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주간, '코로나19와 교회' 세미나

코로나19 확산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교회의 고민도 크다. 교회는 비대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 외에도, 이 힘든 시기를 어떻게, 누구와 함께 건너야 할까?

125일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제39회 인권주일, 10회 사회 교리 주간을 맞아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했다. 사회교리의 눈으로 코로나19와 교회를 이야기하는 이 자리에는 노숙인, 방과후학교 강사, 이주민의 목소리가 퍼졌다.

코로나19보다 생계가 더 무서워, 방세를 벌기 위해 집에 머물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돈의동주민협동회 최봉명 간사(바오로)는 "쪽방은 가난한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기 전 마지막 보루"라며, "그래서 공공의 영역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쪽방은 사회가 도시화되면서 지역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이 머물던 저렴한 숙소였다. 여관, 여인숙, 공장의 기숙사, 창고, 축사로 쓰던 건물이 쪽방이 됐다. 1평 남짓 작은 방, 화장실도 싱크대도 없다. 최 간사는 "남녀 구분이 없어 혼자 사는 여성은 멀리 있는 복지관의 화장실과 샤워실을 쓴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쪽방 월세를 내지 못하면 집주인과 관리인이 욕을 하고, 어떤 때는 때리기도 하며, 하대를 당하기도 한다. 최 간사는 쪽방촌 주민들이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집,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집에 살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쪽방촌 주민들은 협동으로 코로나19 확산의 어려움에 맞서고 있다. 지난 3월 마을식당 문을 나흘간 닫아야 했을 때, 돈의동주민협동회 회원들은 밖에서 밥을 나눠 주면, 각자 식기를 가져와서 음식을 받아 가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대책을 세웠다. 이후 쉬는 날 없이 마을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돈의동주민협동회 회원 189명은 매달 1-2만 원씩 출자해 모은 돈을 주민들에게 소액 대출해주거나 필요한 곳에 쓴다. 중도에 상환을 포기하거나 갚지 않은 사람은 없다. 최 간사는 쪽방 주민의 협동 경험에 교회도 동참해 달라며, “교회가 일방통행의 지원이 아닌 그들을 믿고 기다려 주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쪽방촌 주민들은 코로나19처럼 생명의 위기에 머물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고 했다.

12월 5일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제39회 인권 주일, 제10회 사회 교리 주간을 맞아 세미나를 열었다. (이미지 출처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12월 5일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제39회 인권 주일, 제10회 사회 교리 주간을 맞아 세미나를 열었다. (이미지 출처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이어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득이 거의 없는 방과후학교 강사의 상황을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서신석 부대표가 발표했다. 그는 올해 서울 어느 학교에서도 방과후학교를 열지 않아 사실상 소득이 없다고 했다. 정부가 특수고용 프리랜서 특별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지역마다 선정 기준이 달라 지원금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서 부대표는 보통 방학인 12월부터 새 학기 시작 전까지 마냥 쉴 수 없어, 이 기간에 택배나 일용직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해, 고용보험 미가입자만 받을 수 있는 특별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방과후학교를 시행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13만 명이 넘는 강사들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법제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과후학교 강사 노조는 "학교에서 강사들이 유령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불안한 지위에 있고, 특히 "코로나19로 수업도 수입도 없어 생계절벽에 내몰린 상황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서 부대표는 "성북구의 천주교 기관이 노조에 보낸 쌀, 휴지 등 생필품을 받고 다들 울었고, 그때 감사한 마음을 따뜻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는 올해는 겨우 수업 몇 개라고 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면서 내년 재계약이 될지,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쉽지 않지만, 현장에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김수정 간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이주민이 겪는 혐오와 차별, 고립을 이야기했다.

코로나19 이후 무료 진료소가 문을 닫아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미등록 노동자들은 치료를 받을 곳이 없다. 농어촌에는 이주 노동자에게 비닐하우스 또는 컨테이너를 개조해 숙소로 제공하는 곳이 많은데, 이런 곳은 더위와 추위, 수해, 화재에도 취약하다.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한 집에 20명까지 살기도 해 방역이 어렵다.

실직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이주 노동자를 고용하는 영세 사업장은 도산하거나 인력을 줄였다. 김 간사는 위원회에서 가톨릭사회복지회,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서울성모병원 성모자선회를 통해 전달받은 재난지원금, 생필품 등을 지원했지만, "이주민의 전체 수를 생각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감염병 예방에 관한 정보, 공적 마스크 등 방역 자원, 기본재난소득 등에서 소외되고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 인력 감축 1순위가 되는 등 차별과 불평등을 겪고, 이는 위기에 대처 자원이 없는 이주민의 삶을 보다 어렵게 만든다"며, "차별과 착취는 감염병 위기로 바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제39회 인권 주일, 제10회 사회 교리 주간 기념 세미나가 "코로나 19와 교회"를 주제로 온라인으로 열렸다. (사진 제공 =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제39회 인권 주일, 제10회 사회 교리 주간 기념 세미나가 "코로나 19와 교회"를 주제로 온라인으로 열렸다. (사진 제공 =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이어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연구실장이 "코로나가 던진 도전과 질문에 대한 답변이 단순하게 비대면 프로그램의 계발로만 채워질 수 없다"며 코로나19와 교회 사목에 관해 제언했다.

