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주최, 북한 핵문제 등 토의

11월 10일 바티칸에서 핵무기와 군축에 관한 회의 중에 이즈미 나카미쓰 유엔 사무차장 겸 고위군축 대표가 와서 인터뷰를 했다. (사진 출처 = CRUX)

바티칸에서 11월 10-11일에 열린 핵무기와 군축에 관한 회의 첫날은 완전한 세계적 군축의 이상을 주로 토의한 뒤, 둘째 날인 11월 11일에는 핵무기 관련 현안들을 검토하며 토론에 정치적 현실감을 갖췄다.

마침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높아지는 긴장 상태 속에 지지를 확보하려 극동을 순방하는 가운데, 교황청 온전한 인간발전 부서가 “완전한 군축과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전망”을 주제로 연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많은 여론 지도자들은 핵무장의 “광기”와 “분별없음”을 규탄했다.

이날 이스라엘과 러시아 대표들은 국가들 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전쟁과 테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군축이라는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는 핵무장 국가다. 이들은 각기 중동의 독특한 현실, 그리고 러시아와 미국 간의 (군축을 둘러싼) 오랜 대화와 불화의 역사를 강조했다.

이들의 열정적인 발표가 얼마간 건강한 현실정치를 조명하긴 했지만,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원자폭탄을 맞은 한 피해자의 증언이었다. 모든 참석자들이 기립 박수를 쳤다.

지역적 복잡성과 ‘핵 평화’

현재 세계에는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아홉이지만, 이번 회의의 한 발표자에 따르면, 이들 모두를 같은 방식으로 대하면 실수가 될 것이다.

“평화로운 관점으로 가는 열쇠는 이들이 가진 무기가 아니라 그 나라들 자체”라고 에밀리 란다우는 말했다. 그는 현재 이스라엘에 있는 국가안보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이자, 무기통제와 지역안보프로그램 책임자다.

그는 “세계적 핵 군축은 맥락을 보며 판단해야 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생존을 보장하는 데 핵 억지력이 아주 큰 역할을 해 왔다고 가정된다.”

그는 핵 대량살상의 위협은 기존 핵강국에게서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고, 이란과 북한처럼 조약을 위반하고 자기네 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들에서 비롯한다고 강조했다.

“무책임한 나라들의 손에 있는 이런 핵무기는 파멸시키고 무차별로 죽이기 위해 (실제로) 쓰일 수 있다.”

그는 또한 자기에 앞선 발표자들이 핵무기를 많이 쌓는 것에 대해 “광기”(insanity)라는 말을 쓴 데 의견을 말했다.

“광기에 대해 말하자면, 중동을 보면,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증오, 그리고 중동 전역에 걸쳐 박해받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증오가 광기에 해당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유일하게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은 이스라엘밖에는 없다. 물론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향한 강하고 뿌리 깊은 광기가 있다.”

그는 지역 안보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 상황을 고려한 문제 해결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러시아의 알렉세이 게오르게비시 아르바토프는 “나는 핵무기를 증오한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국제안보센터장, 그리고 세계경제와 국제관계연구소((IMEMO)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 생각과는 달리, 10년 넘게 핵무기를 정책과 학문 차원에서 다 다뤄 보니, 바티칸 성벽 밖의 세계는 지난 70년간 세계는 핵무기 덕분에 새로운 세계대전을 일으키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데 합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는 신만 알 것이다. 나는 핵무기가 과거에는 (전쟁 억지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아르바토프는 핵무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80퍼센트가 줄었지만, 핵전쟁의 가능성은 높아지기만 해 왔다고 지적했다.

“새 군비경쟁은 이제 막 시작되려는데, 여러 면에서 전에 우리가 냉전 시대에 겪었던 것보다 더 심할 것이다.” “새 무기 시스템에서는 핵무기와 통상무기 간의 경계, 방어무기와 공격무기의 차이, 지구적 무기와 지역적 무기의 구분 등이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사이버 전쟁까지 생각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아르바토프는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 60년의 상당 기간 핵무기에 관해서는 외교관계를 통해 다뤄 왔는데, 이는 핵무기 국가들 간의 하나의 규범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예외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새 정부가 (미국과 러시아 간의) 공동 포괄행동에 대해 보이고 있는 태도는 비확산체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는 지난 6년간 두 핵강국이 중거리 핵무기 조약에 대해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사실을 지적하며 개탄했다.

“50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는 여러 종류의 전략 핵무기 중에 가장 파괴적인 이 (중거리) 무기에 관해 규제하는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 있다.”

그는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이란과 관련된 우려가 커지는 것과 함께, 세계 군축을 촉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핵무기 국가들은, 러시아와 미국이 제일 중요한데,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핵 억지 개념을 넘어서야 한다.”

