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묵주기도. (이미지 출처 = Pixabay)

묵주기도 바칠 때, 지향을 일일이 다 열거할까요? 아니면 하느님께서 다 아시기에 지향을 이야기할 필요 없이 바로 묵주기도를 시작할까요?

흠.… '교회상식 속풀이'를 몇 년째 진행하다 보니 제가 말하면 자칫 어떤 판례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식은땀이 납니다. 

어느 공동체인지 모르지만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는 데 지향을 말하느냐 안 하느냐를 가지고 음영이 강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급기야 “속풀이”에 물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을 것이야….라고 상상을 해 봅니다. 

지향을 밝히는 게 나을까요 안 밝히는 게 나을까요? 개인 차원의 기도라면 각자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 차원이라면 규칙을 갖는 게 좋겠습니다.

이와 비슷한 주제인 다른 예를 들 수 있습니다. 미사 머리에 그 미사의 지향을 고지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미사 주례자들의 입장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오늘 이 미사는 누구누구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누구누구님의 영혼이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하며 지향을 나열해 주는 사제가 있는 반면에, 기도지향 일람을 읽지 않는 사제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제대 위에 놓여진 미사 지향 일람을 이미 벌써 다 읽으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공동체가 함께 묵주기도 시작할 때 지금 하는 이 기도가 무엇을 바라며 바치는 것인지 먼저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도지향을 말로 공지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서 하느님의 천사가 읽도록 해 둘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애인 사이에도 눈빛만 보면 다 아는 경우는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구성상 가장 바람직한 지점은 기도가 시작되기 전에 기도 지향을 공지하고 묵주기도 각 단의 신비를 묵상하는 것입니다. 기도 지향을 각 단마다 공지하는 것은 각 단에 해당하는 신비도 있기 때문에 서두에 뭔가 많은 첨언을 하는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묵주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지향을 밝히고 한다면 형식상 깔끔해 보입니다. 

참고로 미사의 지향도 미사 머리에서 사제가 나열해 준다면 그 지향을 바라는 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미사에 참여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는 말로 밝힐 필요 없을지 몰라도, 교회가 누군가의 간절함을 하느님께 전해 올리고 있음을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면 그걸 해 주는 것이 위로를 주는 일이 되겠습니다. 

사족: 지금 말씀드린 게 원칙이 아니란 건 여러분이 다 아시죠? 그냥 제 의견이니 공감하고 말고에 따라 공동체마다 개성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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