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 절차에 하느님백성 포함해야

(로버트 미켄스)

이제 뚜렷이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 안의 사제와 주교들의 질이 심각히 떨어진다고 진짜로 믿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며칠 전에도 그랬듯 서품된 직무에 속하는 특정 인물들에 대한 부정적 모습을 그리 자주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9월 16일 지난 2년간 선교지역 교구에 임명된 주교 94명의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냄새를 맡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은 하느님의 후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냄새’ 맡을 수 있고 (자기 주교나 사제가) 자아도취자인지, 조작자인지, 개인 목적을 추구하는 자인지, 무가치한 성전 운동을 표준적으로 따르는 자라고 생각되면 멀리 물러납니다.”

그는 또한 신학생 양성에 대해서도 “성소의 수나 양에 혹하지 말고 질에 더 주목하라.... 어떤 신학생이 완고함의 뒤에 숨어 피난처를 찾는 모습을 주의하라.... 그 밑에는 늘 무언가 나쁜 것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 14일 수요일 정기 일반알현에서는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든 신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회의 사목자들이 군주처럼 행동하는 것은 교회에게는 악몽같은 일이다.”

그는 없는 일을 미리 경계해서 말한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들이 봉사하도록 임명된 신자 대중은 가난한데 막상 자신들은 왕족이나 부유한 기업주처럼 사는 주교들이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2013년에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교황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그런 이야기를 했다. 교황 대사들은 자기 임지의 주교 선발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주교 임명에 앞서 필요한 조사를 실행하는 조심스런 과제 수행에서는, 후보자들이 대중에게 가까운 사목자들인가에 주의하라.”

“사목자들! 우리는 사목자들이 필요합니다! 아버지이며 형제가 되어야 하고, 온유해야 하며, 참을성 있고 자비로워야 합니다. 가난, 내적 가난을 주님을 위한 자유로서 사랑해야 하고, 외적으로 가난함은 물론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을 해야 합니다. ‘군주’의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을 후보로 올리지 마세요.”

당시 그는 교황 대사들에게 “야심 있는” 이들을 추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주교가 되고 싶어 안달인 사제, 또는 이미 주교이지만 더 크고 좋은 교구로 승진되려는 이들이 아닌가 분별하라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개혁을 위해 교황이 된 직후 구성한 “9인 추기경위원회”에서 두세 번 이상 주교의 질과 임명 문제를 말한 적이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9월 12-14일에 열린 정기회의에서도 의제에 올랐다.

그 회의 뒤, 교황청 대변인 그렉 버크는 성명을 내고 “추기경들은 오늘날의 주교에게 필요한 영적, 사목적 측면을 집중 성찰했다”고 발표했다.

“추기경들은 교황청의 외교 활동에 대해, 그리고 교황 대사의 의무와 양성에 대해, 특히 이들이 주교 후보를 선발하는 데 큰 책임을 맡고 있다는 점에 주의하면서 토의했다.”

버크 대변인은 이 이상 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일간지 <라스탐파>와 이 신문이 내는 <바티칸 인사이더>에서 오랫동안 교황청을 맡아 온 안드레아 토르니엘리는 이번 모임에서는 그저 주교 후보의 자질을 평가하는 데 쓰고 있는 질문지를 개정하는 것만 다뤘다고 한다.

▲ 9월 17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대사들들을 만났다. (이미지 출처 = NCR)

교황 대사들은 이 질문지를 몇몇 선정된 성직자나 평신도에게 보내 칸을 채워 달라고 하는데, 이 극비 문서를 수정하는 문제는 지난 4월의 9인 추기경위원회에서도 토의되었다.

토르니엘리는 이렇게 썼다. “(주교 선발) 절차는 늘 어느 정도는 재량이 허용되는데, (이번에) 개혁되지 않는 것이 명백하다. 앞으로는 변할 것은 이 절차에 쓰이는 질문지다.”

단기적으로 볼 때는 이는 아주 필요하고 급한 문제다. 하지만 장기로 보면 안 좋은 소식이다. 전면 개혁되어야만 하는 것은 주교 선발 절차 자체이기 때문이다.

