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깊이 연구될 가치 있다"

교황청은 호주의 왕립 아동성학대 조사위원회가 12월 15일 낸 보고서가 “깊이 연구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조사위원회는 호주 가톨릭교회에서 지난 수십 년간 일어났던 아동 성학대 사례들을 5년에 걸쳐 조사한 뒤 성직자와 수도자의 독신은 (의무가 아닌) 자원에 의한 것으로 바꾸고, 사제들은 고해성사를 듣는 중에 아동 학대를 자백하거나 의심되는 것을 들으면 (정부 사법기관에) 보고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한 주교 임명에는 더욱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담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호주 주교회의 의장인 멜버른 대교구의 데니스 하트 대주교는 자발적 독신은 교회가 고려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고해비밀을 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고해실에서 나온 학대 이야기가 그 공간 밖에서도 다뤄지도록 자기 권한에 있는 것이라면 뭐든 하겠지만, 자기는 교회법을 어기고 고해비밀을 깰 수 없으며, 성좌가 고해성사를 바꿀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는 절대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드니 대교구의 앤서니 피셔 대주교도 고해성사를 통해 드러나기에 이른 학대 사건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미친 짓”(distraction)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독신을 자원제로 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침착했다. “성직자를 독신으로 하는 교파나 독신으로 하지 않는 교파나 다 같이 이런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의무적 독신과 서원된 정결이 아동 성학대의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 “아동 성학대가 일어나는 데 기여했으며 특히 다른 위험요인과 결합될 때 그러했다”고 밝혔다.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의 오직 소수만이 어린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연구에 근거해 우리는 의무적으로 독신인 남성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학교, 기숙시설, 본당을 포함한 특정 형태의 가톨릭 기관에서 어린이들에 특권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때 성학대의 위험이 커진다고 결론 내린다.”

“많은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에게, 독신은 정서적 고립, 외로움, 우울과 정신 질환과 연관된다. 의무 독신은 또한 다양한 형태의 성심리적 부전(dysfunction)- 성심리적 미성숙을 포함-을 일으키는데, 이는 아동의 안전에 지속적 위험이 된다.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에게, 독신은 성취할 수 없는 이상으로서, 이들이 이중 생활을 하게 하고, 비밀과 위선의 문화를 조장한다.”

이 보고서는 호주 주교들이 성좌에 교구 사제들에 대한 자원독신제를 도입할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하라고 촉구하고, 또한 가톨릭 수도회들은 독신과 연관된 잠재적인 심리적, 성적 부전과 아동에 대한 여러 위험 요인들을 다룰 대책을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또한 주교들이 아동 성학대 사건들을 관계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주교 선발 과정에서 “아동 안전 강화”를 감안하는 기준을 갖고, 또한 평신도를 직접 참여시키는 투명한 주교 임명절차를 갖추도록 교황청에 호주 주교들이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호주 주교들이 교황청에 교회법을 바꾸도록 요청하여 호주 전역의 주교들이 아동 성학대 사건을 경찰을 포함한 관계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뉴사우스웨일스 주와 빅토리아 주에서는 주교들이 보고하지 않으면 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

교황청은 호주의 왕립 아동성학대 조사위원회가 낸 보고서가 "깊이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thetablet.co.uk)

고해성사에 관해서는, 왕립 조사위원회는 고해성사가 아동성학대의 한 원인일 뿐 아니라 교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에도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사례 연구와 개별 청문을 통해, 우리는 범인이나 피해자가 고해 중에 아동 성학대를 밝혀도 관계당국에 보고되지도 않고 달리 대응 행동이 따르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 성사는 죄와 용서의 신학에 바탕을 둔 것이고, 일부 교회 지도자들은 아동 성학대를 경찰에 보고할 범죄(crime)로 보기보다는 사적 참회와 사죄를 통해 다뤄져야 할 죄(sin)로 본다는 말을 들었다. 화해의 성사로써 범인은 (관계당국에) 보고된다는 두려움 없이도 죄의식을 없앨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 성사를 통해 아이들이 한 사제와 홀로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일부 사례에서는 성학대가 고해실 안에서 가톨릭 사제에 의해 저질러졌다.”

위원들은 종교적 고해 예식이 있는 종교들은 어린이를 위한 고해는 열린 장소에서 다른 어른이 분명히 바라볼 수 있는 환경에서 하는 정책을 실행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아동보호 기관에 사건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관계 법률들을 개정하여 예식 집전자들도 의무적 보고자에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보고서는 성직자중심주의도 비판했다. 자신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대접받을 자격이 있으며 그래야 마땅하다는 의식(sense of entitlement), 우월감, 예외 의식, 권력 남용 등이 성직자중심주의와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성직자중심주의는 또한 가톨릭교회는 (세상과 따로) 자치, 자족한다는 사고방식을 길렀고, 성직자와 수도자에 의한 아동 성학대도 교회 안에서 비밀로 처리할 문제라는 생각을 키웠다.

“사제는 서품될 때 ‘존재론적 변화’를 겪는다는, 즉 그는 평범한 인간과 다르며 (한 번 사제가 되면) 영원히 사제라는 신학 관념은 성직자중심주의 문화의 위험한 구성요소다. 사제는 성스러운 인물이라는 관념은 통제되지 않은 권력과 신뢰를 과장된 수준까지 이르게 만들었으며, 아동 성학대 범인들은 이를 악용할 수 있었다.”

하트 대주교, 그리고 호주 수도자회 의장인 루트 더릭 수녀는 가톨릭교회는 교회도 참여할 아동 성학대 피해자를 위한 전국적 배상계획의 도입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여기에는 호주의 여섯 주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주 정부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전국적 대응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주 정부들이 행동할 때다.”

‘진실, 정의, 치유위원회’의 대표인 프랜시스 설리번은 “보고서를 일단 읽어 보니, 특히 가톨릭교회에 관한 부분들이었는데, 아주 합리적이고 실천적이다. 권고된 많은 사항이 우리가 이미 권했던 것들과 일치한다”고 했다.

호주 정부는 아직 이번 권고안에 대해 자세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맬컴 턴불 총리와 야당 지도자 빌 쇼튼은 지난 14일 조사위원회의 마지막 청문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위원회는 “호주에 보내는 메시지”(Message to Australia)라는 방대한 보고서 책자를 호주 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이 책에는 위원회와의 개별 면담에 참여했던 1000여 명의 피해자들이 익명으로 짧게 쓴 자필 메시지들이 포함돼 있다.

한편, 교황청은 15일 이번 호주 보고서에 대해 성명을 내고, “여러 해에 걸친 빈틈없는 노력의 결과이며, 깊이 연구될 가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사 원문: http://www.thetablet.co.uk/news/8256/vatican-says-australia-sex-abuse-report-must-be-studied-serious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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