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리농, 가을걷이 감사미사와 도농한마당잔치 열어

장터 구경을 나온 시민들과 우리농촌살리기운동 활동가들 그리고 꼬박 1년을 지은 결실을 내온 농민들이 섞여 왁자하다. 풍물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각 교구 본부장 사제들도 동참해 어디선가는 신선한 전어회를 썰고, 또 어디선가는 옷에 양념을 묻혀 가며 열심히 사람들을 먹일 김치를 버무린다.

10월 30일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2016년 가을걷이 감사미사와 도농한마당잔치’ 풍경이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각 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생활공동체와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참여해 교구별 특산품과 제철 농산물, 가공품 등을 선보였다. 또 가톨릭회관 앞마당에서는 김치와 전어회 무침, 부침, 삼겹살 구이 등도 즉석 먹을거리로 제공해 시민들이 발길을 붙들었다.

마산교구 가톨릭농민회의 한 회원은 60그루의 감 농사를 거의 혼자 해내느라 힘들었다면서도, 작황이 좋아 가져온 감을 모두 팔 수 있었다며 흐뭇하게 웃는다.

▲ 명동대성당 앞마당에 차려진 우리농 장터. ⓒ정현진 기자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다가 인근으로 이주했던 최요왕 농민도 동료들과 농사지은 나물 등 농산물을 가져왔지만, 정작 자신의 물건은 놔두고 사람들 만나기에 바빴다. 그는, “도농한마당은 상품을 팔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동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상품을 팔다 보면 사람들과 만날 시간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강본당에서 활동하다가 인근에서 우리농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이 씨도, “농민들과 만나고 나면 우리농에 대한 시각도 달라지고 자세도 달라지지만, 기회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 1년에 한 번인 이 날이 무척 소중하다”며, “농민과 생활공동체 활동가, 시민들이 만나서 편하게 어울리고 놀 수 있는 기회가 따로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전주교구 최종수 신부도 회원들과 함께 버무린 김치를 모두 팔았다. 최 신부는 도농교류의 중요성에 대해서, 아무리 애써서 생명농법으로 농사를 지어도 팔 곳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인 만큼 이런 자리가 도시 소비자들이 이런 생명운동,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소비하는 계기가 되어 준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의 운동으로 생명농업을 50년간 하고 있지만, 정작 교회에서 전체 생산량의 반도 소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가톨릭농민회 생산물이 다른 곳에서 소비되고 있는데, 교회 내 어른들이나 다른 구성원들도 농촌에 관심이 없다”며, “교회만큼 좋은 조직이 없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본당에서 애써 준다면 판로 걱정을 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 서울 우리농 이사장이기도 한 유경촌 주교는, "내가 돌아보는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아니냐"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장터를 돌며 회원들을 만나 격려했다. ⓒ정현진 기자

“참행복에 대한 갈망으로 나무에 오른 자캐오처럼, 농민과 농촌 위한 갈망을....”

농산물과 먹을거리 나눔, 길놀이와 토종종자 전시, 백남기 농민 사건 특검을 위한 서명전 등이 벌어지는 동안, 유경촌 주교를 비롯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사제단 집전으로 명동대성당에서 감사 미사가 봉헌됐다.

유경촌 주교는 강론을 통해 쌀값 하락과 GMO재배 등 농촌이 직면한 문제와 백남기 농민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잔치임에도 쌀값 하락, GMO 문제 등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며, 정의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농민과 연대하고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한 실천에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작년에 보성농민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가 서울에 올라온 이유도 쌀값 하락이었습니다. 임마누엘 형제가 물대포에 쓰러지고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사망했는데, 아직도 장레조차 치르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농업과 농민에 대한 존경을 잃어버렸는지 상징적으로 말해 줍니다.”

유 주교는 “쌀은 우리의 주식이고 생명이며, 농업의 중심이며, 농업이 망하면 우리가 망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무조건 싼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농민들의 수고에 정당하게 값을 낸 건강한 먹을거리를 취하는 것이 정의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생명을 지키기 위해 힘든 여건에서 분투하는 농민들과 연대할 것을 당부하면서,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한 작은 노력과 구체적 실천, 관심, 기도, 참여와 나눔은 자캐오가 주님을 갈망하며 나무에 오른 수고, 노력과 같은 것이다. 용기를 잃지 말고 우리의 노력을 봉헌하자”고 말했다.

▲ 가톨릭회관 앞에는 각 지역 먹을거리들로 잔칫상이 차려졌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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