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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이 순간 작은 하나하나가 만들어 낸다[서평 - 김지환] "내일", 시릴 디옹, 멜라니 로랑, 2017

미래의 주인공과 함께하는 지구촌 환경 여행

2135년에 소행성 베뉴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예전에는 혜성이나 행성이 지구를 들이받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그것은 정말 기우다. 최근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지구의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도사려 있다. 2100년 지구 멸망설 시나리오에 낙심했던 영화감독이자 작가, 국제환경보호단체 콜리브리의 공동 창립자인 시릴 디옹과 프랑스의 배우이자 영화감독,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멜라니 로랑은 영화 제작 후원금을 모으고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내일"(Demain)을 만들었다. 이 책 "내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아 떠나는 루와 파블로의 세계 여행"은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내용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쓴 책이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그날따라 몹시 흐렸어요. .... 선생님은 우리에게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도 운동장에 나가지 말라고 했어요. 공기가 나빠서래요.”(9-10쪽) 한창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 한마디에 기분이 상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 마스크를 챙기고 길을 나선다. 한국의 공기 상태는 매우 심각한데, 세계가 함께 고통을 겪는 문제다. 어린 파블로는 이렇게 공기가 좋지 않은 날 채소만으로 이루어진 점심시간을 맞는다. 게다가 밥을 먹으면서 가축공장의 폐해를 다룬 애니메이션을 본다. 무언가 심상치 않다. 파블로는 집에 돌아오자 아빠와 환경 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몇 주 뒤에 엄마 아빠 누나와 함께 파블로는 여행을 떠난다.

첫 여행지로 프랑스의 주요 농업 지역인 노르망디의 한 농장을 찾아간다. 트랙터 없이 석유도 화학비료도 살충제도 없이 ‘영속 농업’을 하는 곳이다. 사실 트랙터 없이 농사를 지으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화학비료 대신 가축의 배설물, 부패한 음식물과 풀로 퇴비를 만든다. 자연의 원리인 동물들의 먹이사슬 관계로 살충제를 대신한다. “기존의 농사 방식으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모든 걸 막고 있기 때문이지. 그들은 농부들이 해마다 트랙터, 화학비료, 살충제를 사들이길 바란단다. 우리처럼 석유 한 방울 쓰지 않고 자연을 공짜로 이용하면서 농사짓는 걸 바라지 않아.”(36쪽)

"내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아 떠나는 루와 파블로의 세계 여행", 시릴 디옹, 멜라니 로랑 글, 뱅상 마에 그림, (권지현), 한울림어린이, 2017. (표지 제공 = 한울림어린이)

지구는 앓고 있다니까 지금 당장 무엇이라도 해야 해!!

요즘 뜨거운 날씨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 한다. 에어컨 없는 집은 저녁에도 실내온도가 34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화석연료 의존증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고는 이 난관을 헤쳐갈 수 없다. 생태주의 저서의 고전인 "가이아"를 쓴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핵발전소를 옹호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화석연료와 핵이 아니고도 충분히 다른 대안이 있다.

“지금처럼 기후를 계속 망가뜨릴 수는 없으니 다른 선택이 없죠. 그리고 석유와 석탄은 언젠가 고갈되겠지만 바람과 태양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요. 10년 뒤 코펜하겐에서는 아마 신재생 에너지만 사용할 거예요. 그러면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없겠죠? 그건 우리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43쪽)

미래를 위한 일을 훗날 후회하기 전에 지금부터 부지런히 해야 한다. 요즘 플라스틱 대란도 지구의 미래와 관련해 경종을 울린다. 심해에 흘러들어간 조각난 플라스틱은 어떠한 재앙을 불러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수많은 영상을 통해 심각성을 들여다보지만 우리는 지금도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마구 버리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도 마구 버려진다. 파블로와 루가 찾았던 “샌프란시스코는 2020년까지 쓰레기를 모두 퇴비로 만들거나 재활용하려는 목표를 세웠지. 지금도 아마 그 비율이 80퍼센트나 된단다.”(56) “엄마는 손을 닦은 휴지를 파란색 쓰레기통에 넣었어요. 아빠는 검은색 쓰레기통에 넣었대요. 휴지가 퇴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걸 알았던 사람은 파블로뿐이었지요. 엄마 아빠는 아직 갈 길이 멀었나 봐요.”(56) 소비를 줄여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지만, 버리는 것도 잘 버려야 한다. 우리는 이제 사소한 하나하나를 다시 배워야 할 때다.

지구 환경의 문제는 민주주의와 자본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환경(지속 가능한 농업, 신재생 에너지), 경제, 민주주의 그리고 교육 방면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들이 구체적으로 계획하여 실행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흥미롭게 담아냈다. 

여기서 영국 브리스틀리의 지역화폐 이야기가 흥미롭다. “브리스틀 주민들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만들어 냈단다. 이자를 받지 않기 때문에 돈은 항상 충분하지. 대신 이 돈은 브리스틀 안에서만 쓸 수 있어. 다른 도시에서는 아무 가치가 없지. 또 브리스틀에 사는 상인들의 가게에서만 이 돈을 사용할 수 있단다. 체인점에서는 쓸 수가 없어. 체인점에서 물건을 사면 이 돈은 브리스틀에 남을 수 없거든.”(69)

사실 환경생태의 문제는 민주주의와 자본을 비롯한 온갖 것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런 연결고리를 풀어낸다. 이제 ‘어떻게 버릴까?’, ‘어떻게 물건을 사야 할까?’, ‘어떻게 돈을 써야 할까?’ 같은 내용은 우리에게 선택적 교양이 아니라 필수 교양으로 자리 잡았다. 미세먼지, 지구온난화, 플라스틱 대란 등 굵직굵직한 것만 봐도 이제는 잠시도 미룰 수 없다. 바로 당장 뭐라도 해야 한다. 가방에는 텀블러와 장바구니 하나쯤은 챙겨야 하고, 자그마한 일 하나하나도 깊게 의식하면서 해야 한다.

이 책은 미래를 살아갈 후손을 교육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전에 지금도 열심히 후손의 미래를 망치는 기성세대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먼저 읽어 봐야 할 듯하다. 아이들을 위한 책일지언정 내용은 간단치 않다. 밑줄 그어 가면서 먼저 읽고 아이들과 함께 읽어 가면 좋겠다. 현재의 연속인 미래는 미래세대와 손 맞잡고 같이 만들어 가야 하니까.

김지환(파블로)
마포에서 나서 한강과 와우산 자락의 기운을 받으며 살아왔다. 역사를 공부했고 그중에서도 라틴 아메리카 역사를 한참 재미있게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이 지역 이야기는 가슴을 뜨겁게 한다. 여전히, 좋은 책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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