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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현장 곳곳, 성탄 미사 봉헌소성리, 강정, 서울 광화문.... 아기 예수의 희망이

세상이 바뀌었다는 안도, 바뀔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을 요구하는 이들의 천막은 거리에 있고, 억울하고 애통한 죽음이 이어진다.

이들에게 가장 먼저 희망과 위로가 되어 찾아올 것이라 믿는 이들의 미사가 현장 곳곳에서 봉헌됐다.

“사드 배치는 예수의 평화, 생명, 사랑에 배치”

24일, 사드 반대 투쟁을 이어 가는 작은 마을 소성리에서 성탄 대축일 밤미사가 봉헌됐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미사에는 정평위원장 황경원 신부, 부위원장 이광휘 신부, 전주교구 문규현 신부를 비롯한 수도자, 소성리 주민과 활동가, 서울과 대구에서 달려간 신자 30여 명이 참여했다.

강론을 맡은 황경원 신부는 예수가 태어난 나자렛의 마구간처럼 초라하고 낮은 곳은 아마 갈등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우리의 마음일 것이고 또 이 소성리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런 아프고 낮은 곳에 예수는 사랑과 평화로 오셨다”고 말했다.

황 신부는 “우리의 구원은 우리가 하느님을 하느님의 자리에 올려 둘 수 있을 때 가능하며, 그런 하느님께 기도할 때, 우리의 바람을 이뤄 주실 것”이라며, “예수는 우리에게 사랑과 생명, 평화, 인류 구원을 주러 왔지만, 사드는 전쟁, 죽음, 폭력, 갈등을 가져오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는 하느님의 자리에 하느님이 아닌 권력, 명예, 돈, 무기를 둔 결과”라고 말했다.

소성리 활동가 김영재 씨는 찾아온 신자들에게 소성리 마을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두 차례 큰 충돌을 겪으며 사드배치를 막아 낸 주민들은 “사드는 소성리뿐 아니라 한반도 어디에도 안 된다”는 인식으로 매일 마을회관 앞에 모여 집회와 모임을 이어 가며, 거리의 현장에도 연대 방문을 하고 있다.

김 씨는 현재는 날씨 문제로 공사가 거의 중단되었지만 내년 3, 4월 공사가 재개되면 다시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도 기지에 미군과 유류 반입을 막아 헬기로 실어 나르기 때문에 일주일에 3-4일은 헬기 소음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장비가 들어가 임시배치된 상황이지만, 사드는 미국 전략사령부에서 운영하는 전략무기이며, 이를 운영하는 비용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영구배치를 위한 과정에 있다면서, “환경영향평가 이후 배치될 예정이지만, 제대로 평가한다면 배치할 수 없을 것이고, 모든 과정이 너무 위법하다”고 말했다.

미사 뒤, 참석자들은 사드 기지 길목인 진밭교 천막을 거쳐 사드 기지 입구까지 올랐다.

24일, 소성리에서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주관으로 성탄대축일 밤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성탄의 복음은, 힘겨운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기 위한 강생”

제주 강정마을 거리천막에서도 이날 마을 주민과 제주교구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탄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문정현 신부, 예수회 김성환 신부와 함께 미사를 집전한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강론에서 올해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 사고 특히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 제주해군기지 관함식 개최, 강정의 고달프고 외로운 투쟁 등을 언급하며, “4.3 70주년을 맞이한 제주에서 가능한 일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을 뿐더러 강정마을 공동체의 절실한 화합 기회를 단숨에 날린 결과”라고 말했다.

문 주교는 “성탄 대축일에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복음이 울려 퍼져도 세상의 아픔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세상은 여전히 아픔으로 신음하고 있다”며, “그러나 화려한 궁전이 아닌 마구간에서의 탄생은 우리에게 한 줄기 찬란한 빛으로 다가오는 희망을 선사한다. 세상의 모든 아픔, 슬픔과 분노를 껴안기 위해 마구간에 탄생해 사람이 되셨다는 희망”이라고 위로했다.

