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과거에는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 가톨릭 관련 등장인물들이, 그러니까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나올 때 수단이나 수도복을 입고 그 위에 커다란 묵주를 목에 걸고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 장면을 보면, '연출가가 정말 공부 안 하는 사람이구나....' 하며 혀를 차곤 했었죠. 왜냐면 묵주는 목걸이 용도로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묵주는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묵주기도를 할 때 사용하는 기도 도구로서 성물로 취급됩니다. 

지극히 기초적인 묵주의 기능은 성모송을 10번씩 할 수 있도록 셈해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초기의 묵주는 작은 돌 열 개였고, 이것을 나무나 다른 소재를 사용해서 좀 더 가볍고 휴대성 있게 만들어 오면서 오늘날의 묵주 형태가 생겨난 것입니다. 이런 기능성에 있어서 탁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반지 형태의 묵주가 될 것입니다. 손가락에 끼고 다니면서 언제든지 묵주기도를 바칠 수 있어서 좋죠.

묵주.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래서 말인데, 묵주를 목에 걸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건가요?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해오지 않았을 뿐 그렇게 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덧붙여 이유를 만들자면, ‘묵주는 목걸이가 아니다’라는 정도일 겁니다. 하지만, 주머니에 구멍이 났는데 묵주를 주머니에 넣을 수는 없죠. 그렇다고 일을 해야 하는데 계속 손에 들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어찌 하시렵니까? 만약 ‘묵주는 반지가 아니다’라고 하면, 반지 형태로 만든 묵주도 항상 호주머니나 정성스레 복주머니 같은 곳에 넣어 다녀야 할 것입니다. 

솔직히 매우 개인적으로 묵주를 목에 걸지 않기를 바라는 제 심정은, 그게 의상하고 어울리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그렇습니다. 어울릴 법하다고 생각되는 수단이나 수도복을 입은 채 묵주를 목에 걸어 보시라고요. 매우 어색합니다. 준수하게 생긴 배우가 묵주를 두른 채 수단을 입고 나와도 안 어울립니다. '패션감각을 도대체 어디에 둔 거냐?' 하는 세간의 시선을 무시하고 꿋꿋하게 목에 걸고 다니는 분이 주변에 있다면 결국 이걸 묻게 될 겁니다. “묵주기도는 언제 하시렵니까?”

자. 그러면 결국 묵주는 손에 들려 있어야 한다고요. 묵주가 반지의 역할만 하는 것은 밉상이지만, 그나마 손에 있으니 걸리면 한 단이라도 하지 않겠습니까? 반면에 목에 걸린 묵주는 언제쯤 제 기능을 할지 기약이 없는 셈입니다. 

정리하자면, 목에 걸고 말고를 따질 것이 아니라 묵주가 가진 본래의 기능과 의미를 살리는 게 본질입니다. 묵주를 목에 걸든 팔에 감든.... 개인이 편한 대로 할 수 있습니다. 휴대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휴대폰에 밀착되어 있는 현대인들이 너무나 많은지라, 어떤 이가 휴대폰 대신에 묵주에 밀착되어 묵주를 그냥 휴대만 하고 다녀도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일 겁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묵주 알을 굴려요. 이 장면을 보면 하느님께서 더더욱 기뻐하실 일이 아니겠습니까?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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