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목의 존재와 길을 묻다 3 ; 우리농촌살리기운동

[특별 기획] - 사회사목의 존재와 길을 묻다

1. 정의평화위원회
2. 생태환경위원회 - 탈핵 운동
3. 생태환경위원회 - 우리농촌살리기운동
4. 빈민사목위원회
5. 민족화해위원회
6. 사회복지회

2018년 새해를 맞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가톨릭 교회의 사회사목이 어떻게 존재하고 어떠한 길을 가야 할 것인가를 물었다. 다른 사목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회사목은 정의평화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 등 각 ‘위원회’의 이름으로 ‘특수 사목’화 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분야보다 ‘세상 속으로’ 나아가 복음화하는 소명에 가장 가까운 사회사목이 과연 특수한 일부의 일인가는 오랜 물음이기도 하다.

촛불혁명 이후 적폐를 청산하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각계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이 역시 정부나 대통령의 일은 아니다. 적폐청산은 적발과 처벌, 법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에서 복음화해야 할 세상 속으로 교회는 어떻게 들어가고,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 그리고 교회 스스로는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 주교회의 위원회 구성을 중심으로 6개 사회사목 분야를 통해 그 길을 함께 고민해 본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말 그대로 농촌과 농민을 살리고 모두의 생명을 살리자는 운동이다.

우리농운동은 쌀수입이 개방되기 사작한 1994년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주교단이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하며, 우리 농민과 농토, 농업을 살리는 일을 지원하겠다”며 시작했다.

전국 약 200개의 도시생활공동체(본당), 75개의 가톨릭농민회(분회) 두 축이 이끄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도시와 농촌 공동체가 함께 생명 가치관을 세우고, 도농 공생을 실현하며, 생태적 성찰과 회심, 공동체적 삶의 실천 등을 목표로 삼았다.

“우리는 농업, 농촌, 농민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이로부터 새로운 삶의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도시와 농촌의 생명, 생활공동체운동만이 ‘함께 살고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생명의 먹거리를 제대로 나누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야말로 우리의 믿음과 생활을 일치시키는 ‘참 공동체’를 실천하고 지향하는 ‘믿는 이들의 삶의 자세’라고 고백합니다.” (1994년 6월 29일,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 창립 선언문)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장 김인한 신부. 그는 농민들과 함께 사제가 되어 가는 것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정현진 기자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모든 사목과 교회의 본질 찾는 운동”

지난해 9월부터 전국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인한 신부(부산교구 우리농 본부장)는 여러 사목 분야가 있고, 모두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교회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교회의 본질에 속하는 사목이다. (성찬례처럼) 밥상을 차려 공동체를 이루고, 음식을 나누고 어머니이신 교회로서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찮은 밥상이라도 밥은 근본의 문제다. 교회가 그렇게 시작됐고, (우리농운동은) 그런 교회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본질을 잊으니, 교회는 추상적으로 존재하고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가톨릭농민회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복음의 빛에 비추어 어려운 길을 택하는 사람들”이라며, “우리농은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는 길을 찾는 근본적 운동이고, 현재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확인시켜 준다. 그래서 우리농운동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교회 안에 생태적 감수성을 심어 주는 운동입니다. 생명농산물을 잘 나누자는 수준을 넘어, 교회 정신으로 농촌, 생태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이 우리농의 몫입니다. 그래서 우리농운동은 신심운동, 생태신심운동입니다.”

김인한 신부는 생명을 살리고, 생태적으로 회심하며, 교회의 본질을 찾아가기 위한 우리농운동의 의미에서, “최소한 가톨릭농민회가 시작된 지난 50년간 교회가 농민들에게 무엇을 했는가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가을걷이 감사미사와 도농한마당 잔치. ⓒ정현진 기자

교회, 농민을 사목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가?

그는 농촌교구조차 농민사목(우리농) 전담 사제가 없고, 교구 사목교서에서도 ‘농촌’, ‘농민’이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각 교구 사제단 가운데 본당이나 다른 사목을 겸직하지 않고 온전히 전담하는 교구는 부산, 서울, 마산뿐이다. 또 2018년 각 교구 사목교서와 사목전망 가운데 ‘농촌’ 또는 ‘농민’이 등장하는 횟수는 춘천교구와 안동교구 단 2번이다.

김 신부는, “전담 사제를 둔다는 것은 그것이 중요하다고 의식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것은 ‘농민’을 사목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농촌 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교구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농촌, 농민을 사목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도시의 번듯한 성당에 있는 신자만 사목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묻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도시 교구만 농촌 사목 전담을 두는 상황은, 나아가 소비지 교구(도시)가 힘을 갖게 되고, 도시 소비자들의 논리로 농촌사목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농민은 을이고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맞출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농운동의 고유성, 논리를 지킬 수 없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농촌 사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 담당 사제로 가장 좋은 것은 농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알게 되고, 그들의 일과 삶을 알고 어떤지 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에요. 농민들과 더불어 나 자신도 사제가 되어 간다는 것이 무척 좋습니다.”

김인한 신부는 우리농 담당 사제단 모임이 지닌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다른 사목과 달리, 다른 교구, 가농과 도시생활공동체 등 여러 주체와 관계성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연대의 관계 안에서 교회성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사제들은 사목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일깨우는 과정을 겪는다”며, “우리농은 모든 주체를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함께 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태도에 많이 열려 있다”고 말한다.

농촌사목을 위해서는 농촌이 사목 현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16년 부산교구 신학생 모두는 교구 가농 분회로 농활을 다녀왔다. ⓒ정현진 기자

“농촌을 살리기 위한 노력, 교회는 늘 어려운 지점에 있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농운동의 방향에 대해 김 신부는 2018년 한 해는 백남기 농민 사건으로 비상체제로 유지됐던 상황을 다시 도농 교류 등 일상 운동에 매진하는 것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회장단과 조직을 정비하고 개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전보다 늘어나고 있는 젊은 농민들의 양성, 특히 농지 확보와 같이 농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김 신부는 “농산물 소비가 아니라 농민을 살리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조직은 가농과 우리농뿐인데, 현재로서는 이를 위한 운동이 없다”며, “이를테면 전국본부 차원에서라도 농사를 지으려는 이들에게 빌려줄 농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을 만들고 지켜야 농민들이 설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현실적 어려움도 있지만 우리농이라는 이름을 위한 기반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산물 소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농은 또 다른 소비행태를 만드는 것에 멈춰서는 안 된다. 국가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교회 차원에서도 농촌을 지켜야 한다는 근본적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운동도 다른 생협처럼 안전한 먹거리 소비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교회는 늘 가장 어려운 지점에 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