 않게 하자.” 보 추기경의 발언은 군부의 유혈 진압을 경계한 것이다.
미얀마는 1962년의 군사 쿠데타 이후 군부가 장기집권 끝에 1988년 8월 8일부터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으나 군부는 대규모 유혈진압 끝에 정권을 유지했다. 이를 “8888항쟁”이라고 부른다. 이어 1990년 선거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이 80퍼센트의 의석을 장악했으나 군부는 권력 이양을 거부하고 아웅산 수치를 투옥했다. 그 뒤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에 따라 2010년대 들어 군부와 민주진영이 타협하여 헌법을 개정하고 민주화를 위한 과도기를 시작했으나 헌법에 의회 의석의 1/4을 군부가 기본 의석으로 차지하고, 언제든 군부가 정권을 장악할 수 있는 조항을 두는 등 아웅산 수치의 정권은 늘 불안했다. 이번 선거와 군부 쿠데타는 1988년, 1990년의 재판으로 여겨진다.
보 추기경은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이 1988년에 발표한 교황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평신도들은 평화를 거부하거나 훼손하는 모든 것, 곧 폭력과 전쟁, 고문과 테러, 강제 수용소, 정치 생활의 군대화, 군비 경쟁, 핵무기 위협 등에 직면하여 무관심하거나 무기력한 이방인으로 머물러 있을 수 없다”(42항)고 한 부분을 트위터에 올렸다.
6일에는 아웅산 수치가 석방되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곧 가짜 뉴스로 드러났다.
여러 도시의 주민들은 저녁 8시에 집 안에서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쿠데타에 항의하는 뜻이다.
군부정권은 시민 불복종 운동에 의사, 간호사, 교사들이 참여하면서 세가 크게 불어나자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막고 뒤이어 6일에는 인터넷 전체를 끊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7일 오후 복구됐다.
쿠데타 뒤에 미국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와 유엔은 미얀마 군부에 권력을 내놓고 모든 구금자를 석방하며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세계 각국의 그리스도교 지도자들도 쿠데타를 비난하고 미얀마인들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유엔의 톰 앤드루스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쿠데타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즉각 소집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7일 “용기 있는 미얀마인들은 자신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전 세계인들이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지켜보고 있으며, 이번 괘씸한 짓에 책임 있는 이들에게 책임을 온전히 묻자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는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 즉 정의와 민주주의를 원하는 평화로운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pope-prays-for-peace-in-myanmar-as-anti-coup-protests-grow/9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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