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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메드', 종교적 극단에 사로잡힌 소년은 갱생할 수 있을까?[주말영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들어 올릴 때, ‘소년 아메드’의 다르덴 형제는 감독상을 받았다. 이미 두 번의 황금종려상, 그리고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특별상과 각본상을 골고루 수상한 이 거장 감독들은 이번에도 칸의 열렬한 지지를 확인했다.

다르덴 형제의 고향인 ‘벨기에’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따라오는 이미지가 있다. 북유럽의 부유한 복지국가, 와플과 맥주와 초콜릿의 나라, 꼬마 스머프와 에큘 포와로의 나라, 정치가 안정적이며 다문화에 대해 관대한 관용의 나라라고 생각한 이 나라에서 다르덴 형제는 이민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실직과 가난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하층민들을 주인공으로 다룬다. 

'소년 아메드', 장 피에르 다르덴, 2020. (포스터 제공 = 영화사 진진)

이 감독들은 난처한 선택 앞에 놓인 주인공의 마음의 동요를 서사의 동력으로 삼아 작은 이야기에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특기를 가지고 이다. 그래서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보고 나면, “저 부유한 나라에도 저런 끔찍한 일이 있단 말이야?”라고 생각하며,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에나 모순과 부조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번에는 이슬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13살 아랍계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다.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자살테러로 사회가 공포에 빠지면서 인종차별이 강화되고, 극우정치가 활발해진 벨기에의 현실을 고려할 때, 다르덴 형제가 선택한 이번 영화 소재는 균형감각 있는 양심적 노예술가가 세계에 던지는 사랑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아랍계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 아메드는 사촌이 얼마 전 자살테러로 순교한 이후, 동네 슈퍼 주인이면서 이슬람 교단의 지도자인 이맘의 이슬람주의를 추종하게 된다. 게임을 좋아한 평범한 소년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하는 기도를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고, 쿠란을 통째로 암기하며, 여성이나 동물과의 접촉은 해선 안 된다. 모든 일상은 이슬람 율법이 정한 대로 행해진다. 손을 씻을 때의 비비는 횟수와 방향, 얼굴을 닦는 방법까지 율법에 따른다.        

그러다가 사고가 터진다. 엄마를 이슬람으로 개종시키지 못했으므로 아버지는 배교자라고 여기던 아메드는 자신을 다섯 살 때부터 가르쳐 주었던 은인 같은 돌봄 교사 이네스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이유는 노래를 통해 아이들에게 아랍어를 가르치고 유대인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으로 보아 이네스가 이슬람교의 소멸을 기도하고 있다는, 이맘의 부추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메드는 거사를 준비하고,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자 소년원에 수감된다.

'소년 아메드'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영화사 진진)

아메드를 지켜보는 어른들, 엄마, 돌봄 교사, 사회복지사는 종교적 맹신의 벽 안에 스스로를 가둔 그를 바깥세상으로 꺼낼 수 있을까. 영민한 소년은 모범수인 것처럼 행동하며 어른들의 눈을 대충 가린다. 신념은 쉽게 꺾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메드는 농장으로 사역을 나가고, 농부체험을 하면서 또래 소녀 루이즈와 가벼운 로맨스적 긴장감 상태에 놓인다. 루이즈와 농장의 동물들 또한 아메드를 종교적으로 혼돈에 빠뜨리는 존재다.

이 영화는 미니멀리즘 스타일로 학교, 집, 사원, 법원, 소년원, 농장으로 이동하는 아메드의 단순한 생활반경 안에 모든 사건을 배치한다. 씻고, 기도하고, 쿠란을 암송하는 생활이 전부인 아메드의 일상은 배교자를 처단하고자 하는 결단의 순간, 완전히 달라진다.

시야가 한정적인 아메드의 리얼리티를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는 그를 바짝 따라가며 그의 행동을 포착한다. 이는 내면의 서스펜스를 효과적으로 살리는 다르덴 식 리얼리즘 스타일이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는 과연 갱생할 수 있을까? 아마도 신념의 벽의 갇힌 자, 특히 그 자가 10대 청소년일 때, 갱생이란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아메드가 그 광기의 벽을 깨닫는 순간은 엉뚱한 데서 생겨난다.

'소년 아메드'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영화사 진진)

이 영화는 배타성과 혐오에 기반을 둔 극단주의가 알을 깨고 다원주의와 보편주의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가족의 관심이나 사회적 제도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보여 주는 문제작이다. 개인의 깨달음을 통한 자각이 무엇보다 중요할진대, 아메드가 그 지경까지 가게 된 이유는 영화에서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가정 내 불화, 주변 환경의 문제임을 암시한다. 

단순한 서사로 구성된 영화이지만 영화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작은 이야기가 촘촘히 자리하고 있어, 영화를 보고 난 후 해 볼 이야기가 풍부하다. 종교적, 정치적 극단주의로 인해 반지성과 광기가 사회에 활개 치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도 이 영화는 많은 시사거리를 던진다. 이런 것이 바로 거장의 영화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Peace be with You!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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