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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핵 마피아, 에어컨[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몇 해 전 여름 집에 오신 어머니는 선풍기가 없는 것을 보고는 며칠 지나 선풍기를 사 보내셨다. 교회에서 일하는 아들이 박봉에 선풍기도 못 사는 줄 아셨던 것이다. 선풍기 살 정도의 돈은 있었다. 선풍기가 없었던 것은 없이 살아도 별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까이 산과 밭이 있어 열대야는 없었고 창문을 열어 놓으면 충분히 잠들 수 있었다. 적어도 지난해까지는 그랬다. 올해는 달랐다. 연일 40도 가까이 밤에도 내리지 않는 온도에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생각해 보니 집에 에어컨이 하나 있었다. 전에 처형이 에어컨을 새로 바꾸며 버리려던 것을 보관해 놓았었다. 어렵게 에어컨 기사님을 모셔 가스를 채우고 설치했다. 기사님은 요즘 다들 새로 사지, 다시 가스를 채워 쓰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한다. 네 식구는 마루에 설치한 에어컨 바람에 의지해 겨우 잠들 수 있었다.

2018년 8월 10일 업데이트한 전력예비율.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갈무리)

얼마 전 언론에서 폭염으로 전력 수요량이 정부 전망치보다 높아졌고, 전력 예비율이 10퍼센트 밑으로 떨어져 전력 대란을 우려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원인은 문재인 정부가 탈핵 정책을 추진하며 핵발전소 가동률을 낮춰 전력 수급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가짜뉴스였다. 문재인 정부는 의도적으로 핵발전소 가동률을 낮추지 않았고, 현재 핵발전소 6기가 정비 등의 이유로 멈춰 있다. 전력 예비율도 당시 7월 25일 오후 9.8퍼센트, 예비전력 890만 킬로와트, 전력사용량 9040만 킬로와트를 기록하면서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이후 10퍼센트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8월 8일 기준, 17.5퍼센트, 1493만 킬로와트) 전력 수급 위기 경보도 예비 전력량이 500만 킬로와트 이하로 떨어진 경우에만 발동하는데 지난 2012년, 2013년 단 두 차례만 발생했고 그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전력 대란 운운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현재 탈핵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이후 아직도 탈핵 로드맵은 마련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오히려 핵발전소는 29기로 늘어난다. 현재 20.9퍼센트에서 2022년에 22.4퍼센트로 증가한 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수명연장 핵발전소가 없고, 수명연장 결정이 없다는 전제하에 2030년 이후가 되어야 16.6퍼센트로 감소되는 것이 8차 전력수급계획의 실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산업계와 보수언론 등 소위 핵 마피아 세력의 적폐 청산도 문제지만, 더 근본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다. 최근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특별보고서를 준비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 지구온난화 속도가 3배 빨라져 2040년에는 지구의 온도가 상승 억제선인 1.5도나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같은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어 해수면이 올라가, 결국 동식물이 멸종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IPCC가 2040년이라는 시점을 예측하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절박감이 크다.

탈핵 활동가들이 폭염대책 마련과 탈핵 정책 추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청와대 앞에서 하고 있다. ⓒ전국핵폐기네트워크

프란치스코 교종은 “지구가 세상의 모든 버려진 이들과 함께 외치며 우리가 다른 길을 찾아볼 것을 호소하게 한다.”라고 “우리 공동의 집을 지난 200년 동안 아프게 하고 잘못 다룬 적은 일찍이 없었다.”라고 같은 우려를 전한다.('찬미받으소서' 53항) 그 원인은 우리의 나쁜 소비습관이었다. 교종은 그 보기로 냉방기(에어컨) 사용의 증가를 든다. 시장은 판매를 통해 즉각적 이익을 얻어 더 많은 수요를 자극하고 있는데, 만약 지구 밖에서 이 세상을 관찰하는 이가 있다면 우리 인간의 ‘자기 파괴적 행동’에 놀라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찬미받으소서' 55항)

생존의 길은 두 가지다. 더위에 익숙해져 버티고 소비를 줄여 지구와 함께 생존하는 길과, 끊임없는 소비의 자기 파괴적 행동에 내 운명을 맡겨 버리는 길, 두 가지 길이다. 선택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종교환경회의 소속 종교인들의 서울 탈핵순례길 중 명동성당 앞에서. ⓒ맹주형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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