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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을 한 신부님', 사제복과 문신이 가르는 성과 속[주말영화 - 정민아]
'문신을 한 신부님', 얀 코마사, 2020.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기생충'과 함께 단 5편만 오르는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른 폴란드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은 제목이 시사하듯 한 신부의 삶을 다룬다. 이 영화는 장르적으로 종교영화 범주에 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인간의 존경스러운 종교적 여정을 그리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처음 공개하고 상 받은 뒤, 충격적 실화를 극화한 점과 사실적인 연기로 감정적 동화를 이끌어 내어 비평계의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오는 2월 10일 결과가 공개되는 오스카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은 거의 '기생충'에게 돌아갈 것처럼 형성되어 가는 분위기로 이 영화가 스포트라이트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12일 개봉과 함께 예술영화 관객에게는 잔잔한 파문을 불러일으킬 묵직한 주제와 극적 재미를 갖춘 수작임이 분명하다.

‘문신’과 ‘신부님’, 이 두 단어의 조합은 영 어색하다. 바로 신부가 되고 싶지만 전과 때문에 신학교를 갈 수 없는 다니엘이 신부 행각을 벌이는 이야기다. 가끔 실제 그런 뉴스들이나 드라마가 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가짜임이 드러난 후에 많은 이가 무엇이 진실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그런 이야기.

1981년생인 얀 코마사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인 이 영화는 가톨릭의 나라 폴란드에서 개봉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교회가 제도화되고, 세속화되면서 본래 정신보다는 그 형식과 율법, 절차에만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어, 본디 그리스도교가 가져야 할 ‘사랑의 실천’에는 멀어지고 있지 않은지 질문한다. 이 영화는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인간의 구원과 용서 문제, 더 나아가 고난과 질곡으로 점철된 폴란드 근현대사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

원제 ‘Corpus Christi’는 ‘그리스도의 성체’라는 뜻이지만 한국에 개봉하면서 주인공 캐릭터를 의미하는 ‘문신을 한 신부님’으로 바뀌었다. 절도, 폭행, 마약을 일삼던 다니엘은 소년원에 감금되고, 그는 그곳에서 소년원 교화 담당 사제인 토마시 신부로부터 큰 감명을 받는다. 다니엘은 미사에서 복사 역할을 하면서 토마시 신부를 돕고, 토마시 신부는 신앙심이 깊은 다니엘의 가석방을 도운 덕에 그는 발키에비치 시에 있는 목공소에 일자리를 얻는다. 

'문신을 한 신부님' 스틸이미지.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다니엘은 거친 사내들로 즐비한 목공소를 멀리서 지켜본 뒤 성당에서 일단 미사를 드리려다가 우연히, 정말 우발적으로, 남들로부터 얕보이지 않기 위해 자신이 신부라고 소개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지만, 자신이 신부라고 하자 첫눈에 경멸 어린 눈길을 주던 자들이 공손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쭉 신부인 것처럼 행세하게 된다.

처음에는 주눅들은 마음에 사제인 척했지만 그는 그 마을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가짜 사제임이 드러날 위기의 순간 때문에 늘 불안해도 사제로서 만들어 내는 변화가 즐겁기도 하다. 젊은이들과 유희를 즐기고, 우울하고 냉랭하던 미사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고, 고해성사의 무거움을 즐겁게 만들어 놓는다. 아들에게 매를 든 젊은 어머니에 대한 죄의 보석으로 아들을 자전거에 태워 주는 것을 내놓는 것과 같은 방식은 성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불안한 동시에 즐거운 일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니엘은 어느 날 이 동네가 왜 그토록 우울하고 비밀스러운지 알게 된다.

자동차 충돌사고로 인해 청년 6명과 중년남성 1명이 사망하고 만 사고로 마을 전체는 누군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다니엘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고 새 삶을 살아 가고 싶었지만, 그가 행했던 나쁜 짓들로 인한 전과 기록은 그를 새로운 사람이 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사고로 마을 사람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한 가정의 편에 서고자 한다.

영화는 중요한 화두들을 던진다. 사제복을 입었을 뿐인데, 문신을 한 맨몸에 새겨진 범죄자라는 낙인이 가려지면서 사람들은 그에게 존중과 신뢰를 보낸다. 다니엘은 신이 우리를 심판하기 전에 우리의 분노를 이해하고 사랑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의 기도를 실천하기 위해, 혹은 자신처럼 나쁜 일을 한 사람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줌으로써 그 자신도 신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위해 가장 경멸받아 고통 속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다가선다.

'문신을 한 신부님' 스틸이미지.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비극으로 끝날 것을 알면서도 나서는 다니엘의 행동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성찰하게 된다. 이 영화는 한 집단의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사람들의 분노와 희생양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밝힐 수 없는 죽음의 진실 앞에서 애도의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등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폴란드 작은 마을의 실제 사건에서 기인한 영화지만 집단 트라우마 문제를 겪은 채 고통 속에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의 가슴을 두드릴 것이다. 이야기 구성 자체로도 극적 재미를 선사하면서 동시에 근현대사의 수난이 새겨진 음울한 공업도시의 색채가 영화의 주요 룩으로 전개되어 낯선 곳을 관찰하는 흥미 또한 유발한다.

폴란드 영화는 세계적으로 몇 차례의 전성기를 맞았다. 로만 폴란스키가 활약하던 1960년대와 크쥐시토프 키에로프스키가 활약하던 1980-90년대. 그리고 바로 지금 제3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다'(2015), '아뉴스 데이'(2016), '콜드 워'(2018) 등으로 이어지는 세계예술영화계를 향한 충격이 '문신을 한 신부님'으로 이어지면서 당분간 폴란드 영화의 기세가 이어지길 바라본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Peace be with You!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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