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정 수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사무국장) 인터뷰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모습을 보며 어떻게 느꼈나?

너무 감격스러웠고, 기대 이상이었다. 정상회담 뒤 나름대로 의미 있는 변화를 봤다. 예를 들어, 북한 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이 사진 60여 장이 들어간 정상회담 보도를 한 것, 그리고 남북한 사이에 시간 30분 차이가 났는데, 그것이 같아야 한다는 문제를 북한이 먼저 제기하고, 5월 5일부터 바꾸겠다는 소식 등이다.

판문점 선언이 앞으로 이행되어야 하지만, 앞서 말한 변화들이 작지만,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북한이 먼저 시행하는 것을 보면서, 북측의 의지를 느끼게 됐다. 하루 종일 보면서 계속 눈물이 났다.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하나구나' 하고 깊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나고, 잠깐이지만 남북을 왔다갔다하는 모습, 그리고 '도보다리'에서의 독대 대화였다.

남북 문제는 남북한만으로 풀 수 없는 구조적 상황이지만,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중심이 되어서 풀어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닌가. 따듯한 봄날에 두 정상이 마주앉아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습 자체가 '메시지'가 됐다.

2015년 방북한 민족화해 주교특별위원회 일행과 오혜정 수녀(앞줄 왼쪽에서 셋째). (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아쉬운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의 '이행'은 조금 별개다. 일각에서는 왜 구체적인 내용이 합의문에 안 나오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남북 문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같이 풀어야 하는 문제이기에, 저는 합의문에 구체적인 것까지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렇기에 우리가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봐야 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아주 좋았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남북 합의가 잘 이행되려면 결국 북미회담에서도 남북회담 못지않은 의미 있는 열매가 나와야 이행에 힘을 얻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점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남북, 분단 문제를 자꾸 정쟁화하고, 시대에 반하는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 내려는 것을 볼 때, 너무 안타깝고 답답하고 속상하다. 남북, 분단 문제는 특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이므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함께 손을 맞잡아도 될까 말까인데.... 그들이 바라는 것은 분단인가? 이를 미래에 물려줄 것인가?

보수층은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물론 일리 있다. 그러나 약속은 쌍방인데, 북쪽만 안 지켰는지, 그런 부분에서는 한 번 다시 짚어 봐야 하지 않나? 약속의 이행은 어느 한쪽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북한도, 미국도,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회담이 되면 좋겠다.
 

-앞으로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오늘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인터뷰를 했는데, '이러한 기회는 다시 올 수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것은 특정인, 특정 정당, 그리고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한이 평화체제로 전환되고, 한반도가 동북아, 세계평화의 씨앗이 되기 위한 단초를 두 정상이 함께 마련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짜 '7월 27일'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 같다. 그날 종전 공표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정전협정에는 미국, 중국도 관여됐기 때문에 남북 정상은 물론 여러 나라들이 함께 좋은 소식을 만들면 좋겠다. 종전과 함께 평화체제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북한 '사회'와의 만남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저도 공감한다.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북한 사회를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 사회는 곧 '사람'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우리 남쪽에서도, 또 북쪽에서도 정권들은 사람들이 서로를 순수하게 바라보고 인식하도록 하지 않았다.

제가 어제 만난 분들에게 “지금 북한 사람을 만나면 편안하시겠습니까” 하고 질문했다. 많은 분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우리 현실이고, 솔직한 생각이다.

분단 70년 동안 우리도 열심히 살아온 반면, 북쪽도 열심히 살아왔는데 우리 잣대로 북쪽을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언론에서 김정은에 대한 재평가 보도가 다양하게 나오는 것을 봤다. 북한 사람들의 삶을 평가,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만났을 때 사람이 보인다. 하느님이 남쪽만 좋아하실까?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똑같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 천주교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교회, 신자들은 우선 조금 더 기도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합의들이 어떻게 이행되는지 잘 지켜보면서, 하느님께서 이 땅에 평화의 선물을 주시도록 마음 모아 기도하는 것이 첫째라고 본다.

한국 천주교는 매년 6월 민족의 화해와 일치 기도의 날을 지내 왔지만, 2015년 '분단 70년'을 맞아 기도운동을 벌였다. 특히 '밤 9시 기도'를 전 교회 기도운동으로 했다. 2015년 민족화해 주교특별위원회 주교님들의 방북에 저도 함께 갔는데, 저녁식사 때 기도 시간을 알리는 밤 9시 알람이 울렸고, 남쪽의 방북단, 북쪽의 조선카톨릭교협회 관계자까지 다 같이 기도했다.

북쪽과 종교교류는 물론 모든 교류가 막혀 있었는데, 앞으로 북쪽 천주교와의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욕심 부리지 말고, 차근차근.... 그 동안 교구와 민족화해위원회가 중심이었지만, 교회 안에는 평신도협의회, 수도회 등 여러 단체가 있다. 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사회가 하고, 우리 교회의 다앙한 계층이 어떤 역할을 할지 논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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