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농과 우리농, 가을걷이 감사미사와 도농한마당 잔치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2017년 가을걷이 감사미사와 도농한마당잔치’가 열렸다.

전국 13개 교구 가톨릭농민회와 도시생활공동체 회원과 신자들이 함께 마련하고 참여한 이날 도농한마당 잔치에는 가톨릭농민회원들이 1년 동안 가꾸고 수확한 농산물과 먹거리가 펼쳐졌다.

매년 10월 마지막 주일에 열어 온 가을걷이 감사미사와 도농한마당잔치는 이제 제법 자리를 잡아, 매년 이 자리에서 얼굴을 보는 이들이 생겼다. 일부러 장바구니를 들고 명동을 찾은 이들과 미사 참례를 한 신자들은 성당 앞마당과 성모동산까지 들어선 각 교구 천막을 돌며, 갖가지 먹을거리를 마련하고, 이것저것 묻느라 여념이 없다.

가톨릭회관 앞에 자리 잡은 먹거리 한마당에는 전어회 무침과 보쌈, 빈대떡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주문에 맞춰 먹거리를 마련하는 가농과 도시생활공동체 회원의 손은 쉴 틈 없이 바쁘다. 농민들도 수확물을 팔고 알리는 틈틈이 오랜만에 만난 다른 교구 회원, 생공 회원들과 농사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며 회포를 푼다.

광주대교구 생공회장 박희숙 씨는 “고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니 하는 것이다. 힘들지만 또 그만큼의 기쁨이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도농한마당잔치가 열리는 중에는 대성전에서 가을걷이 감사미사가 봉헌됐으며, 전국 우리농 본부 사제단과 서울대교구 유경촌 보좌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제단이 함께 집전했다.

유경촌 주교는 우리농운동이 20년 넘었지만 여전히 교회는 가농 생산물의 20퍼센트만 소비하고 있다며, "더 많은 연대와 동참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현진 기자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봉헌하는 가톨릭농민회원들. ⓒ정현진 기자
제대에 봉헌된 생명농산물. ⓒ정현진 기자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유경촌 주교는 미사에서 세 가지 감사에 대해 생각하면 좋겠다며, “생명의 먹거리를 주신 하느님, 농사를 통해 선물을 준 농민, 깨어 있는 도시생활공동체 가족”을 언급했다.

유 주교는 “날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는 이날의 주제문구를 들며, “이는 우리의 존재와 삶 자체가 하느님 손에 있음을 일깨우고, 자연에서 생명의 열매를 맺게 해 주는 하느님이 계심을 고백하는 말”이라며, 우리 생명을 위한 먹거리는 마트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주교는 무엇보다 “하느님의 생명의 선물을 농사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 주는 이들은 바로 농민이며,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생명유기농을 지켜 주는 가농 모든 회원에게 감사한다”고 인사하고, “현재 우리나라 유기농산물은 전체 농업 생산의 1퍼센트가 되지 않는다. 가농회원들은 생명농의 마지막 보루이자 마지막 끈을 붙들고 있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지난 20여 년 교회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해 왔음에도 가농 회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교회가 20퍼센트밖에 소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성찰하게 된다. 이 땅의 모든 농사가 유기농이 된다면 더 이상 비쌀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이 생명농을 지지하고 연대하고 도와야 한다. 오늘의 잔치는 그런 연대와 상생의 자리”라고 강조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 김인한 신부(부산교구)는 이 자리는 농산물을 통해서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들의 얼굴을 보기 위한 자리이고, 농민과 농산물의 이야기를 서로 묻고 듣는 자리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전국 농민들이 모여 만나고 또 우리농산물 소비에도 도움이 되니, 의미가 있는 자리”라면서도, “그러나 농민들이 주인이 되고 시민들과 만나 즐기기 보다는 판매에 주력하게 되는 것, 소비자들도 농산물의 가격만 묻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우리농운동은 관계성 운동이며, 각각의 농산물과 농민이 나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 끊임없이 묻는 운동, 관계성의 확장을 위한 운동”이라고 강조하고, “그래서 우리농운동과 이런 도농한마당을 통해 밥 한술을 뜨더라도 이것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가 근본적 질문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신앙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동대성당 앞마당에 펼쳐진 우리농산물 장터. ⓒ정현진 기자
교구청 앞에서는 백남기 농민 사건 관련 사진전과 농민권리와 먹거리 기본권 실현을 위한 헌법개정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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