그는 지난 7월에 유엔에서 채택되었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지하고 있는 핵무기 금지조약에 관해서는, 핵보유국들이 이 조약에 대해 보이고 있는 태도를 비판했다.

“핵보유국들은 유엔이 자신들에게 비확산조약 제6조에 따른 의무가 있음을 상기시켜 준 것을 감사해야 한다.” “자신들이 핵없는 세계를 향해 즉각 행동할 것을 유엔에 다짐했어야 했다.”

그는 핵무기가 있다 해서 미래의 분쟁으로부터 세계를 구원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발표를 끝맺었다.

“인류 문명은 겨우 몇 시간 동안 핵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을 파괴할 능력 때문에 안보에 위협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문명은 문명이라고 할 가치가 없다.”

정치를 넘어: 나가사키 피해자의 이야기

일본 피폭자단체협의회의 와다 마사코 사무차장은 1945년에 나가사키에서 원폭을 맞았을 때 겨우 22달 난 아기였다.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는 폭탄이 떨어진 곳과 사이에 산들이 있어서 살아남았다.

와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가능한 한 많이 전하는 것을 평생의 사명으로 삼고 살아 왔다. 핵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류의 염원을 담은 서명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였다.

1945년 8월 9일 11시 2분에, 어머니가 점심을 만들고 있을 때, 와다는 큰 폭발 소리를 들었다. 가족 모두가 잠시 감각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폭탄으로 모든 것이 파괴돼 있었다. 모든 유리창과 미닫이문이 다 부서져 있었고 감귤색 안개가 깔려 시내를 볼 수 없었다.

어머니는 그 집에서 보니 수많은 사람이 불을 피해 마치 개미 떼처럼 몰려다니는 것이 보였다고 와다에게 말해 줬다. 그 사람들은 몸이 그을려 갈색이었고 머리는 그슬렸으며 피범벅이었다.

약 20만 명이 죽었다. 최대 90퍼센트가 민간인이었다. 와다는 주변 지역은 “화장터”가 되었고, 어머니는 피해자들이 화상을 입은 무서운 모습을 보고는 기절했다고 전했다.

“모든 사람이 곧 갈수록 쌓여 가는 시체와 그 악취에 익숙해져 아예 감각이 마비됐다.” 어머니는 부상자들의 몸에 기어 다니는 “엄지 크기” 구더기들을 빗자루로 쓸어 내는 일을 맡았다.

“미군 점령 하에서, 원자폭탄에 대한 보도는 금지됐다.” “나가사키는 점령군에 의해, 그리고 일본 정부에 의해 포기된 채 버려졌다.”

어머니는 6년 전에 죽었다. 심장 문제, 그리고 폐암과 위암 때문에 병원을 들락거리며 평생을 보낸 뒤였다. “핵무기는 비인간적인 무기다.”

그녀는 핵공격 피해자들이 나이가 들고 있으므로 이제는 젊은 세대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바티칸이 이 문제가 여러 자리에서 논의되도록 지도적 역할을 해 줘 고맙다면서, 교황청은 이번 핵무기 금지조약에 서명한 첫 국가들 가운데 하나라고 상기했다. 그녀는 이 조약이 “무겁고 녹슨” 문 뒤에서 비쳐나오는 “빛살”과 같다면서 일본을 포함해 모든 나라가 이 조약을 비준할 것을 촉구했다.

달을 잡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의 메어리드 코리건-매과이어는 군축에 대해 말하면서, “달을 잡자”고 촉구했다. 핵무기를 파괴하기를 위해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주의 자체를 전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인간이 인류의 비극을 극복할 잠재력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비극이 있는 곳, 그곳에 치유와 평화를 향한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북아일랜드가 1970년대에 폭력에 휩싸여 내전 직전이었을 당시의 경험에서 볼 때 “북한과 평화협정은 각 정부들이 서로 마주 앉아 협상할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녀는 “비폭력이 효과가 없는 것은 사람들이 충분히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가톨릭교회가 평화의 메시지를 촉진하고 “정의의 전쟁론”을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녀는 나토를 해체하고, 유럽의 무장을 중지하며, 서구가 다른 나라들에 가한 제재는 수많은 이들의 죽음의 원인이 되고 있으므로 또한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무기는 (전쟁을 억지한다는 것은) 잘못된 추론이며, 거짓말”이라고 결론 지으며, 그녀는 핵무기는 그저 우리가 맞춰야 할 수수께끼의 한 조각일 뿐이며 진정한 목표는 군사주의의 폐기에 있다고 했다.

“우리, 양자 도약(대도약)을 합시다.”

기사 원문: https://cruxnow.com/vatican/2017/11/11/vatican-nuclear-summit-blends-realpolitik-reaching-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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