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정 모델은 사라지고 있다

(로버트 미켄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체 교회에 불러일으키려 그토록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다.

교황청 국무원이 지난 18일에 바티칸뉴스 사이트에 올린 인터뷰 비디오에 담긴 것은 정확히 이것은 아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3월에 로마 주교로 선출된 이래 실행한 많은 변화와, 그 변화들을 위한 절차들을 살펴보면, 패러다임 전환은 분명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패러다임 전환에 일부 아주 영향력이 큰 인물들 – 교회 안과 밖 모두-은 극히 염려하게 됐다.

그렇다면 국무원 총리인 파롤린 추기경이 실제 말한 것은 무엇인가? 그는 교황청 홍보처와 한 최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는 “패러다임”이라는 낱말을 세 번 다른 기회에 썼다.

첫 사례는 교황청이 오는 10월에 열릴 예정인 주교시노드를 준비하면서 택하고 있는 창조적 접근법과 관련한 것이었는데, 이 시노드에서는 청년에 관한 문제들을 다룬다.

그는 “이 접근법의 가장 혁신적인 측면은 교회와 젊은이 간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데 있다고 믿는데, 이 접근법은 모든 형태의 온정적 가부장주의를 배제하는 책임성의 패러다임에 바탕을 둔다”고 했다.

다른 두 번은 가정에 관한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을 가톨릭 신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 왔는지에 관해 말할 때였다.

“여기에서도, 나는 전에 썼던 같은 용어를 쓰고 싶다. 즉, 궁극적으로, ‘사랑의 기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혜와 신중함, 그리고 심지어 참을성을 가지고 실행하고 있는 새 패러다임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사랑의 기쁨’을 비판하는 이들은 “그 내용의 일부 측면”에 문제를 느낄 수 있겠지만, 이들이 이 문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교황이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태도의 전환- 패러다임 전환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전환은 “그 글 자체가 보여 주고(inherent)” 있으며 “이 새로운 정신, 이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한다고 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어 이 “패러다임 전환”은 –그는 실제로는 이 구절을 반복하지 않았지만- 교황이 로마 교황청의 정신상태와 조직구조에 불러일으키려 서서히 노력해 오고 있는 개혁들의 핵심에도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그는 그리스도교 자체가 역사를 통틀어 많은 패러다임 전환을 겪어 왔다는 점은 말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패러다임 전환, 그리고 우리가 지금 바로 겪고 있는 패러다임 전환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이미 시작됐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부들은 시대의 징표와 성령의 움직임을 식별하려 애썼다. 그리고 거의 만장일치로, 교회론, 신학, 교회일치, 그리고 교회-사회 관계를 재규정하여 로마 교회가 이 거대한 전환에 대비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중에, 그리고 그 뒤에 선출된 개별 교황들, 그리고 모든 교황들은 –지나치게 신중했고, 때로는 너무 조심해서- 이러한 (전환의) 과정을 조심스레 제어하거나 심지어 줄이려고 하였다.

그런 모습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타나기 직전까지는 그랬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뒤로 선출된 5번째 교황이자 제265대 베드로의 후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간 발산되지 못하고 쌓여 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에너지를 풀어 준 것만이 아니다. 이 공의회 자체가 교회가 새 패러다임에 들어가도록 도우려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 노력을 실제로 앞장서 이끌고 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그간 패러다임 전환이 수십 년 동안 가톨릭 세계의 여러 부분에서 기층 차원에서 진행되어 오는 동안, 바티칸에 있는 교황이나 그의 측근이 이를 온전히 받아 안거나 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그 정반대였다!

로마의 교회는 1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특정한 특권들이나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힘차게 싸워 왔다. 이런 것들은 교회가 하느님의 위임을 받아서 얻은 것도 아니요, 성경의 말씀이 실현되어서 얻은 것도 아니었다.

세속 지배자들의 관대함과 정치적 계산에 따라 얻은 것이었다. 가장 구체적으로는, 가톨릭교회는 콘스탄티누스 이후의 교회 패러다임에 집착하였고, 무너진 로마 제국에서 보고 배운 군주정 조직구조와 의식절차에 매달렸다.

