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종교개혁 500년, 신간 소개

1517년 마르틴 루터가 그리스도교 개혁을 요구하며 95개 조의 반박문을 게시한 뒤, 2017년 10월 31일로 500주년을 맞았다.

이 시기를 맞아 루터와 종교개혁 관련 책들이 앞다퉈 출판됐다. 이 가운데 번역서 ‘루터, 신의 제국을 무너트린 종교개혁의 정치학’, ‘루터의 두 얼굴’ 2권과, 국내 저자 3명의 글을 모은 ‘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을 포함해 총 3권을 소개한다.

‘신실한 믿음의 사도인 루터’ 대 ‘부패하고 무능한 교황’ 구도에서 벗어나 교황청 입장도 봐야

"루터 : 신의 제국을 무너트린 종교개혁의 정치학", 폴커 라인하르트, (이미선), 제3의공간, 2017. (표지 제공 = 제3의공간)

먼저 ‘루터, 신의 제국을 무너트린 종교개혁의 정치학’. 스위스 프리부르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며, 르네상스 시기 교황제도를 연구하는 폴커 라인하르트 교수가 썼다.

이 책은 변방의 수도사가 일약 종교개혁의 아이콘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또 다른 주인공, 로마 바티칸을 역사적 재판정 위에 등장시킨다. 바티칸 문서고에 잠들어 있던 당시 교황청의 회의록, 칙서, 외교관들의 보고서를 발굴하고, 마르틴 루터와 그 지지자들의 글과 교차 검토하면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종교개혁의 연대기를 입체적으로 서술한다.

라인하르트 교수는 “우리가 여전히 프로테스탄트 측의 일방적인 해석에 근거한 종교개혁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신실한 믿음의 사도인 루터’ 대 ‘부패하고 무능한 교황’이라는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서 “종교개혁사를 살펴보는 기본적인 사료로 루터가 남긴 글만을 다뤄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복합적이며 역사적인 과정을 총체적으로 추체험하는 시도와 함께 “가톨릭 측의 자료들도 적절하게 평가될 때 비로소 루터가 역사에 끼친 영향이 제대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는 “르네상스 시기 교황의 명예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또 그는 “로마 바티칸이 종교개혁 동안 루터에 맞서며 펼친 주장, 판단, 그 속에 담긴 가치관과 선입견은 당시 역사적 상황과 종교개혁의 전개를 예리하게 반영하고 있는데도 오늘날까지 적절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루터와 로마 바티칸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동시에 사건을 서술하는 것은, 루터 사건을 승리 혹은 반역으로 보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라면서 “루터 사건과 종파 분열은 비텐베르크와 로마, 독일과 이탈리아 두 극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저자는 여타 유럽 지역에 비해 그리스도교 제국의 호의와 부의 분배에서 소외당했다고 여겨온 독일의 제후, 지식인, 성직자들에 주목하는데, 이들에게 루터는 가톨릭 제국의 부당한 권력 배분과 약탈에 맞서는 독일의 민족 영웅이었다. 루터 역시 자신의 주장이 일으킨 반향을 민감하게 포착한다. 이들의 불만을 자극하면서 자신의 후원 네트워크로 구축한 것이다.

또 그는 루터의 탁월한 미디어 활용에도 주목한다. 루터가 교황청과의 논쟁이 끝날 때마다 마치 오늘날 SNS를 방불케 하듯, 그 내용을 곧바로 기록, 인쇄, 배포한 반면, 교황청은 루터의 미디어 전술을 얕잡아봤다.

루터와 교황은 뒤에서는 끊임없이 상대방과 접촉해 진위를 알아보고, 조정과 타협을 시도했다. 그러나 저자는 결국 루터와 교황이 어떤 지점에서 화해할 수 없었는지, 그리고 그 조정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나 충성하는 지도자들의 선입견에 따라 결국 상대방의 진의를 오해하거나 왜곡시키면서 결국 의도치 않은 종교개혁의 탄생을 향해 나아가는지 보여 준다.

하느님보다 국가와 자본을 숭배한 '루터의 유산'에 갇힌 오늘날 프로테스탄트

"루터의 두 얼굴", 볼프강 비퍼만, (최용찬), 평사리, 2017. (표지 제공 = 평사리)

두 번째 책 ‘루터의 두 얼굴’. 베를린자유대학 볼프강 비퍼만 교수가 썼고, 처음으로 국내에 번역됐다.

