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목의 존재와 길을 묻다 2 - 생태환경위원회 ; 탈핵 운동

[특별 기획] - 사회사목의 존재와 길을 묻다

1. 정의평화위원회
2. 생태환경위원회 - 탈핵 운동
3. 생태환경위원회 - 우리농촌살리기운동
4. 빈민사목위원회
5. 민족화해위원회
6. 사회복지회

2018년 새해를 맞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가톨릭 교회의 사회사목이 어떻게 존재하고 어떠한 길을 가야 할 것인가를 물었다. 다른 사목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회사목은 정의평화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 등 각 ‘위원회’의 이름으로 ‘특수 사목’화 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분야보다 ‘세상 속으로’ 나아가 복음화하는 소명에 가장 가까운 사회사목이 과연 특수한 일부의 일인가는 오랜 물음이기도 하다.

촛불혁명 이후 적폐를 청산하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각계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이 역시 정부나 대통령의 일은 아니다. 적폐청산은 적발과 처벌, 법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에서 복음화해야 할 세상 속으로 교회는 어떻게 들어가고,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 그리고 교회 스스로는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 주교회의 위원회 구성을 중심으로 6개 사회사목 분야를 통해 그 길을 함께 고민해 본다.

 

김준한 신부는 "이제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을 갖고 원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나는 탈핵운동을 계속 하기로 결심했다. 이 운동은 다른 어떤 것으로 쉽게 대치되거나 건너뛸 수 없는 고유한 가치가 있다.”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김준한 신부. 그는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이 핵발전소 반대 운동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부산지역을 비롯한 전국적 탈핵 운동에 힘을 쏟아 왔다.

교회 내 탈핵운동은 물론, 탈핵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와 탈핵신문 발행인을 맡으며, 교회와 지역사회, 전국 단위의 탈핵 운동을 오갔다.

지난해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정치적으로도 가장 진보적인 탈핵 정책을 내세우는 듯했다. 이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공론화를 겪으며 탈핵 운동 진영은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됐고,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준한 신부는 탈핵 운동 방향에 대해서, “더 이상 정치권이나, 찬핵 진영의 논리에 떠밀려 가지 않기 위해서, 탈핵 운동의 독립된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또 종교계의 탈핵 운동은 원칙을 고수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입장의 배경은 기대를 걸었던 문재인 정부마저 탈핵의 의지가 없다는 판단, 그리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목소리와 입장으로 나뉘고 있는 탈핵 운동 진영 안에서 누군가는 원칙을 말해야 하고, 그것은 종교의 몫이라는 생각이다.

김준한 신부가 탈핵을 넘어 “핵발전이나 핵무기, 어떤 핵도 안 된다”는 반핵의 입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도 있지만 지난해 ‘잘 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 전체 참여 34만여 명 가운데 가톨릭교회가 약 10만 명으로 탈핵에 대한 교회의 의지와 저력을 확인한 때문이기도 하다.

가톨릭교회는 후쿠시마 사태 뒤, 탈핵 운동에 본격 참여해 왔다. 2012년 ‘동해안 탈핵 천주교 연대’가 출범했고, 2015년에는 전국 조직인 ‘탈핵천주교연대’가 만들어졌다. 주교회의는 2013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을 펴내기로 결정하고, 정부에 적극적 탈핵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가톨릭교회는 핵과 관련해 특히 생명권과 환경권 입장에서 핵무기로 생명을 보호한다는 핵억제 논리, 핵발전이 경제발전을 위한 수단이라는 논리 모두를 거부한다. 또 핵발전 정책의 비민주성과 폐쇄성, 비윤리성을 지적하며, “핵기술은 인간과 자연, 현재와 미래의 모든 분야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사태’”라고 경고한다.

“공론화위원회가 진행되면서 탈핵 진영이 분화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그것은 분열이라기 보다는 확대에 가깝고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다른 입장과 방법론 안에서 서로 조율하고 함께 가도록 하는 역할이 나에게 주어졌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내려놓고 보다 원칙적인 길을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2017년 3월 한국 천주교는 '잘 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정현진 기자

이제는 탈핵이 아니라 반핵
삶의 태도 변화 없는 에너지전환은 위험하다

김준한 신부는 핵 문제는 핵발전소뿐 아니라 핵무기까지 포함해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전까지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등 정부가 핵과 관련해 공을 들여 온 이유는 핵발전과 핵무기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라며, “이 둘을 분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핵발전은 삶 안에 들어온 핵무기”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그 근거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하려는 핵재처리를 미국이 계속 조건부로 막는 것도 핵무기 전환 가능성 때문이며, 한국 핵발전소 대부분의 경수로는 핵잠수함 모델로 개발된 군사용이라고 설명하며,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핵발전, 핵무기를 함께 반대하고 없애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방사능으로 인한 먹거리와 건강 문제로 보는 것은 너무 좁다. 원칙적으로 모든 핵발전소 문을 닫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훨씬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정부의 핵관련 정책은 탈핵이 아니라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가동해야 한다”는 논리로 갈 것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안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이 모든 논리는 단지 공학적 발상일 뿐이며 너무나 위험하다고 말한다.

“핵발전을 반대하는 것은 삶의 조건을 바꾼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의 모든 삶의 형태, 에너지 사용을 그대로 두고 핵발전 대신 대체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처럼 전기를 쓴다면 결국 핵발전 대신 다른 나쁜 방식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 아니다.”

김준한 신부는 “삶의 태도를 바꾸지 않고 에너지 생산 방식을 전환한다는 발상은 그래서 위험하다”며, “대안으로 넘어가는 순간, 이미 핵발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고통을 바라보지 않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에너지를 둘러싼 원칙을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 시대, 종교인으로서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신앙고백은 오히려 더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외의 입장은 종교가 아니라도 많다”며, “정부 정책은 안전을 강조하는 쪽으로 가고, 복잡한 탈핵 문제에 대해 대중은 피로를 느끼고 있다. 탈핵 운동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원칙은 싸움이 어려워졌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2018년은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신앙고백을 탈핵과 평화, 생명 운동을 위한 내용을 쌓는 시기로 삼을 것이라며, “탈핵천주교연대 등 교회 내 탈핵운동도 보다 내부적으로 교회 안에서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탈핵의 교회 내적 흐름을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