세계 차원의 그리스도교가 현재의 교회일치 패러다임 안에서 다시 모습을 갖추는 사이에, 로마 교회는 자신의 낡고 비복음적이며, 역사적으로 볼 때 군주정적인 조직구조와 풍조 안에서 내파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 출처 = LA CROIX)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생하고 며칠 되지 않았을 때인 2013년 3월에 <태블릿>에 쓴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가 지금 내파되고 있는 상태에서 구원되는 것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화를 이루는 것뿐이다. 즉 이 구조적 변화는 자신과 모든 주교들이 (교회) 통치를 공유하는 교의를 촉진하고, 그리고 또한 교회는 모든 세례받은 이의 공동체라는 의식을 드높이고 이들이 전례와 교회의 사명에 온전히 참여하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

이 글이 실리고 몇 주 뒤에 또 다른 글을 실었는데, 다음과 같았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직을 그 군주정적 형태와 치장들로부터 해방시키고 보편교회를 아주 유럽중심적인 모습에서 해방시키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그는 13세기 만에 유럽이 아닌 지역 출신이기에, 이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개혁을 실천에 옮길 태세가 돼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신세계(아메리카대륙)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이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은 또한 앙시앙레짐(구체제)의 정신상태에도 거의 물들지 않아 보이는데, 그와 같은 세대의 많은 보수적인 유럽 교회인들의 생각에는 여전히 이런 사고방식이 깃들어 있다. 이 점에서, 그는 직전 전임자(베네딕토 16세)와 크게 대조적이다.

“베네딕토 16세도 교황직을 개혁할 필요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고, 최소한 군주정적 형태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로서는 그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아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한 특정 시대의 유럽적 성직자의 가장 완미한 모습을 지닌 이로서, 그는 귀족 계급(주교들도 여기에 포함된다)이 사회에 안정감을 주고 케케묵은 의식 절차들이 삭아 가는 유럽-가톨릭적 정서와 문화를 보전하는 데 도움을 주던 낡은 세계질서가 사라짐을 한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사고방식을 공유하지 않음이 분명하고, 옛날 교황 궁정의 예식들에 조금도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예식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고 로마의 유력 인사들에 의해 완강하게 보호받고 있다.... 그에게는 군주정이라는 생각 –그리고 교황직의 군주정적 발전(개악)도- 별로 또는 거의 아무런 가치가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가 군주정적 치장들을 버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일 뿐 아니라, 복음의 요청에 따라서,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진정한 메시지에 충실하기 위해 해야 할 본질적 의무라고 해야 할 것이다.”(<태블릿>, 2013년 6월 1일)

4년 반 전에 한 이 평가가 맞았는지 여부는 당신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장 극렬히 비판하는 이들이 지닌 공포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교회법 조항이나 자신들 식의 “덴칭거”(19세기에 나온 교의 모음집)에 딱 달라붙어서는 자신들의 비판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즉 자신들의 유일한 목표는 그 교회의 불변하고 아주 오래된 가르침을 보전하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파롤린 추기경이 이번에 말했듯,(그들이 교황을 비판하며 하는)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질문들은 실상은 그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반대하는 것과 별 상관이 없다.

그보다는, 그들이 현재의 로마 주교에 맞서 싸우는 것은 그가 교회의 군주정적-배타주의적-구체제적 조직구조와 정신상태가 부서져 가는 것을 진짜 마지막 흔적까지 끝까지 부둥켜안고 있는 이들로부터(이 비판자들과 같이) 교회를 단번에 그리고 완전히 해방시킬 굳은 결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자들은 가톨릭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과 (교회 본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본질적이거나 단지 문화적인 요소일 뿐인 것을 구분하기에 아주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옛 패러다임에 얽매여 있다. 이 패러다임은 –프란치스코 교황 덕분에- 더 빨리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기사 원문: https://international.la-croix.com/news/working-towards-a-full-scale-paradigm-shift/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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