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무성의로 교섭 결렬, "해고자로 정년을 맞이할 순 없다"

12일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 씨(57)가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콜텍 해고노동자들은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13년 동안 싸운 끝에 지난 7일 처음으로 콜텍 박영호 사장과 만났지만, 끝내 교섭이 결렬돼 이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그간 해고노동자들은 “정리해고에 대한 사장의 사과, 해고자 복직, 국내공장 재가동시 희망자 우선 채용, 해고기간 보상”을 박영호 사장에게 요구했다.

이에 박영호 사장은 지난 7일 교섭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은 정리해고에 대해 사과할 이유 없음, 복직 불가, 국내공장 가동의사 없음, 해고기간 보상은 2007년 희망퇴직자 지급 기준으로 보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섭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3월 7일까지 모두 8차례 이뤄졌다.

금속노조 콜텍지회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는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에 대한 박영호 사장의 사과, 정년 전 명예복직, 해고기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다시금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3년 동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함부로 사람을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싸웠다”며 그동안 “초등학생 자녀는 군인이 됐고, 고등학생 아이는 직장인이 됐다. 해고자로 정년퇴직을 맞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늙은 노동자가 곡기를 끊는 마지막 투쟁을 시작한다”면서 이는 “돈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싸움,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대로 해고해도 되는 세상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12일부터 서울 등촌동 콜텍 본사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하는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 조합원. ⓒ김수나 기자

이날 이인근 콜텍지회장은 박영호 사장이 전향적인 대안으로 직접 교섭에 참여하겠다고 스스로 말해 놓고 “투쟁 과정에서 정년을 맞이하는 노동자들이 콜텍 구성원으로 정년을 명예롭게 맞이하고 싶다는 작은 요구마저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13년 동안 콜텍 노동자들은 단식, 고공농성 등 막말로 죽는 것 빼고 안 해 본 것이 없는데도 또 한 노동자가 곡기를 끊어야 하는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박영호 사장이 당사자로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날부터 단식을 시작하는 임재춘 조합원은 “30년 이상 기타를 만든 게 후회된다. 기타는 박영호 사장이 만든 게 아니라 노동자들이 손을 다쳐 가며 만든 것”이라며 “박영호 사장은 죽어도 명품 기타를 만들 수 없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봉 조합원도 교섭 때 박용호 사장에게 “정년 전에 복직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고 그간 콜텍이 자행한 일을 하나하나 설명했는데도 사장은 몰랐다고만 했다”며 “몰랐으면 지금이라도 정리하자고 했지만 그는 노동자들은 기계요, 노예일 뿐 노동자로서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막내가 올 2월 제대하고 복학한 것을 보며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꼈다”면서 “더 이상 하늘 감옥에 갇히지 않고, 단식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으나 박용호 자본은 우리에 단식을 요구하는 이 상황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박영호 사장도 마음이 불편하겠지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불편을 넘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사장이 마음을 바꿔 좋은 마음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2009년의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뒤집고 회사가 경영상 어렵지 않아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한 2012년 양승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금속노조 이승열 부위원장은 2012년 대법원 판결이 사법농단의 결과임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근거로 기업들이 책임을 피하고 있다면서 부당 정리해고에 대한 법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정부가 적극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 임미정 수녀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김수나 기자

구로노동자상담센터 문재훈 소장도 “양승태 대법원이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한 순간 한국의 노동법은 사라졌다”면서 “경영상 긴박하지 않은데도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은 사법부가 해고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권마저 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등노동자회 허영구 대표도 “근로기준법 23, 24조에 근거한 정리해고제는 사실 정리해고 제한 조항이며 요건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면서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로 노동자의 권리가 희생됐는데도 왜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근로기준법을 어긴 기업에 단호한 행정조치를 내리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13년 동안 이어온 콜텍 문제가 "오늘로서 한 조합원의 단식이라는 극단적 사태로 돌입했다"면서 "현재 한국 사회의 노사 갈등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희생에 참담함과 미안함을 느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이어 "부당한 정리해고로 억울했던 지난 시간과 차가운 거리에서 애끓는 눈물을 흘린 콜텍 노동자들을 지지하며, 사측이 사회적 가치와 상생을 추구하는 성숙한 기업 리더쉽을 발휘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공대위는 이번 무기한 단식농성과 함께 전국 규모의 동조 단식, 정부 지원을 위한 대표단 구성, 국내 및 세계 음악인과 연대, 콜트기타 주요 시장인 미국과 영국에서의 지지 캠페인 및 세계적 기타 기업인 팬더와 맨슨에 콜텍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 요청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13일에는 단식농성장에서 조계종 스님들의 7시간 기도가 진행되며, 매주 화요일을 집중 투쟁의 날로 삼아 동조단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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