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감사미사와 도농한마당 잔치

한 해 동안 생명농업을 위해 애쓴 농민들을 생각하고 농사의 결실을 도시 소비자들과 나누는 가을걷이 감사미사 및 도농한마당 잔치가 4일 명동대성당 일대에서 열렸다.

전국 13개 교구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도시생활공동체 회원들이 참여한 이날 행사에서는 풍물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각 교구별 농산물직거래 나눔 장터, 토종씨앗 전시, 먹을거리 나눔이 펼쳐졌다.

미사에 봉헌할 농산물을 준비하며 참가자들은 올해는 봄 가뭄과 여름 폭염, 가을 폭우로 그 어느 해보다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애를 많이 태운 가운데서도 오늘같이 소중한 결실을 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가톨릭농민회 강기갑 부회장은 “산모가 출산할 때 고통이 크지만 기쁨도 크기 때문에 즐거워하듯, 농민들도 농사지으면서 여러 가지 시련과 눈물, 한숨, 걱정이 많지만 수확의 기쁨이 그것을 다 넘어선다”면서 “자연재해를 이겨 낸 생명농산물들이 더 없이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행사의 규모가 해마다 커지면서 농민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 준다면서 “수확물의 가치를 알고 소중하게 식탁에 올려 주는 것이 농민들에게는 무엇보다 큰 기쁨이고 보람”이라고 말했다.

명동대성당 앞마당에 차려진 각 교구별 우리농산물 나눔장터. ⓒ김수나 기자
감사미사에 봉헌된 올해 생명농산물. ⓒ김수나 기자

대성전 주변과 성모동산, 가톨릭회관 앞마당에서 농산물과 먹거리 나눔이 펼쳐지는 가운데 각 교구 우리농 본부 사제단, 서울대교구 유경촌 보좌주교와 사회사목국 사제단이 함께 집전한 감사미사가 봉헌됐다.

유경촌 주교는 미사에서 농민의 수고로움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농업현실에 대한 도시 신자들의 구체적 실천을 강조했다.

유 주교는 “생명농업은 농민들만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고 농산물을 소비하는 도시의 신자들이 없다면 생명농업이 유지될 수 없다”면서 “도시의 신자들이 예수의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은 농민들이 생명농사의 보람을 느끼고 더 이상 지치지 않도록 농민들의 정성에 화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민들은 현재 쌀값이 밥 한 공기에 200원밖에 되지 않는데, 최소한 300원은 되어야 농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도시 노동자들에게 최저 임금 보장이 중요하듯 농민들의 수고에 정당한 대가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주교는 농촌을 살린다는 것은 도시를 포함해 우리 모두를 살리자는 운동이기에 도시 신자들이 우리농 회원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의정부교구 가톨릭농민회 홍정의 회장은 “신자분들이 유기농에 대한 개념이 좀 약한 것 같고, 농민에 대한 관심도 약해 보인다”면서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의미보다는 생명 먹거리, 친환경 농업을 소비자들이 더 많이 알고 느낄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상으로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생명농업의 큰 뜻을 알아주면 좋겠는데 요즘 소비자들은 그런 의미를 벗어나서 농약을 뿌린 농산물과 자꾸 비교하니까 가슴 아플 때도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미사에서 유경촌 주교는 농민의 수고에 정당한 대가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나 기자
가톨릭회관 앞마당에 차려진 먹을거리 마당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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