그는 '탈성장'을 강조하면서, "성장을 전제로 한 교회의 모습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양적 성장에서 비롯된 교회의 욕망은 무엇이었는지 식별하고 내려놓기, 무엇을 하기보다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교회 되기, 한목소리를 내기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품을 줄 아는 교회 되기"를 제안했다. 그는 이런 "탈성장에 입각한 사목 패러다임의 전환이 소수의 결정으로 되지 않는다"며, "공동합의성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목 원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신앙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 일상에서의 신앙실천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경 연구실장은 "일상에서의 신앙실천에 대한 고민이 신앙의 공간을 성당 밖(세상)으로까지 넓혔다"며 세상 안에서 평신도가 신앙을 살 수 있도록 '평신도 영성', 평신도 양성'이 필요하고, 가톨릭 사회교리 교육을 새롭게 기획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교회도 온라인 매체를 많이 활동하는 상황에서, 본당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신앙 관련 온라인 콘텐츠를 교구나 전국 기구 차원에서 감당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장동훈 신부(인천 중1동 성당)는 전염병과 관련해 교회의 역사를 훑었다. 그의 발표 가운데 교회가 전염병에 대처한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16세기 페스트가 유행했을 때, 밀라노 대주교 까를로 보로메오(1538-1584)는 사제들과 같이 병자들을 돌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 매일 생필품을 제공했고 성사 집행 등의 영적인 돌봄도 손수 챙겼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병자를 방문하고 나면 늘 뜨거운 물로 옷을 빨았고 식초 적신 천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며 모든 사물을 수시로 닦아냈다. 자선을 위한 동전 역시 항상 식초에 담가 두어 사용했다. 전염병 종식을 기원하는 행렬도 네 번에 걸쳐 조직했다. 행렬에는 오직 어른만 참석하도록 했고 두 줄로 걷되 각 횡렬에 한 사람씩 서도록 했다. 선두에서 맨발로 직접 십자가를 들고 이끌었다."

장 신부는 "이때 대주교가 밀라노 지역 정부에 먼저 40일간 격리를 제안했다"며, "40일이 끝나가던 12월 중순에 지역 정부는 대주교의 동의를 얻어 격리를 연장했고 그해 밀라노에는 성탄 대축일 미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세 시대이기 때문에 신앙과 이성, 과학과 종교의 대립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보지만, 사실 "이때 교회가 전염병에 대처하는 모습은 유연하고 탄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당시 교회는 페스트를 신의 분노로 이해하고, 정부와 신자들에게 전염병 종식을 위해 회개와 기도에 동참하라고 했지만, "영적 돌봄과 육체적 돌봄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그 통합 안에서 형제적 사랑을 보여 줬다"고 설명했다.

장동훈 신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신자유주의, 기후위기, 청도 대남병원처럼 우리 사회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약자 등에 관한 다양한 성찰이 쏟아졌지만, 사태가 길어지자 지금은 '종식', '4차 산업혁명', '비대면'처럼, '내일'과 방법론에 관한 것들이 주요 담론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 또한 '신앙의 일상화', '야전병원 교회' 등 성찰이 잠시 피어나다가, '사이버 교회 건설, '비대면 시대 교리교육' 등 기술적이고 방법적 담론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사태 초기에는 '관계'를 물었다면, 이제는 미래의 불안감을 덜어낼 '지식'이 필요한 것"이라며, "그러나 도구는 그것을 사용할 사람을 배제하고 설계할 수 없고, '어떻게(방법)'는 '누가', '어디로부터'라는 근원적 질문에 도달해야만 마련될 수 있는 것"이라고 역사적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기조강연을 한 박동호 신부(서울 이문동 성당)는 "어떤 이가 한 노인을 업고 강을 건넜다고 합시다. 그것은 사랑의 행동입니다. 반면에 정치인이 다리를 건설했다고 합시다. 그것 역시 사랑의 행동입니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 회칙 '모든 형제들'을 인용하며, 교회와 개인 그리고 사회 차원의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저마다 "'착한 사마리아인'을 찾아 연대하면서 영성을 살리고, 정부는 먼저 '더딘 사람'과 '힘없는 사람'과 '소외된 사람' 곧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다리'를 놓아 달라고 말했다.

한편, 사회 교리 주간(12.6-12)에 주교회의 정평위는 강론 자료와 교육 영상을 배포했다. 강론은 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 영상은 CBCK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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