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촛불문화제

지난 9일 서울역 광장 계단 앞에서 “한가위 전에 비정규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을 정든 일터로!”라는 슬로건을 걸고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기륭전자, KTX여승무원, 코스콤 비정규직, 이랜드 비정규직, 성신여대 청소용역 노조원들과 함게 한 이날 촛불문화제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운동 차원에서 1차 행동을 개시한 것이다.

기륭전자는 위성 라디오, 네비게이션 생산업체로서 2005년 8월 200명 생산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였는데, 회사측은 불법파견근로로 판정받자 노조원 전원을 집단해고 시켰다. 이들은 1100일동안 복직투쟁을 해왔으며, 김소연 분회장은 91일째(9월 9일 현재) 회사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문화제에 참석한 어느 조합원은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국민은 누구인지 묻고 싶다”면서 “광우병은 10년 뒤에나 발병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당장 내 앞에 놓여 있는 나의 문제며 단순히 저임금 문제가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없는 인간 존엄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KTX 새마을 승무원 고공투쟁, 햇빛도 바람도 비도 걱정

KTX 새마을 승무원들은 2006년 3월 1일 파업을 시작하여 924일째 투쟁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14일째 40미터 고공철탑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발언대에 나선 한 조합원은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70%가 여성들”이라며, “극한투쟁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시선이 냉담하고 기륭전자에서 보듯이 단식을 해도 사측은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는다. 우리가 힘든 투쟁을 해야 그나마 관심을 받는 걸 보고 안타깝고 슬프다”면서, 고공철탑 위에서 투쟁하다보면, “햇빛도 바람도 비도 걱정인데, 발을 땅에 붙이고 있다는 것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고 하였다. 이들은 “밤이면 추워서 간절히 아침햇살을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코스콤은 증권거래소에서 전산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인데, 정규직 450명과 비정규직 550명이 똑같은 사무실에서 똑같은 업무를 보고 있지만 차별받고 있다. 이들은 363일째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이랜드 노동자들은 화장실도 못가면서 하루종일 서서 계산대에서 근무하지만 월 80만원을 받는다. 이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445일째 투쟁중이다. 발언대에 선 이랜드 노동자는 “우리 아이들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동안 싸워 온 것”이며 “우리는 자존심을 지키며 투쟁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행보살

이날 연대발언에 나선 조계종의 효진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을 ‘역행보살’이라고 표현하며,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마음이 썩 좋지 않았는데, 그 사람 때문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잘 드러났다”면서 “우리는 역행보살을 통해 이렇게 살면 안 되지”하고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서 사회자는 당일 사용된 방송차량은 한 시민이 무상으로 제공해 준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으며, 문화제를 마무리하면서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온다는데, 그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도 비정규직이 사라질 때까지 투쟁하자”고 하였다.


서울역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 노동자들은 경찰에 막혀 서울역에서 길거리 선전을 포기하고, 전철을 통해 조계사에 모인 시민들과 합류하였다. 조계사 바로 옆 우정국 공원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는 4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하여 지난 8일 발생한 조계사 내 촛불시민 피습사건과 관련해 목격자 등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자유발언으로 진행됐다. 자유발언에서는 경찰을 규탄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범해스님, 이번 사건은 분명한 테러

이 자리에서 자유발언에 나선 범해스님은 “이번 사건은 분명한 테러이다. 계속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하였으며, 가해자가 새벽에 뉴라이트 규탄 집회를 매일 진행했던 3명에게만 칼을 휘두른 점을 지적하며, “이번 사건에는 분명히 배후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한편 경찰이 서둘러 사건 현장의 폴리스라인을 철거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것에 분노를 보이며, “종로경찰서장을 당장 해임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행이 자행된 현장은 시민들이 쳐놓은 노끈으로 둘러쳐져 있었으며, 피 묻은 바닥의 모습이 아직도 뚜렷하다. 한 30대 남성은 “경찰이 사건 현장에 설치했던 폴리스라인을 ‘폴리스라인은 경찰 것’이라며 가져갔는데 경찰이 사용하는 것은 시민의 것이다”며 경찰의 태도를 비난했다.


촛불참가자들은 발언이 끝난 뒤에 10시부터 프로젝트를 이용해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함께 시청하며 분노와 야유를 퍼부었다. 이날 집회는 ‘촛불시위 회칼테러사건 진상규명 촛불연대’(가칭)가 주최하였다. 현재 박씨가 휘두른 칼에 치명상을 입은 문모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아직 생사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한다. 

/ 한상봉 정리, 김용길 사진 200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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