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회
싸움 속에서 더 따뜻하게,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들-10월 2일 기륭전자 앞 촛불평화미사에서 김소연 분회장을 만나다

   
▲기륭전자 앞에서 봉헌된 촛불평화미사 (사진/두현진 기자)

10월2일 천주교 ‘촛불평화미사’가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 농성장에서 진행되었다. 촛불평화미사는 2008년 촛불집회에서 만난 천주교 신자들이 봉헌하는 미사로 매주 토요일 봉헌되고 있다. 지난 토요일에는 6년째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농성중인 서울 금천구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한 달 일해 봉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노동자 중에서 참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가장 힘겨운 것은 1년 미만 기간으로 계약되는 고용불안이다. 6개월, 3개월 이렇게 단기간으로 계약되기 때문에,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를 불안감에 시달리며 관리직 사원의 눈치를 봐야 한다. 돈은 정규직 노동자의 1/2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하는 일도 정규직 노동자가 하지 않는 힘든 일을 해야 한다.

언제 일자리를 잃을 줄 모르는 불안감을 없애 달라고 노조를 만들어 회사 측에 대화를 요구 했지만 결과는 계약해지 ‘해고’로 이어졌다. 기륭전자 사측은 2005년 8월3일 노동부에게서 노동자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지만 벌금 500만원만 내고 아무런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

횟수로 6년째 싸우고 있는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 김소연 씨, 6년간 ‘서울역 철탑 농성’을 비롯해 ‘94일 단식’등 죽을힘을 다해 싸워왔다.

짧지 않은 시간 6년 무엇 때문에 그녀는 농성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까?

   
▲ 기륭전자 분회장 김소연 씨. "우리는 노조를 만들면서 사람대접 받는다고 서로 기뻐했습니다"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에게 "6년 싸움이 진행되었지만 아직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처음 노조를 만들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지금과 같이 싸울 수 있을까요?"하고 물었다. 좀 짓궂은 질문이다. 힘겹게 단 하나의 희망이라도 부여잡고 싶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나는 긴장했다. 하지만 김소연 분회장은 부드러운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조합원 동료들과 이야기 한 적이 있어요.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고요. 동료들은 우리가 싸웠기 때문에 ‘앗’ 소리라도 낼 수 있었다고 대답합니다. 지난 시절 정규직 관리자들이 부당하게 업무지시를 해도 아무 소리 못하고 그대로 일해야 했던 시간, 아무런 하소연, 싸움도 없이 살았다면 인생에 ‘한’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동료들은 말합니다. 힘겨운 싸움이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아마도 이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기쁨과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갈 것 같다. 6년간 농성장을 지켜온 김소연 씨는 어떨까? 그녀에게 6년간 싸워 오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면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른 체형으로 갸날퍼 보이는 김소연 씨, 아마도 혹독한 92일 단식의 후유증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 듯 했다.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속에는 슬픈 상처들이 많을 텐데, 내가 도움도 되지 못하면서 아픈 상처만 들춰내는 건 아닌지, 조심스러워 진다. 하지만 김소연 분회장은 여전히 부드러운 얼굴로 이야기 한다.

"노조를 만들고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고용불안’을 해결해 달라고 파업을 했습니다. 평소 조금만 늦어도 고함치는 관리자 등살에 많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주눅 들어 생활했어요. 같이 일하면서 서로에 대해서도 몰랐지요. 이직율도 높았고요. 하지만 파업을 하면서 저녁 장기자랑 시간에 평소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끼를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많았지요. 저런 분들이 어떻게 아무 말 없이 그저 일만하고 생활했나, 의아스러웠습니다. 평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사도 받지 않던 이사님들이 먼저 간담회도 청해 오고, 우리는 노조를 만들면서 사람대접 받는다고 서로 기뻐했습니다."

갸날픈 김소연 씨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김소연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람대접’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람대접 받지 못했던 아픔,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진실, 자신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싸움이라는 믿음이 이들을 지금껏 지탱해 주고 있었다.

   
기륭전자,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두현진 기자) 
힘겨운 싸움도 많았지만 그 와중에 잊지 못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말하는 김소연 씨. 나는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김소연 씨의 부드러운 미소가 잊혀지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상대방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때로는 절실함, 정리돼지 않은 상처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사람의 마음상태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죽을 각오 없이는 할 수 없는 92일 단식, 구사대, 용역깡패들의 폭력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사람이 따뜻한 마음으로 지난 일들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는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치열하게 살아간 만큼 깊이 있게 산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6년 짧지 않은 시간, 상처와 힘겨움으로 얼룩질 시간이였지만, 그 가운데 좋은 사람들이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이런 싸움이 없었다면 만날 수 없는 좋은 사람들, 연대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을 잊을 수 없지요."라고 말하는 김소연 씨의 미소 띤 얼굴이 잊히지 않았다. 힘든 싸움 중에도 따뜻한 사람의 정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 마음의 상처에 매몰, 고립되지 않고 삶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들이 보여준 모습이였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 보다 농성중인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들이 더 인생을 폭넓고 깊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힘겨움과 외로움에 갈피를 못 잡는 나 자신을 보더라도, 나보다 더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들이라 생각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두현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