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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역할 제한하는 교회법 고치자”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의 개혁 2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남장협),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여장연), 우리신학연구소는 10월 3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의 개혁’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 내용을 2회에 걸쳐 싣습니다.


“평신도는 자문만 할 수 있도록 한 교회법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어긋난다. 법 개정 청원운동을 해야 한다.”
“교회법 개정보다 사제들의 인식을 바꾸는 게 쉬울 수 있다.”

천주교 수도회와 연구소가 함께 마련한 종교개혁 500주년 세미나 후반부에서는 성직자 중심의 한국 천주교의 현황과 대안을 두고 토론했다.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장(바오로)은 ‘교회의 의사결정 구조, ‘공동합의성’을 돌아보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대구 희망원, 파티마병원, 충주성심맹아원 등 천주교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어느 교구에서도 교구장이 피해자나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들과 대화에 나섰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며 이를 “리더십 부재”로 봤다.

황 소장은 “한국 천주교회의 개혁은 리더십 부재를 극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하느님의 백성이 참여하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지도자 선출제도의 도입과 확립”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주교선출제”를 강조했다.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장. ⓒ강한 기자

“사목회가 최종 의사결정기구 돼야”

또한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공동합의성(synodality)’에 따라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소장은 이러한 제안이 원칙적, 신학적으로 맞는 말이더라도 “현실 교회법과 충돌한다”며, 법 개정 청원운동에 나서자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회법에 따르면 사목평의회, 본당 재무평의회 등에서 평신도는 “건의”하고 주임사제를 “보필”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미나 참석자들과의 토론에서 황 소장은 “단지 자문이 아니라, 사목평의회가 본당에서의 최종 의사결정기구가 되어야 한다”면서, 신자들이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이 주임신부 뜻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많은 것을 비판했다.

천주교 성당에 설치되는 본당 사목평의회(사목회)는 본당 공동체의 모든 일을 심의, 평가, 추진하는 일을 하지만, 주임사제의 “자문기구”다. 많은 본당에서 사목회장은 신자들의 자문을 받아 주임사제가 ‘임명’하고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한국교회에 있어 온 “사목회장”은 교회법에는 근거가 없다. 주교회의가 낸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175조에는 사목평의회 의장은 ‘사목회장’이 아니라 본당 주임사제다. 본당 주임이 회의를 “주재”한다는 교회법 536조에 따른 것이다.

‘본당 사목평의회 회장 직선제’가 한국 천주교 평신도의 성숙에 비춰 볼 때 준비가 되었느냐는 토론도 있었다.

이에 대해 황 소장은 “평신도의 성숙을 말하려면 교육을 말해야 한다”며 “본당, 교구에 너무도 다양한 교육이 있지만 지속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60-70대에게 청소년기의 교리를 가르칠 수는 없다”며 생애주기에 맞는 교육을 강조하는 한편, “오직 미사”만 많은 한국 천주교의 분위기가 신자들의 토론 문화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선필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후 연구원(베드로)은 “교회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신학교 교육을 바꾸는 게 교회 개혁에 더 절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학생끼리만 어울려 공부하고 토론”하고, 본당에서 “학사님”으로 불려서는 “평신도와 동등한 토론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전국의 신학교를 통합해 종합대학으로 만들고, 신학생이 “다른 과,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 듣고 토론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필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강한 기자

“한국 천주교, 공의회 정신을 입맛대로 수용”

김 연구원은 ‘교회의 역사인식, 배타성을 돌아보다’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외치던 교회 구성원들이 교회 내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며 이를 “교회쇄신 없는, 모순된 공의회 수용”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천주교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세상 속 교회’ 정신에 따라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지만, ‘하느님 백성’이라는 공의회의 또 다른 교회론에 관심이 많았던 비판적 신자들은 매몰차게 내몰았다는 이야기다. 김 연구원은 “특히 1987년 이후 몇 년간 교회 지도부는 교회 권력구조에 비판적 목소리를 제기하던 단체와 구성원들의 활동을 통제했다”며 “87년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가 활짝 꽃폈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상황들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한국 천주교회의 모습이 ‘나는 과거에도 옳았고 지금도 옳다. 하지만 너는 틀렸다’는 “뿌리 깊은 배타성”과 관련됐다며, “교회 자신에 대한 비판적 성찰보다 야만적 사회, 군부독재, 국가폭력에 대한 비판이 더 편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 천주교가 “교회 안의 야만성을 돌아봐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교회의 문제를 감추기에만 급급하다가 그동안 쌓은 사회적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세미나를 마친 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수녀는 “평신도 분들이 우리(수도자)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문제점들을 더 정확하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부끄러웠고, 한편으로 (수도자와 평신도가) 어떻게 서로 연대해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이 세미나가 힘없는 자리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지금 우리 교회에서 어떤 예언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회를 맡은 남장협 사무국장 석일웅 수사는 “교회 제도권에 있는 여장연, 남장협과 평신도 단체인 우리신학연구소가 어떤 접점으로 만날 수 있는지 보는 것도 이 세미나의 한 목적”이라며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의 개혁’을 주제로 남장협, 여장연, 우리신학연구소가 10월 3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었다.

10월 3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의 개혁’ 세미나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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