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어떤 기도든지 기도는 하느님을 만나도록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우리가 열심히 기도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종종 어떤 기도가 '가장' 좋은 것인지 물어 오는 분들이 계십니다. 흠.... 다양한 종류의 기도 중에서 무엇이 가장 좋은 것이다라고 꼭 꼬집어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굳이 답을 하자면, 자기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방식의 기도가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달리 말하면, 일상생활을 하며 꾸준히 할 수 있는 기도라 하겠습니다.

현실 안에서는 복잡하고 정신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관상기도처럼 조용히 침잠하여 명상을 하는 방식의 기도를 날마다 해 내기는 수월치 않습니다. 시끄럽지 않은 장소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기 내면으로 내려가는 데도 시간이 제법 들기 때문입니다.

▲ 기도하는 소녀.(사진 출처 = www.flickr.com)

이럴 때 할 수 있는 단순한 기도의 예를 들자면, 들숨과 날숨에 맞춰 하는 기도가 있습니다. 성호를 긋고 나서 들숨에 ‘선하신 예수님’, 날숨에 ‘저를 구해 주소서’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혹은 길을 걸으면서 이 단순한 기도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숨고르기를 하다보면 내게 필요한 내적인 평화를 되찾게 됩니다. 이 기도는 일상적으로 반복해도 되고, 본격적으로 어떤 묵상을 하기 전에 마음을 준비하기 위한 기도로 많이 활용됩니다.

성경읽기를 바탕으로 하는 기도도 있습니다. 전례력상에 주어진 그날의 복음이나 독서를 읽거나, 아예 창세기부터 차례로 성경을 읽어 내려 오면서 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빨리 읽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읽어 내려 가다가 나를 건드리는 부분에 멈춰서서 그 부분을 묵상해 보는 것입니다. 그 뜻을 헤아려보고, 어떤 느낌인지, 하느님께서 그 말씀을 통해 내게 무슨 말을 건네고 계신지 등을 하느님과 이야기 나눠 봅니다.

번잡한 일상때문에 기도하기가 어렵다는 분들에게 권해드릴 만한 또 다른 기도는 묵주 기도와 같이 쉽게 암송할 수 있고, 반복적인 형식의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면서도 내용상 묵상할 주제들이 있습니다.

정해져 있는 기도문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묵주기도를 해 보신 분들은 대부분, 기도를 하며 어수선했던 마음이 가라앉고 평화로워지는 체험을 해 보셨을 겁니다.

묵주기도를 토대로 짜여진 9일기도를 하며 마음의 위로를 크게 느낀 적이 있는 형제 신부님 한 분은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루에 네 개의 신비(환희, 빛, 고통, 영광의 신비)를 모두 묵상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환희의 신비, 점심에 빛의 신비, 저녁 먹고 고통의 신비, 그리고 잠들기 전에 영광의 신비를 바치는 것입니다. 한 번에 네 개의 신비를 몰아서 바칠 수도 있지만 한꺼번에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고스란히 내어 놓을 수 없는 바쁜 일상에서는 한 신비 당 십오 분 정도를 나누어 묵상합니다. 합치면 한 시간 내외를 기도하게 되는 셈이지요.

그 효과는 하루에 한 번씩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일생 전체를 묵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환희의 신비를 바치면서 예수님의 어린 시절, 빛의 신비를 바치면서 예수님의 공생활, 고통의 신비를 바치면서 그분의 수난, 마지막으로 영광의 신비를 통해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을 묵상하게 됩니다.

기도를 바치는 장소에도 특별히 제약받지 않습니다. 대중교통수단 안에서도, 걸으면서도, 좀 더 익숙해지면 운전을 하면서도....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거나 업무시간이 아닌, 홀로 있을 수 있는 상황이면 어느 곳에서도 기도드릴 수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묵주 꺼내 놓고 돌리기에 부담을 느끼신다면 묵주반지를 활용하신다거나 맨손으로 바칠 수도 있습니다. 손가락 마디와 끝을 활용해서 하나에서 열까지 셀 수 있으니 각자의 신체를 활용하는 일도 해 볼 만합니다. 이렇듯이 기도를 하고자 한다면 방법은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기도의 몇 가지 예입니다. 이 밖에도 말씀 못 드린 다양한 방식의 기도들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방식의 기도를 해 보고 내 일상에 지속가능한 것, 유익한 것을 찾아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을 꾸준히 수행할 때, 내 신앙과 삶에 근육과 힘이 생기게 됩니다.

내게 잘 맞는 것 같은 기도도 항상 내가 청원하는 것에 대한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도 꾸준히 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육을 만드는 운동이란 것이 늘 재미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기도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지치지 않으시려거든 감사 기도를 잊지 마세요.

추신: 이것도 참고로 보시기 바랍니다.  "성무일도가 뭔가요?"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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