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콜트콜텍 10년의 싸움, "후회는 없습니다"이인근 지회장과 임재춘 조합원의 이야기

2007년 4월, 인천 부평의 콜트악기 노동자 56명 정리해고. 그해 7월 콜텍 대전 계룡공장 폐업과 노동자 65명 정리해고, 2008년 인천 부평공장 폐업과 남은 노동자 125명 해고.

올해로 10년을 채우고 11년을 맞는 콜트콜텍 싸움의 시작이었다. 공장 폐업으로 노동자들이 돌아갈 곳을 없애 버린 콜트콜텍 박영호 대표이사와 대량 정리해고를 당연하게 만든 시스템에 맞선 10년의 싸움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인근 농성천막. 이인근 지회장과 임재춘 씨가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 10년 결코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11월 9일,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7년째 콜트콜텍 노동자와 함께 봉헌하고 있는 미사에서 이인근 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해고 이후, 거리 농성은 물론 법정 싸움, 고공농성과 단식 농성, 사측의 물리적 폭력, 정치인의 음해 등 겪어 보지 않은 일이 없었던 10년이었다. 고단하고 모진 시간을 지나오면서 정말 후회가 없었을까.

“지난 10년은 총체적으로 보면 후회할 만한 삶은 아니었어요. 40대 초반에 이 싸움을 시작했는데, 그 이전의 삶과 지금의 삶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그 이전이 훨씬 자본과 권력에 예속된 삶이었죠. 지금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잖아요.”(이인근 지회장)

이인근 지회장은 “후회는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 가족들을 볼 때는 내가 이 일을 왜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잠깐의 그런 후회를 상쇄하는 것은 결국 이 일은 그 가족, 내 아이들 세대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우리의 작은 희생으로 그들이 조금 더 나은 나라에서 살 수 있다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고 답했다.

임재춘 씨는 나름 기타 장인으로 해고되기 전까지 기타밖에 모르며 살았지만 싸움에 뛰어든 뒤에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토록 잘못된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세상이 이런데, 왜 젊었을 때 싸우지 않았을까, 왜 나만 잘살려고 했을까 후회가 된다”며, “10년을 싸웠는데도 여전히 내 자식들이 세상에서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 우리의 잘못이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콜트콜텍 이인근 지회장과 임재춘 조합원. ⓒ정현진 기자

기타 장인들, 곡을 쓰고 음반을 제작하다

김경봉, 방종운, 이인근, 임재춘. 현재 콜트콜텍 싸움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는 이들은 4명이다. 2012년 7월 이들의 싸움이 2000일이 됐을 때만해도 이들 곁에는 4명의 동지가 더 있었지만, 생업을 더 이상 포기할 수 없어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남은 4명은 청와대 앞 1인 시위, 다른 사업장과 연대 활동, 각종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연극 배우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기하고, 책을 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자신들이 만든 노래로 음반 제작에 도전했다. 

12월 9일 쇼케이스로 선보일 ‘투쟁 10주년 기념음반’에는 5곡의 노래와 1편의 시가 담겼다. 이 가운데 4곡은 남은 4명이 직접 노랫말을 썼다. 2014년 대법원 판결을 조롱한 임재춘 씨의 ‘서초동 점집’,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방종운 전 지회장의 ‘꿈이 있던가’, 박영호 사장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김경봉 씨의 ‘주문’, 2008년 고공농성 당시의 마음을 담은 이인근 지회장의 ‘고공’ 등이다.

처음 싸움을 시작할 때부터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였으면 기타를 엄청 잘 치겠어요?”라는 물음을 수없이 받았지만, 정작 이들 중에는 기타를 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 뒤로 누군가는 기타를 잡고, 노래를 하고, 타악기를 두드리며 ‘콜밴’이라는 밴드를 만들고 연주활동을  해 왔다. 

이인근 지회장은 “콜밴 활동은 처음에는 에너지가 됐는데, 지금은 실력이 늘지 않아 또 다른 고통이 됐다”며 웃었다.

그는 “처음에 사람들이 기타를 당연히 칠 줄 안다고 여겨서, 아니라고 답하며 웃어넘겼다”는 그는 “생각해 보니 기타를 만드는 사람이 기타를 칠 줄 모른다는 게 다른 의미였다. 기타가 아니라 각각의 부속품 하나만 만지며 살았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나는 기타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는 노동자가 아니라 그저 부속이 되어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춘 씨는 나무라는 재료의 특성상 공간이 통제되어야 하는 건 맞지만, 창문을 모두 가리는 등 콜트콜텍은 그 정도가 훨씬 심했다면서, “계룡에 새로 지은 공장은 완전히 밀폐형이다. 계절에 따라 온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생겼지만 모든 것이 차단된 그곳을 박영호 대표는 ‘꿈의 공장’이라고 한다”며 씁쓸해 했다.

