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라는 뜻으로 농인(청각에 장애를 가진 사람)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청력의 소실이 거의 없는 사람) 자녀를 뜻한다. 이 의미는 코다인 자녀가 부모의 언어를 수화로 통역해서 비장애인들과 소통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영화는 10대 코다 소녀가 주인공이고, 이 소녀는 농인 부모, 농인 오빠와 함께 가족을 이루며 살아간다. 가족 중 유일하게 청인인 그녀는 가족과 세상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지난해 여름에 극장 개봉하여 지금은 OTT와 VOD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제목이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단어라 입에 붙지 않는데, ‘antebellum’은 ‘전쟁 전’을 뜻한다. 흑인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는 이 영화는 아마도 ‘남북 전쟁 전’ 시기를 배경으로 삼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같다’라는 불확실한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 공간적 배경이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점 때문이다.이 영화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필자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는데, 독자들이 아무런 정보 없이 극장으로 가야 영화가 줄 수 있는 폭발력을 최대한 만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전 배경도 모르고 영화를 선택할 수는 없는 노
팬데믹 3년차에 접어든 현재 OTT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극장은 이전의 활황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킹메이커’나 ‘해적: 도깨비 깃발’ 같은 고예산 영화가 극장에서 지금 상영하고 있는데 각각 50만, 92만 관객 동원 숫자를 기록 중이다. 천만 관객 영화가 매년 나왔던 팬데믹 이전 상황을 생각해 보면 지금 흥행 기록은 미미해 보일지라도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꽤 선전하고 있는 중이다.거리두기의 일상화, 비대면 접촉의 일상화가 지속되면서 영화 관람하기는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하는 것이 보편적 생활양식이 되어 버렸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의 블랙코미디 영화가 공개되었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돈 룩 업’은 OTT 공개 전, 12월 둘째 주부터 제한적으로 극장에서 개봉했고, 미국에서도 같은 시기에 공개되었다.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미국 내 평론가와 기자들의 평을 종합해 수치를 매기는 로튼토마토 닷 컴에 56퍼센트의 썩은 토마토 지수가 등록되었다. 이 정도 수치면 작품은 보나마나 졸작이라는 의미다.그리하여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그래도 메릴 스트립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하고, SNL 작가 출신으로 코미디와 정치
김동리 작가의 단편소설이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됐다. 1936년에 쓰인 ‘무녀도’는 김동리 작가를 단숨에 유명 소설가로 만들어줄 정도로 매우 유명한 작품이지만, 현재는 의외로 이 작품의 내용이나 의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교과서에 박제된 소설 같은 인상의 이 작품은 윤정희 주연으로 1972년 최하원 감독의 연출로 제작된 적이 있다. 또한 김동리 작가가 1978년에 장편으로 다시 쓴 ‘을화’가 김지미 주연, 변장호 감독의 연출로 제작되었는데, 이 두 영화는 한국 문예영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는 찬란하게 아름다운 색감과 기이한 캐릭터, 서사의 전형성을 깨면서 종잡을 수 없는 결말로 이끄는 프랑스 영화들이 한국 관객을 사로잡은 시기였다. 일명 ‘누벨 이마주’라고 풀리는 프랑스 젊은 영화들은 경제적, 정치적 성장과 함께 드높아진 대중의 예술적 감식안을 사로잡았다. 그때 유행하던 영화 포스터들을 하나쯤은 소장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랑블루’, ‘베티블루 37.2’, ‘연인’ 같은 영화들, 그리고 뤽 베송, 장 자크 베넥스, 장 자크 아노 같은 감독들이 있었다.이들 중 가장 나이가 젊은 감독인 레
이 영화는 세상의 끝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소녀들의 로드무비다. 80분 러닝타임이 어쩌면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특별한 상황이나 사건 하에서 캐릭터의 고난과 고뇌, 각성 이후 성장, 이런 식의 드라마 전개가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진정성 즉 진실의 언어로 가득한 작품이어서다.이제 막 아이에서 벗어난 중학교 1학년 네 명의 소녀는 세상에 호들갑스럽게 반응하거나 혹은 모든 것에 심드렁하게 반응하지 않는 딱 중간 정도의 아이들이다. 한 아이가 낯선 학교로 전학을 오고 특별난 계기 없이 삼총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인물을 단 한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김대건 신부님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을 것이다. 1821년 8월 21일 태어나 1846년 9월 15일 사망하기까지 김대건 신부님는 25년 25일을 이승에서 살았다. 올해는 대한민국 최초의 사제인 그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고, 2021년 유네스코는 그를 세계기념 인물로 선정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올해를 희년으로 선포했다. 이처럼 뜻깊은 해이지만 팬데믹 상황으로 오프라인 미사는 막혀 있어 마땅히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기뻐해야 일이 조용히 넘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UN 가입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북한 정부가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 소말리아는 지금까지도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는 내전이 시작되는 시점에 놓였다. 영화는 이때를 배경으로 남과 북 대사관 직원들이 내전으로 고립되어 버린 도시를 목숨 걸고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 이상으로 파란만장했던 실화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적 각색 과정에서 풍부한 서사와 캐릭터로 변모했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 맥락이 녹아들어 있다. 지금은 해적의 나라가
세계적인 명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스페인, 팔레스타인 등 4개의 나라를 국적으로 둔 인물이다. 이렇듯 복잡하게 얽힌 국적에는 사연이 있다. 러시아계 유대인 부모를 둔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고, 2차 대전 후 이스라엘이 건국하자 이스라엘로 이주하였으며, 이탈리아의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비판하는 양심적 평화 활동으로 팔레스타인으로부터 시민권을 부여받았다.그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정치적 행태에 반대하는 견해를 분명히 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청소년들을 음악에서라
