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연중 기획 - 교회 내 민주주의 2]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2017년 6개의 주제로 연중 기획을 진행합니다. 4월 기획의 주제는 ‘교회 내 민주주의’이며, 주교 임명 과정과 임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 편집자

기사 순서

1. 주교 임명 문제, 왜 다루나?
2. 주교 임명, 그것이 알고 싶다
3. 모든 권력은 썩는다

얼마 전 은퇴한 한 신부는 “주교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뽑는지라도 알려 주면 좋겠다”고 했다. 대부분은 교황이 ○○교구에 ○○○ 주교를 임명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에 관해 잘 아는 이는 교황대사와 주교, 교구 내 고위 성직자로 추측된다. 그 고위 성직자도 어느 선까지 공유가 되는지는 모른다. 주교를 뽑는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지 참여한 모든 사람은 비밀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주교회의는.... 주교 직무에 승격될 교구의 교회 성직자들 가운데 후보자들의 명단을 비밀을 엄수하면서 신중하게 검토한 뒤에 사도좌에 제출해야 한다.” (교황 바오로 6세의 자의교서 “성교회” 10항, 1966년)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지만, 교회법과 여러 교회 문헌, 자료 등을 통해 주교를 뽑는 형식을 알 수는 있다.

교회법 제377조에 따르면 주교들은 평소에 주교가 될 만한 후보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비밀리에 작성해서 적어도 3년마다 사도좌(교황청)에 보내야 한다. 교구장 주교나 부교구장 주교가 임명되어야 하는 때에는 교황사절(교황대사)이 해당 관구의 주교들과 주교회의 의장, 자신의 의견을 바탕으로 후보 3명을 교황청에 제의한다. 이때 교황사절은 교구 참사회와 주교좌 의전 사제단 그리고 재속, 수도 성직자들과 평신도 중 일부의 의견을 개별적으로 비밀리에 청한다.

교구 참사회는 사제평의회 위원 중 교구장 주교가 임명하는 6명 이상 12명 이하의 사제들로 구성한다. 교구장 주교가 참사회를 주재하며, 자문과 안건 심의 등을 한다. 주교좌 의전 사제단은 더욱 장엄한 전례 의식을 거행하는 사제들의 단체며, 정관을 둔다. 법으로나 교구장 주교에 의해 맡겨진 임무를 수행할 소임이 있다.

교회법에도 나왔듯이, 교황사절이 주교 후보에 관한 자문을 구할 때는 단체가 아닌 ‘개별’로, ‘비밀리에’ 들어야 한다. 아마 원로사제가 교회 안에 40년간 있어도 주교 임명에 관해 알 길이 없었던 것은 이런 엄격한 비밀 유지 때문인 것 같다.

주교 임명에 관해 아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한 교구 사제는 “후보가 정해지면, 사제들에게 설문지로 의견을 묻는다고 들었다. 모든 신부에게 보내는 것은 아니고, 나도 (설문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만약 그런 설문이 있더라도 설문지를 썼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도 뚜렷한 근거를 갖고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했다.

주교회의가 낸 <사목> 2001년 9월호에 강대인 씨(당시 천주교중앙협의회 행정실 부장)가 쓴 ‘교계와 주교’에는 주교들이 후보자 명단을 어떻게 만드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온다.

앞서 말했듯이 새로운 주교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3년마다 후보자 명단을 사도좌에 보내야 하는데, 주교들은 관구별로 회합을 하거나 정기적으로 있는 주교회의 비밀회의(Conclave)에서 후보자의 정보를 교환하고 자격을 심사한다. 그런 뒤 비밀 투표를 해 후보자 명단을 만들고, 의장 주교가 이 회의록과 후보자 명단을 교황사절을 통해 사도좌에 제출한다. 강대인 씨는 “한국 주교회의도 정기 총회 때 주교들만 참석해 콘클라베를 하지만, 25년간 그 회의에 관한 기록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보좌주교는 해당 교구장 주교가 후보자 3명의 명단을 만들어, 교황사절에게 보낸다. 교황청 주교성에서(한국교회는 인류복음화성 관할이므로 인류복음화성)에서 이 명단과 자료를 검토한 뒤 판단을 덧붙여 교황에게 제출한다. 교황은 대개 인류복음화성의 판단을 따르지만, 이 명단에 없는 인물이라도 주교로 임명할 수 있다.

