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민화위, 평화나눔포럼

천주교계가 연 평화 관련 포럼에서 “중국은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하는 국가에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중국의 적극적 안보보장을 약속받는 조건으로 사드 배치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8월 20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주최하고 평화나눔연구소가 주관한 한반도평화나눔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또 중동, 사라예보 지역 등의 교구장이 분쟁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평화 관련 전문가들이 한반도의 현실과 평화에 대한 해법을 토론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 배치에 관한 논의도 뜨거웠다. 가톨릭대 국제학부 박건영 교수는 정부가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정해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고, 우발적으로 전면전이 일어나더라도 사드는 적절한 방어수단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이 핵무기에 공격을 받을 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적극적 안보 보장’을 약속받는 조건으로 사드 배치를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 약속이 “중국이 독자적으로 행할 수 있는 대북억지 조치이므로, 한국 안보에 대한 중국의 진정성을 시험할 수 있는 수단이며 북중관계를 한국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이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면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상을, 한국은 개성공단 등 교류협력을 위한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한국이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 위해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남북미중 4국의 협상을 제의하라고 제시했다.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지 않거나 연기할 때 미국이 동맹을 폐기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관해서는 “한국은 약소국이며 미국은 한국을 중요시하는 않는다는 1950년대식 관점”이라며 “사드로 인한 동맹방기에 대한 한국의 우려는 기우”라고 했다.

중국인 학자인 베이징대 왕이저우 교수도 “사드는 한반도에 필요하지 않고,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며 중국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밝혔으며, “중국인은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지만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8월 20일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한반도평화나눔 포럼이 열렸다. ⓒ배선영 기자

한 외국인 청중이 통일에 관한 한국인 특히 젊은이의 인식이 어떤지 물었다. 이에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조민 원장은 한국 국민이 10년 정도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한반도에 긴장이 지속되면서 통일문제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런 분단 상황은 강대국에게는 이로운 구조이며, 남북은 강대국 사이에서 끊임없는 위기와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 상태로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변국이 아니라 남북의 판단과 의지로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포럼에는 가톨릭대 박정우 신부, 전 히로시마 시장 아키바 다다토시 등이 분쟁 해결과 평화 구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해 발표했으며, 중동 마론파의  벱싸라 부트로스 라이 추기경, 보스니아 사라예보 대교구의 교구장 빙코 뿔리치 추기경 등이 분쟁지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론파는 동방전례 가톨릭 가운데 하나다.

벱싸라 부트로스 라이 추기경은 레바논이 1975년-1989년 내전 뒤, 타이프 협정을 맺고 ‘국민화해헌장’에 도달한 것을 평화와 화해에 관한 좋은 모델로 꼽았다. 이로써 레바논은 다른 중동지역과 다르게 국가로부터 종교가 분리했고, 그리스도인과 이슬람인의 상생을 고려하는 조약과 이들이 국회와 공공기관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것을 헌법에 보장했다.

라이 추기경은 마론파의 전 중동과 안티오키아 교회 수장이며 총대주교다. 마론파는 1976년 통계에 따르면 신자 중 절반 정도가 레바논에 살며, 그 외는 시리아, 예루살렘, 이집트, 북남미 등에 흩어져 산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에 관해 이스라엘 정부 곁에 팔레스타인 정부를 만들고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난 난민을 조국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올바른 평화와 화해의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시리아의 점령지에서 이스라엘 군대가 철수하라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라이 추기경은 시리아와 이라크, 예멘의 분쟁은 관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경제적, 정치적 화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동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정치적이고 종교적이라며, 앞서 말한대로 레바논의 공생공존 형태와 공평한 참여가 분쟁을 해결하는 데 모범이 된다고 했다.

▲ 마론파의 전(全) 중동과 안티오키아 총대주교 벱싸라 부트로스 라이 추기경. ⓒ배선영 기자

한편, 염수정 추기경은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강조하며, “지난 2014년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남북한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봤고, 그 희망의 불씨를 살려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심화되고 있는 한반도의 군비 경쟁과 긴장 고조 상황을 사람들이 걱정한다”며 “남북은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도 경제, 사회분야에서 꾸준히 교류와 협력을 했고, 협력의 끈을 놓지 않았을 때 전쟁에 대한 공포에서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