임 씨는 “나는 생산 전 라인을 관리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웬만한 기타는 보면 안다. 요즘 콜트콜텍 기타의 매출이 떨어졌다는데, 보니까 그 이유를 알겠더라”면서, “독단적 경영의 당연한 결과다. 노동자도 기타도 이윤의 수단일 뿐이고, 노동자를 죽이니 기타도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4월, 서울 종로구 조계사 불교전통문화공연장에서 열린 콜트콜텍 사회적 해결과 연대를 위한 문화제에서 콜트콜텍 조합원 밴드가 공연하고 있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복직할 공장이 없으니 해고 유효”, "미래에 생길 수 있는 경영상의 위기"
 법원은 나쁜 판례를 남겼다

콜트콜텍과 같이 대량해고, 정리해고에 맞서 장기적으로 싸우는 사업장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법원 판결 결과와 내용도 그 이유 가운데 하나다.

콜트콜텍 싸움은 반 이상 사법부와의 싸움이었고 피를 말리는 과정이었다. 또 콜트콜텍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은 이후 다른 사업장에도 적용될 “나쁜 판례”가 됐다.

처음 지방노동위원회는 콜트콜텍 해고를 ‘부당해고’라고 봤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공장 폐업으로 구제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뒤, 민사 소송 1심에서도 법원은 같은 이유로 회사의 손을 들었고, 2심 고등법원은 회사가 주장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인정하지 않고 “해고 무효” 판결을 했다.

그러나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은 콜트 악기에 대해서는 해고 무효 판결을 했지만, 콜텍은 해고 유효라고 판결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고법으로 환송했다. 

그리고 2014년 6월 12일 대법원은 콜텍 정리해고 재상고심에서 “해고 유효”를 최종으로 확정했으며, 7월 행정법원도 “복귀할 사업장이 없다”며, 콜트악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판결 근거는 “공장 폐쇄에 따른 구제 실익 없음”, “장래에 도래할지 모르는 경영위기”다.

이인근 지회장은 “왜 그런 판단을 법원이 하느냐. 법원은 근로기준법 24조에 따라 해고 조건이 적합한지 여부만 판단하면 된다”며, “법원은 판결 이후 자본가들의 형편까지 고려한다. 판결 내용에 따른 대응은 기업과 노동자가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모든 기업은 미래에 적자일지 흑자일지 모른다. 판례를 뒤집는 것은 너무 어려울 것이고, 앞으로 많은 사업장에 이 판례가 인용될 것이다. 그것을 뒤집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농성 중인 콜트콜텍 해고노동자와 함께하는 미사를 드렸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지난 7년을 함께 지킨 형제요, 자매.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연대자들

이들의 10년 싸움 중에는 많은 이들이 연대하고 있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이 콜트콜텍에 대한 사실을 알고 찾아온다. 그 가운데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를 비롯한 사제, 수도자, 신자들의 연대도 또 하나의 몫을 하고 있다.

이인근 지회장은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그 전에는 모든 종교가 교세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만 봤다. 하지만 이 싸움을 하면서 참 신앙이 무엇인지,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고 배웠다. 단지 미사를 드리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이들은 함께 밥상을 꾸리는 사람들이었고, 형제요, 자매였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콜트콜텍 싸움의 종착지? 싸워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콜트콜텍 싸움의 끝은 어디일까? 복직? 보상? 위로금? 한국에서 철수하겠다는 박영호 사장의 약속 이행? 10년간 수없이 생각했을 내용이지만 이제 남아서 싸우는 사람들의 바람은 “우리가 싸우기 전보다 세상이 더 좋아지는 것, 비정규직법과 정리해고만이라도 없어지는 것”이다.

임재춘 씨는 “다 같이 사는 세상. 기업의 지배구조가 조금이라도 바뀌어서 자식들은 조금 더 편히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기업의 대량해고, 이로 인해 장기싸움을 하는 사업장의 문제는 이제 기업 사적 영역이 아니라 사회 공동선의 문제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의지가 없는 것 같고, 시스템이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이것이 계속 싸워야 할 이유다. 우리가 함께 싸우는 동안 정리해고제도, 비정규직법만 폐지되어도 큰 보람이자 성과일 것 같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현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