진보적 개신교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볼프강 비퍼만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와 그의 개혁정신에 대한 찬사와 더불어 많은 이들의 ‘열광적 분위기’에 다소 찬물을 끼얹는 제안을 한다. 그것은 루터의 종교개혁을 ‘비판하라’는 요구이면서, 다시 말해 ‘독일 프로테스탄트를 다시 개혁하라’는 주장이다.

그는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인해 하느님을 섬겨야 할 교회가 사람을 섬기게 됐다고 지적하면서, 1530년 제국의회가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이라 명명하고 공인한 루터의 가르침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종교개혁에 따라 교황의 영적 지배로부터 해방됐지만, 동시에 새로운 지배에 굴복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책에 “루터의 종교개혁이 차츰 제후와 결탁함으로써 세속 권력에 복종하는 경향을 띠며, 민주주의적인 공동체 개혁에서 출발한 종교개혁이 권위적인 제후들의 종교개혁으로 변질되어 버렸다”면서 국가주의, 자본주의, 반유대주의, 반페미니즘 등의 이데올로기를 가진 독일 개신교를 각각 하나의 장으로 나눠 비판에 집중했다.

먼저 비퍼만 교수는 루터의 저작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그의 개혁이 충분했는지 오히려 그것이 이후 프로테스탄트에 해악을 끼친 것은 아닌지 검토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데, “독일 개신교는 하느님보다는 국가를 더욱 숭배했으며, 자본주의의 해악을 좌시했다”고 설명한다.

또 그는 루터에게서 반유대주의의 뿌리를 찾아가는데,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반그리스도교적이고 심지어 신성모독적인 나치가 등장할 때 독일의 교회는 나치에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동조했다. 이들에게 협조하면서 등장한 제국교회는 전쟁과 유대인 탄압을 묵인하고 나치의 부역자가 된다.

물론 고백교회처럼 나치와 반유대주의에 저항한 세력이 있었지만, 소수에 지나지 않아 그 힘이 약했다. 독일의 개신교회가 당시 교회가 한 투쟁을 거론하지만, 이에 대해 비퍼만은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루터의 유산'에 대한 비퍼만의 날선 비판은 독일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한국 개신교 성장지상주의 바탕에는 광복 후 친일 개신교 세력 잠재우지 못한 역사

"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 라은성, 이상규, 양희송, 을유문화사, 2017. (표지 제공 = 을유문화사)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3명의 저자가 각각 한 부씩 나눠 썼는데, 1부는 총신대 신학과 라은성 교수가 종교개혁과 500년 기독교의 역사를 다룬다. 2부는 고신대 신학과 이상규 교수가 한국 교회의 역사를 검토하고, 3부는 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가 현재 한국 교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책은 종교개혁 당시의 개혁 정신과 그 이후 개신교의 500년 역사를 돌아보고, 더불어 한국 개신교의 역사에 대한 검토와 현재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을 담았다.

또 종교개혁에 대해 당시의 개혁 운동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하나의 종교적 사건만으로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세계 문명의 거대한 흐름을 바꿔 놓은 정치, 경제, 문화적 사건으로 바라보며 그 의미와 과정을 돌아보고 있다.

책의 특징은 종교개혁 태동부터 이후 500년의 시간 동안 종교개혁가들의 개혁 정신이 어디로 흘러왔는지, 개신교는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돌아본다는 데 있다. 그리고 한국의 개신교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전망하며 종교개혁 500주년에 우리가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들에 답하고 있다.

이 책은 또 역사를 통해 한국 교회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 개신교회의 성장지상주의의 바탕에는 1960년대 이후 우리 사회가 ‘성장’이라는 제왕을 모시며 달려 온 역사가 있고, 정치권력과 정당한 관계를 맺지 못한 데는 광복 후 친일 혹은 부일 개신교 세력을 잠재우지 못한 역사가 있다. 해방 이후 한국 개신교는 이승만 정권에 무조건의 지지와 찬사를 보내면서 국가권력과 교회의 바른 관계를 정립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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