그는 “강생의 신비를 살아가는 것, 말씀이 우리 안에 태어난다는 것은, 내 안에 오신 그분과 대화하고, 의지를 묻고 그분이 바라는 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할 때, 이뤄지는 것”이라며, “그분의 백성으로서 사명을 실천하려 할수록 세상은 우리를 맞아들이기보다 내치려 하지만, 우리의 사명을 실천할수록 세상의 아픔과 분노는 조금씩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제주강정마을 천막에서는 문창우 주교의 주례로 성탄미사가 봉헌됐다. (사진 제공 = 방은미)

25일 성탄 대축일에는 12년간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리에서 싸우는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부당한 노동 구조로 홀로 죽어 간 김용균 씨를 기억하는 성탄미사가 봉헌됐다.

“2019년에는 이 지루한 투쟁 끝내고 싶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빈민사목위원회,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25일 오전 장기 투쟁 사업장인 콜트콜텍 노동자를 위한 성탄 거리 미사를 봉헌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콜트콜텍 농성장 앞에서 봉헌된 미사에는 콜트콜텍 노조 이인근 지회장과 20명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120여 명이 함께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승구 신부는 “살아가는 모든 순간의 일들이 안녕하냐고 묻는 것이 성탄”이며 “불편하고,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회복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하느님이 인간에게 보낸 아드님이란 선물”이라고 말했다.

나 신부는 이어 “절망스러운 아픔”을 겪는 장기 투쟁 사업장이나 409일을 넘어선 파인텍 굴뚝 농성의 문제가 “법적, 논리적으로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인데 이럴 때는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 해결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면서 기도와 성원을 당부했다.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장 김윤석 신부는 강론에서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기계에 끼어 숨진 김용균 씨를 언급하고 “이런 사건은 개인적 아픔이 아닌 한국 사회의 구조적 폭력이 낳은 희생”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법적, 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관”으로 “자본을 위한 가치보다 노동자를 위한 가치가 더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연대하고 동참하는 모습이 신앙인의 좋은 모범”이라고 강조했다.

콜트콜텍 노조 이인근 지회장은 “우리가 1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신부, 수녀, 신자들의 큰 사랑의 기도 덕분”이라며, “2019년에는 이 지루한 투쟁을 끝장내 보자는 마음으로 싸우겠다. 새해에는 본사가 있는 등촌동으로 투쟁 거점을 옮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1월 8일 이곳을 출발해 9일 본사 앞에 도착하며 현재 여의도에 남아 있는 농성천막은 조만간 거두고 세종로 농성장은 비워 둔 채로 유지할 것”이라고 <가톨릭 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미사 뒤에는 삼성전자 서비스지회 라두식 지회장이 콜트콜텍에 투쟁기금을 전달했고, 빈민사목위와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에서 준비한 빵과 어묵탕을 참가자들이 함께 나눴다.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에서 봉헌된 '콜트콜텍 노동자와 함께하는 성탄대축일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 ⓒ김수나 기자

아기 예수의 요청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외로운 죽음에 응답하는 것

이어 오후 2시에는 서울 광화문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 시민분향소 앞에서도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탄미사가 봉헌됐다.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위원회,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가 김용균 씨를 비롯한 비정규 청년노동자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사회를 위해 기도했다.

미사를 주례한 예수회 박상훈 신부는 “이윤을 극대화하는 악행의 수단이 비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의 대다수는 힘없는 사람들”이며 “효율보다는 안전, 이윤보다는 생명과 인간의 가치가 우대받는 사회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이 땅에 아기로 오신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예수회 조현철 신부는 강론에서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실체적 변화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1년 산재 사망사고의 90퍼센트 이상이 하청노동자로 하청노동은 죽음의 위협 속에서 강요당하는 노동”이며 “비정규직은 노동자들을 부려 먹고도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는 불의한 제도이고 노동자의 인격과 자존감을 갉아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용균 씨의 외로운 죽음이 더 이상 외롭지 않도록,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의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기계에 끼어 숨진 청년 비정규노동자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성탄 미사가 봉헌됐다.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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