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 션 헤이더, 2021. (포스터 출처 = 판씨네마(주))
'코다', 션 헤이더, 2021. (포스터 출처 = 판씨네마(주))

영화 제목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라는 뜻으로 농인(청각에 장애를 가진 사람)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청력의 소실이 거의 없는 사람) 자녀를 뜻한다. 이 의미는 코다인 자녀가 부모의 언어를 수화로 통역해서 비장애인들과 소통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영화는 10대 코다 소녀가 주인공이고, 이 소녀는 농인 부모, 농인 오빠와 함께 가족을 이루며 살아간다. 가족 중 유일하게 청인인 그녀는 가족과 세상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여름에 극장 개봉하여 지금은 OTT와 VOD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이 영화를 다시금 주목하는 이유는 얼마 전 막을 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깜짝 작품상과 함께 남우조연상, 각색상 등 노미네이트된 모든 부문에서 수상하며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우조연상은 오스카 사상 최초로 농인 남자배우가 받았다.(엄마 역할을 맡은 농인 배우 말리 매틀린은 1986년에 ‘작은 신의 아이들’로 최초로 농인 배우로서 주연상을 받았다.)

스토리는 이렇다. 24시간을 함께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여고생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 합창단에 가입하고, 그곳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루비는 합창단 지도교사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를 준비하며 버클리 음대에 지원한다. 그러나 코다인 루비가 없이는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족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자 그녀는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망설인다.

'코다' 스틸이미지.&nbsp;(이미지 출처 =&nbsp;판씨네마(주))<br>
'코다' 스틸이미지. (이미지 출처 = 판씨네마(주))

플롯은 코미디가 섞인 전형적인 가족드라마다. 그러나 이 작품이 특별한 것은 엄마, 아빠, 오빠 배역으로 모두 실제 청각 장애인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뭐가 그리 특별할까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리메이크인 ‘코다’의 원작인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에서는 비장애인 베테랑 배우가 농인을 연기한다는 것을 보면, 청각 장애인 배우를 주연으로 무대에 올라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영화는 작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이례적으로 심사위원대상, 관객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까지 4개 부문을 석권하며 일약 인디 영화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선댄스 관객상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절대 의심할 필요 없이 재밌다는 신뢰감을 쌓아 왔다. 과연 영화 자체는 무척 따뜻하고 행복하다.

뻔한 결말을 향해 가는 것 같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깨달았다. 영화란 세련되게 잘 만들어진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 예술성이 풍부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확 틔게 해 주는 영화, 혹은 심오한 주제 의식 때문에 깊은 성찰을 주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 말이다.

'코다' 스틸이미지.&nbsp;(이미지 출처 =&nbsp;판씨네마(주))
'코다' 스틸이미지. (이미지 출처 = 판씨네마(주))

눈치채셨겠지만, ‘코다’는 어렵지 않아 쉽게 이해하고 쉽게 공감하게 하는 기분 좋은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따진다면? 그땐 생각이 복잡해진다. 역시 오스카는 할리우드의 일종의 정치쇼다. 전쟁과 분열과 혐오와 응징의 시대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고, 비장애인 배우와 소재를 주류로 올려놓았다는 사회적, 영화사적 의미에서 이 영화는 선택되었다.

영화가 가진 강점은 장애라는 소재를 동정이나 비극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인 엄마는 섹시하고, 농인 아빠는 다혈질에 뻔뻔하다. 농인 오빠는 아쉬운 사람들이 수화를 배워서 우리 가족이랑 이야기하면 된다는, 대책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도 자신감 넘치는 이들의 태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코다인 딸 루비가 있어야만 가능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과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홀로 방황하는 10대 소녀를 보며 살짝 이기적인 가족이 미워지기도 할 것이다.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아빠가 딸의 노래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감상하고, 듣지 못하는 가족을 위해 온 몸으로 노래하는 딸의 에피소드는 뭉클하다 못해 영화사상 역대급 장면이다. 이 이야기를 장애인 가족이 아니라, 우리 평범한 가족에 대입해 봐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코다' 스틸이미지.&nbsp;(이미지 출처 =&nbsp;판씨네마(주))<br>
'코다' 스틸이미지. (이미지 출처 = 판씨네마(주))

여성 감독 션 헤이더는 그리 경력이 많지는 않은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한 감독이지만, 이 작품을 위해 수화를 배우고 촬영장에서 수화로 배우들과 소통했다고 한다. ‘레디 고’를 외치는 게 아니라 수화 표시로 카메라를 돌리고 연기를 디렉션 했다. 오스카 행사장에서 관객을 향한 수화 통역사와 배우를 향한 수화 통역사가 각자 다른 위치에서 통역하는 모습은 특별한 장면이었다.

손으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 새삼 아름답게 여겨졌다. 영화에서는 청각 장애인의 체험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장면이 삽입된다. 꽤 오랫동안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었을 때 느껴지는 그 먹먹함, 그리고 남들은 웃고 울며 반응하고 있는데 나만 모를 때의 그 외로움은 영화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함이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오스카 작품상 수상이지만 필자는 모두가 따뜻해진 이 이벤트의 해피엔딩에 나름 만족감을 느꼈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Pea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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