현재 교회가 주교 후보를 찾고 임명하는 제도는 한 동창회 같은 집단(old boys’ network)에 내재된 정실주의에 좌우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 집단은 -19세기 중반 이래로- 로마에 있거나 로마의 신세를 진 교회 관리들(주교들)에 의해 통제되며 거의 독점적으로 운영된다.

교황 대사들은 어떤 주교직에 가장 합당해 보이는 후보 세 명의 명단인 “테르나”(terna)를 작성하는 데 중요 역할을 한다. 이 명단은 교황청에 보내지는데, 전 세계 교구의 대부분은 주교성으로 보내지고 선교지 교구는 인류복음화성으로 간다. (편집자 주- 한국 교회는 1962년에 교계제도가 설정되어 명목상으로는 선교지가 아님에도 지금도 여전히 인류복음화성 관할이다. 반면에 일본 교회는 주교성 관할이다.)

이러한 부서의 구성원들(예를 들어 주교성에는 장차관 외에도 전 세계 약 30명의 추기경, 고위성직자가 위원으로 임명돼 있다.)은 이런 후보들을 토의하고 투표한다. 그리고 장관은 이렇게 결정된 추천자를 교황에게 제출하고, 교황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이런 절차에 앞서, 주교들은 이미 자기들만의 아주 독점적인 클럽, 즉 주교단의 장래 구성원이 될 누군가를 “키우기” 시작한다. 유망주 신학생일 수도 있고, 자기가 비서로 데리고 있는 신부일 수도 있다.
(얼마나 독점적이냐고? 전 세계에 주교는 5200명이 겨우 넘는데, 가톨릭 신자 수 13억 명의 0.0004퍼센트다.)

어떤 큰 교구의 교구장주교는 자기가 원하는 남자를 딱 집어 보좌주교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그리고 그가 로마, 특히 주교성이나 인류복음화성 구성원에 닿는 좋은 연줄이 있다면, 그 보좌주교(또는 다른 교구의 친구 주교)를 자기 뒤를 이어 자기 교구의 교구장이 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주교성이나 인류복음화성 위원들 자신도 주교 임명에 발언권이 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교회 출신으로 보수파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을 주교성 위원으로 연임시키지 않고, 그와 또 다른 위원인 저스틴 리갈리 추기경을 중도파이며, 합리적이고 교황 자신의 주교관과 더 잘 어울리는 도널드 우얼 추기경과 블레이즈 수피치 대주교로 교체한 것이 의미 깊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주교 임명 절차의 현재 “담당자”들 – 주교성과 인류복음화성의 위원과 장차관은 물론 교황 대사들-을 교체하고 좋은 주교에 필요한 사목적 자질을 (질문지를 개정하여) 더 명확히 정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임시변통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건강한 분권화를 촉진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로마가 현재 전 세계 주교들을 다 임명하는 것보다 더 중앙집권화된 것을 생각하기는 힘들다.

교회가 사제와 신자들이 총선거를 해서 자기네 지역 주교를 뽑는 어떤 신화적 절차를 채택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많을 것이며, 아마 더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교회는 민주주의적 절차를 선택하기보다는, 일차적으로 지역 차원에 바탕을 둔 식별의 절차를 다시금 도입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옳고 거룩한 하느님백성이 진실로 “후각” - 또는 하느님의 “코”를 갖고 있어서 어떤 이가 주교가 되는 것이 옳고 좋은지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주교 선출 절차에 하느님백성을 온전히 포함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현재, 주교들의 임명은 근친상간적인 동창 집단이 자기네 성직자 클럽 안에서 사람을 승진시키는 결과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로버트 미켄스는 <글로벌 펄스> 편집장이다. 1986년부터 로마에 살면서 그레고리오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바티칸 라디오>에서 11년 일했으며, 그 뒤 런던에서 나오는 가톨릭 주간지 <태블릿> 기자로 10년간 일했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blogs/roman-observer/catholic-church-needs-better-way-select-bish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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