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목의 존재와 길을 묻다 4 ; 빈민사목위원회

[특별 기획] - 사회사목의 존재와 길을 묻다

1. 정의평화위원회
2. 생태환경위원회 - 탈핵 운동
3. 생태환경위원회 - 우리농촌살리기운동
4. 빈민사목위원회
5. 민족화해위원회
6. 사회복지회

2018년 새해를 맞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가톨릭 교회의 사회사목이 어떻게 존재하고 어떠한 길을 가야 할 것인가를 물었다. 다른 사목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회사목은 정의평화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 등 각 ‘위원회’의 이름으로 ‘특수 사목’화 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분야보다 ‘세상 속으로’ 나아가 복음화하는 소명에 가장 가까운 사회사목이 과연 특수한 일부의 일인가는 오랜 물음이기도 하다.

촛불혁명 이후 적폐를 청산하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각계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이 역시 정부나 대통령의 일은 아니다. 적폐청산은 적발과 처벌, 법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에서 복음화해야 할 세상 속으로 교회는 어떻게 들어가고,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 그리고 교회 스스로는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 주교회의 위원회 구성을 중심으로 6개 사회사목 분야를 통해 그 길을 함께 고민해 본다.


빈민사목위원회는 현재 전국 교구 가운데 서울대교구와 부산교구 두 곳에 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1987년 서울올림픽 때문에 철거된 상계동 주민들과 연대한 것을 계기로, 부산교구는 1994년 조성제 신부가 물만골 공부방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 가운데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의 역사는 이제 30년을 넘어 40년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처음 시작할 당시보다 결코 빈곤은 줄어들지 않았고, 가난한 이들은 오히려 더 나쁜 방식으로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빼앗기고, 삶의 자리에서 쫓겨나는 세상에서 교회에게 가난과 빈민사목은 무엇이며, 가난한 이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교회는 가난한 이들과 무엇을 해야 할까.

“가난은 우리로 하여금 개방하도록 하여 연대의 길로 이끈다. 가난은 나눔의 삶이다. 가난한 사람을 우선해서 선택하는 삶은 동등한 관계를 갖는 것이며, 나눔과 연대의 생활로 실천하는 삶이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을 우선해서 선택하는 복음정신은 물질로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스스로 검소하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빈민사목위원회 40년 의제 중에서)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는 “교회가 이웃의 범주를 더 넓혀야 한다”며, 특히 지역에 있는 본당에는 신자 여부를 떠나 더 많은 이들이 모이고 만나야 한다. 지역의 모든 이웃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 신부는 앞으로 10년을 두고 빈민사목위가 잡은 주제는 “이웃이 되어 준 사람”이라며, 빈민사목이야말로 특수하지 않게 본당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할 사목이고, 그러려면 신자뿐 아니라 지역의 모든 이웃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는 빈민사목 40년 의제에 부쳐, “빈민사목위원회나 선교본당이 하루속히 없어지면 좋겠다. 교구 전체가 그리고 교구 내의 모든 본당들이 빈민사목에 온전히 투신하면 굳이 따로 사목처를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승구 신부는 도시는 특히 빈곤이 펼쳐진 공간이고, 사실상 빈민이 없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교구에도 본당에서 만나는 이들을 신자와 비신자 구분하지 않고, 이웃으로 대해야 한다. 그럴 수 있다면 빈민사목위원회는 전문위원회의 역할만 하면 된다. 본당과 전문위원회의 협력이 이뤄질 때, 제대로 빈민사목이 된다.”

그는 본당에서 더 많은 이웃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198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본당수가 늘면서 그동안 성당을 운영, 관리, 신설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고, 신자들에게만 관심을 쏟았다”고 봤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나승구 신부는 "빈민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그는 “지역의 가난한 이웃, 아니 모든 이웃을 만난다면, 본당도 신자들도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본당 유지가 아니라 본당을 중심으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든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빈민사목위원회는 예수의 삶이 그랬듯이 몸과 마음으로 들어 주면 주민공동체가 생겨난다는 믿음으로 사목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것이 참인간으로 가는 길이라고 고백한다. 참인간의 길은 이기적인 욕심을 내려놓는 삶이며, 스스로 가난하고자 하는 삶을 살면서 자발적 가난을 선택해야 한다. 자발적 가난의 삶은 물질적 결핍을 넘어, 타인과 세상에 대해 열려 있는 사랑이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신 예수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빈민사목위원회 40년 의제 중에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40년 의제’를 제안하고 실현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직을 변경하면서 20여 명의 위원들이 ‘정책홍보’, ‘교육양성’, ‘현장조직’, ‘의제실천’ 등의 팀을 맡도록 했다. 이 가운데 특히 ‘정책홍보’는 구체적 정책을 제안하기 위한 팀이다. 올해 개헌을 통해 헌법에 ‘주거기본권’을 명시하자는 제안을 할 계획이다. 스스로 양성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연대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가장 주력하는 연대 현장은 쪽방촌 주민과 홈리스 그리고 ‘공영장례 조례’ 문제다.

나 신부는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우선 선택하고 연대하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무엇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리에게 없는 것을 먼저 살피게 된다. 그러나 주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이웃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훨씬 자유롭다. 그들에게 물질적으로 무엇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3대 위원장 정일우 신부(예수회)는 “교회가 가난하지 않으면 이 세상의 부정, 부패, 불의에 참여해 공범이 되며, 이 세상의 힘을 빌어서 이 세상의 이치대로 활동하게 된다”며, “빈민사목위원회와 교회의 변할 수 없는 미래는 예수님의 가난이다. 예수의 가난을 미래의 좌표로 삼아 나눔의 힘을 전파하고 부정, 부패, 불의를 고발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나승구 신부는 “빈민이라는 이름에 선입견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스스로 ‘빈민’이 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고 참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며, “이 사회는 모든 것이 넘쳐나고 있다. 넘쳐난다는 것은 누군가의 것을 끊임없이 빼앗는다는 것이다. 빼앗고 빼앗기는 사회에서 나누고 섬기는 사회로 바뀔 때, 모두가 빈민이 될 때, 누구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부자가 되려고 할 때, 그 부유한 이들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버려진다. 그러나 예수의 구원은 어느 누구도 버리지 않는 것이었다”며, “예수의 구원을 생각한다면 가난한 이로 살아가는 것이 맞다. 함께 가난해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것이 하느님나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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