이 영화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야스밀라 즈바니치가 만들어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노매드랜드’(베니스 그랑프리,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와 경쟁했으며,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우리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영화를 보는 일은 아마도 매우 드물 것이다. 1년에 1편 정도 영화가 만들어지는 나라인데, 어떻게 이런 수작이 나올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이 나라가 유고연방 시절, ‘아빠는 출장 중’, ‘언더그라운드’, ‘집시의 시간’을 만들어 칸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에밀 쿠스투리
기꺼이 유목적 생활을 선택한 한 여자의 행적을 따라가는 이 영화를 기존 극영화를 감상하는 습관대로 대할 때 낭패를 보게 된다. 의지가 강한 주인공이 자신에게 던져진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온갖 장애물을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다가 극단적인 힘겨운 상황을 뛰어넘어 결국은 승리하는 서사. 그리하여 내면적 성장을 경험하는 이야기가 우리가 흔히 보아 오던 주류 영화 스타일이다. 그래서 유목민의 땅을 의미하는 ‘노매드랜드’는 어쩌면 평이하게 느껴질 수 있다.그런데도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 골든글로브 작품상, 영국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하여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은 다방면에 지식이 깊어 정조가 총애했던 인물로 유명하고, 그 집안이 천주교 관련 인사가 많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형인 정약전과 정약종은 물론이고, 이승훈, 이벽, 황사영 등이 매형, 처남, 사위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영화 ‘자산어보’는 정약용(류승룡 분)의 형 정약전(설경구 분)이 쓴 해양수산물 백과사전 ‘자산어보’에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다.정조가 사망한 직후 순조 원년(1801년)에 천주교 탄압을 위해 단행된 신유박해와 황사영 백서사건이 터지자 형 정약전은 흑산도로, 동생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된
1년을 기다린 영화다. 이 영화 '미나리'를 지난해 1월에 열린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처음 들었다. 미드 '워킹 데드'로 유명해진 재미교포 배우 스티븐 연은 '옥자'와 '버닝'으로 한국 영화에 출연하며 익숙해졌는데, 한국인이 등장하는 또 다른 영화에서 연기한다고 하니, 낯설지는 않았다. 한국말 제목 ‘미나리’는 포스터만 봐도 어느 보통 재미교포 가족의 흔한 미국 정착기일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선댄스에서 이 영화는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필자는 ‘관객상’에 꽂혔다. 선댄스 대상보다 관객상에 더 눈길이 간 것은, 역대 선댄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들어 올릴 때, ‘소년 아메드’의 다르덴 형제는 감독상을 받았다. 이미 두 번의 황금종려상, 그리고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특별상과 각본상을 골고루 수상한 이 거장 감독들은 이번에도 칸의 열렬한 지지를 확인했다.다르덴 형제의 고향인 ‘벨기에’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따라오는 이미지가 있다. 북유럽의 부유한 복지국가, 와플과 맥주와 초콜릿의 나라, 꼬마 스머프와 에큘 포와로의 나라, 정치가 안정적이며 다문화에 대해 관대한 관용의 나라라고 생각한 이 나라에서 다르덴 형제는 이민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이건 나와 내 가족 이야기이기도,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친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흔히 알만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를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나를 비롯한 누구에게나 닥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심혜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장편 데뷔작 ‘욕창’은 오랫동안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엄마의 허리 부위에 생겨 없어지지 않고 덧나는 욕창을 화두로 삼는다. 영화는 곪아서 썩어야지 알게 되는 욕창처럼 오랫동안 쌓여서 곪아 버린 가족 간의 상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퇴직 공무원인 70대 창식은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바야흐로 코로나 시대인 지금, 극장가는 재개봉 고전영화나 저예산 독립예술영화로 관을 채우고 있다. 어차피 적게 들여 조금 거둬 들이는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흥행 스코어를 보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여 크게 다르진 않다. 이런 와중에도 좋은 저예산 영화가 계속해서 개봉하고 있으며 개봉 기간을 짧게 두고 재빨리 다음 플랫폼으로 넘어가니 온라인으로 최신 영화를 감상하는 일이 많아졌다.홀로 하는 놀이가 포스트 코로나 이후 문화의 대세가 될 것인데, 이는 유통 플랫폼이나 놀이 형식의 문제이지 콘텐츠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양
올해 '기생충'과 함께 단 5편만 오르는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른 폴란드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은 제목이 시사하듯 한 신부의 삶을 다룬다. 이 영화는 장르적으로 종교영화 범주에 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인간의 존경스러운 종교적 여정을 그리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처음 공개하고 상 받은 뒤, 충격적 실화를 극화한 점과 사실적인 연기로 감정적 동화를 이끌어 내어 비평계의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오는 2월 10일 결과가 공개되는 오스카에서 국제장편영화
영국 사실주의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켄 로치 감독은 신자유주의 속 복지제도의 맹점을 파고든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2017년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에 은퇴를 선언했다. ‘성난 젊은이'(Angry Young Man)라고 불리던 1960년대 영국 청년들의 저항적 문화운동 시기부터 영화를 만들어 온 켄 로치가 나이를 이유로 은퇴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노장이 다시 카메라를 든 이유는 바로 택배원의 시선으로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 불리는 비정한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을 응시하기 위
같은 사람을 다른 방식으로 조명하는 영화 두 편이 있다. 한 편은 다큐멘터리로 그의 현재를 기록한다. 또 다른 한 편은 극영화로 그가 현재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여정과 그의 과거를 보여 준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는 11월 21일에 개봉하여 관객과 만나고 있고, 극영화 '두 교황'은 넷플릭스에서 투자한 영화로 12월 11일에 극장에서 개봉하여 일주일 뒤 넷플릭스 사이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주인공의 빼어남 때문인가. 두 영화는 모두 수작이며, 두 영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