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4463일째, 부활 대축일 미사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부활이 지금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부활은 거저가 아니라 누군가가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잃은 것, 안타까운 모든 것들을 되살리기 위해서 우리를 가로막았던 돌무덤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를 사랑하는 연대의 마음으로 부술 수 있습니다.”

해고자 복직을 위한 콜트콜텍 투쟁 4463일, 임재춘 조합원 단식 41일째인 21일, 콜트콜텍 해고자들과 함께 하는 부활 대축일 미사가 봉헌됐다. 

본사 앞에서 봉헌된 이날 미사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빈민사목위원회,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주관했으며, 2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에는 단식 41일째인 임재춘 씨도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정현진 기자

“가족과 밥상에 둘러앉는 날까지 힘내겠습니다” 

강론을 맡은 서울대교구 노사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하느님이 원하는 것은 모두 부자가 되는 세상이 아니라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라며, “가족을 보살피고 밥 한 끼 같이 먹기를 바라는 것이 이상이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바라는 것이 어째서 이상인가”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흑자경영을 하던 회사의 미래 위기를 이유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대법원, 돈을 위해 부당해고한 회사에 대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법이 그러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신분으로 이러한 현실과 사태가 하느님이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순식간에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세상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지만 저임금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부당한 노동현실을 고발하며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지적하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모두가 부자가 되는 세상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의식하고, 함께 책임지며 미안해 하는 건강하고, 정상적 사회”라고 말했다. 

또 그는 부활의 신비 속에서 우리는 이웃을 기억하고 연대하고 힘을 얻는 것이 하느님의 길이자 인간의 길임을 믿어 고백한다며, “형제에 대한 사랑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돈에 미친 사회에서 벗어나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4월 21일 부활 대축일 미사가 콜텍 본사 앞 도로에서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는 콜텍 해고자들도 참석했다. 단식 중인 임재춘 씨는 건강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이 싸움을 끝내고 딸과 같이 밥상에 둘러앉을 수 있을 때까지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해고자로 정년을 맞은 김경봉 씨는 부당한 해고에 사과와 복직을 요구했고, 성희롱과 인권유린에 대응하고자 노조를 만들었을 뿐이라며, “그러나 자본은 기본권을 지키려는 노조 때문에 회사가 어렵게 됐다고 비난하고, 콜텍 사측은 여전히 사과와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노동자가 자신의 직장을 망하게 할 것인가”라며, “자본은 우리에게 굴복하라고 하지만 절대 굴복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 명예복직을 요구하니 복직 당일 퇴직하라는 사측이 투쟁을 요구한다면, 싸워서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송창욱 씨는 “예수님의 단식도 40일이었다. 이제 이 싸움과 고통을 더 넘기지 말고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오늘 이 부활의 기운이 전해져서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교섭이 잘 이뤄질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부터 다시 시작된 교섭은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22일 이어진다. 해고자들은 사측의 사과와 복직, 해고기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교섭에서 사측과 입장을 좁히고 있지만, 사측은 세 가지 요구사항 모두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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