교회법 제377조 1항 “교황이 주교들을 임의로 임명하거나 합법적으로 선출된 자를 추인한다.”에 나오듯이, 교황은 자신이 원하는 이를 주교로 임명하거나 혹은 지역교회에서 선출한 후보자를 추인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주교 임명 권한이 교황에게만 있다는 것을 공고히 하면서도 일부 지역에서 허용되었던 주교좌 의전 사제단이 주교를 선출하는 것을 제한적으로 복원시켰는데, “합법적으로 선출된 자를 추인한다”는 규정이 그에 해당한다. 유럽의 몇몇 교구에서는 주교좌 성당 참사회의 선거로 주교가 선출된다.

▲ 교황사절은 주교 후보자 3명 명단을 교황에게 보낸다. (이미지 출처 = Pixabay와 flickr 이미지들로 조합함)

한편, 교회법에 나오는 주교 후보자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확고한 신앙, 품행 방정, 신심, 영혼에 대한 열정, 지혜, 현명하고 인간적 덕행이 뛰어난 자. 담당할 직무에 적합한 자. 좋은 평판을 받은 자, 수품 뒤 5년이 지난 자, 35살 이상. 교황청이 승인한 고등교육 기관에서 성서학이나 신학이나 교회법학의 박사 학위나 적어도 석사 학위를 받은 자 또는 이런 학문에 정통한 자.”

강대인 씨는 교황사절이 후보자를 조사할 때 쓰는 설문지에도 후보자의 자질이 자세하게 반영돼 있다고 했다. “교도권의 가르침에 동의하지 않는, 이를테면 인공피임이나 여성 사제 서품을 지지하는 글을 쓰거나 강연했다면, 이 조사에서 곤경을 치를 수도 있다.”

그에 따르면 교황사절이 주교 임명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주교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교황사절과 의견이 다를 때 주교들은 교황청에 직접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남 신부(당시 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 부원장)는 2007년 발표한 논문에서 주교 임명에는 교황사절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말한다.

이남 신부는 논문 ‘주교 선출에 대한 교회법적 절차’에서 현재 교회법과 주교 선출에 관한 이전 문헌들의 분석을 통해 “사실적으로 이야기하면, 주교 선출의 모든 작업들은 교황사절의 손을 통해 이뤄진다”고 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교황사절은 주교들과 로마 교황청 사이의 연결 고리처럼 꼭 필요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1983년에 개정된 현행 교회법전의 주교 선출 규정은 자의교서 ‘모든 교회에 대한 염려’(교황 바오로 6세, 1969년)와 ‘라틴교회의 주교 선출에 관한 규정’(1972년)을 법적 형태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이남 신부가 ‘라틴교회의 주교 선출에 관한 규정’을 분석해 교황사절의 역할을 설명한 것을 살펴보면, “교황사절은 성직자, 신자, 수도자에게 방대한 자문을 구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후보자 3명의 명단을 만드는 것”이다. “거의 예외 없이 이 후보자 3명 중에서 새로운 주교가 나올 것이며, 일반적으로 명단에 적힌 순서상 첫 번째 사람이 된다.” “교황사절은 3명의 후보자 명단을 쓸 때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자의 이름을 명단의 첫머리에 쓴다.”

그는 “비록 교황청이 후보자 3명의 명단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교황사절의 역할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절대적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성염 전 주교황청대사는 주교 임명에 관해 “교황청에서 파견했고, 가장 신뢰하니 교황대사의 역할이 클 것이고, 인류복음화성의 의견에도 영향을 받으리라고 본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교황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군주’의 사고방식을 가졌거나 ‘야심 있는’ 이를 추천하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다음 편에서는 교회쇄신과 관련해 주교 선출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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